지난 3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용산구 한강로3가에 위치한 용산 트레이드센터로 사옥을 이전했다.
BTS가 머문 곳은 늘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하이브의 신사옥은 용산구 한강로3가 쪽에 있는데 요즘 뜨는 삼각지역이나 아모레퍼시픽 본사 주변의 용리단길과는 최소 1km가 차이가 날 만큼 멀고, 무엇보다 한강로3가 주변은 재개발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최소 10년 째 발전이 미비한 곳이다. 그런데 하이브가 이사온 뒤로 젊은 세대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취향의 가게가 생겼다. 날이 어둑어둑하면 혼자 걷기 무서웠고 코로나 19로 인해 더더욱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던 이곳이 바뀌고 있다. 커피&위스키 볼드핸즈, 호주식 디저트 카페 스톡드, 이탤리언식 버터 라이스 버터라이스클럽, 건축가들이 만들어 더욱 멋진 카페 3F LOBBY 등 하이브 주면 한강로3가 핫 플레이스 4.
볼드핸즈
볼드핸즈는 변화가 빠른 한강로3가에서도 요즘 소비자의 취향을 가장 잘 헤아리는 카페&바다. 통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쏟아짐과 동시에 우드 계열의 넓고 세련된 바 테이블은 커피를 마시기 좋고 역시 우드로 만든 술 진열대와 손님 한 분 한 분만을 위해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는 핀 조명은 위스키를 즐기기 좋다. 물론 다른 취향의 두 사람이 만나서 각자의 기호대로 커피와 위스키를 마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볼드핸즈다.
사실, 코로나 19 발발한 2020년 1월 이후 우리의 여가 생활은 빠르게 변했다. 밖에서 자주 외식하는 것보다는 한번 먹어도 제대로 먹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지인들과 술을 마시기 보다는 식사와 커피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었다. 볼드핸즈에서 커피를 마시면 꼭 근사한 호텔에서 대우받는 느낌이 들고 위스키를 마실 때도 무거운 분위기보다는 가볍고 즐거워서 그런지, 덜 마시고 가게 분위기를 즐기게 된다. 볼드핸즈가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관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올드 나이브스와 라이언하트를 성공시킨 김태민 마스터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7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생경했던 위스키와 스테이크를 조합하면서 해방촌 올드 나이브스를 단숨에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고 위스키와 함께 좀 더 본격적인 요리를 페어링한 라이언하트는 송파구 송리단길을 갈 때 꼭 가봐야 할 바 앤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볼드핸즈엔 다양한 커피, 위스키 라인업이 있는데 시그너처 메뉴라면 아인슈페너와 카페 코레토다. 아인슈페너 맨 위의 크림을 떠 먹고, 이어서 차갑고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카페 코레토는 에스프레소와 위스키의 조합인데 이게 참 재미있다. 먼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나면 컵 밑에 있는 비정제설탕 데메라라가 남아있는데 커피의 맛이 적절히 밴 설탕을 디저트 삼아서 위스키와 즐기면 된다. 위스키를 좀 더 부드럽게 즐기고 싶다면 설탕이 남은 에스프레소 잔에 위스키를 부어서 마셔도 좋다. 아직까지 스트레이트 잔의 위스키가 친숙하지 않다면, 진토닉이 괜찮은 선택이고 진토닉은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며 심지어 할인까지 해준다.
볼드핸즈는 어떤 사람과 어떤 형태의 음료를 즐기든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이고 혼자 가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다. 바를 가운데 두고 봤을 때 바리스타, 바텐더의 작업 공간 쪽이 더 낮게 설계됐기 때문에 손님들과 눈높이가 딱 맞다. 볼드핸즈의 바리스타, 바텐더와의 대화가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운 이유다. 마지막으로 볼드핸즈는 거친 손이라는 뜻인데, 셰프, 바텐더, 바리스타 등 일하는 사람들의 손이 거칠 수 있으나 손님들에게 내주는 결과물은 섬세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이름이다. 손님의 취향에 맞게 가장 높은 만족을 안겨주는 ‘볼드핸즈’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버터라이스클럽 버터라이스클럽은 쌀과 버터로 만드는 버터라이스, 즉, 리소토가 중심인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첫 추천 메뉴는 트러플 크림 버터라이스로, 간이 정말 잘 맞는 크림 리소토에, 트러플, 만가닥 버섯, 양파를 넣고 트러플 오일과 블랙 페퍼로 마무리했는데 식사로도 훌륭하고 술과 페어링해서 먹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안주 대용으로도 좋다. 넓은 페투치니 면을 쓴 프로슈토 파스타는 면의 삶는 정도와 간, 양파를 곁들인 갈릭 오일의 간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얼핏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탄탄한 기본기가 없다면 불가능한 맛으로 파스타 면 위에 루꼴라를 올리고 넓은 프로슈토를 싸먹으면 최고의 한입이 될 것. 비라 모레티를 비롯한 맥주와 컨벤셔널 레드 와인, 오렌지 와인, 로제 와인, 내추럴 레드 와인 등 다양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 리스트가 있으니 술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가 버터라이스클럽이다. 페어링할 간단한 메뉴 하나를 더 추천한다면 양송이 구이와 초리죠인데 토마토 베이스에 청양 고추를 넣어서 좀 더 알싸한 맛을 추가한 뒤, 초리죠, 양송이 버섯, 바질 페스토를 함께 먹는 것은 꽤 매력적인 안주가 될 것이다.
스톡드 스톡드는 요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한강로 3가의 신상 디저트 카페다. 건물 2층에 있는 이점을 살려서 창가 쪽에 계단식 의자와 테이블을 놓았다. 계단식 의자 위, 아래로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볼 수 있고 또는 등지고 있을 수 있어서 자유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계단식 의자석이 꽉 차면 여유있게 텅 비워놓은 중앙 홀에 자리를 마련해주는데 그 점 또한 재치 있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호주와 뉴질랜드식 디저트를 표방하는 카페답게 판나코타 래밍턴, 바노피 파이, 스톡드 치즈 케이크 등을 먹을 수 있고 이외에도 기본기 충실한 얼그레이 스콘, 푸딩 등 역시 만날 수 있다. 납품 받는 티라미수도 비싸게 받는 곳에 비하면 호주, 뉴질랜드식 베이커리 카페 스톡드의 디저트는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고 여러 번 찾아도 질리지 않을 만큼 특별하다.
3F LOBBY 3F LOBBY는 BTS가 용산 시대를 열기 전부터 한강로 3가의 핫한 카페였다. 건축사사무소 ‘로비스트’의 사무실 겸 다과실이기도 한 이곳은 신용산역, 삼각지역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심지어 카페 상권 분석상 유리한 건물 1층이 아니라 3층에 있지만, 오히려 힙한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구미가 당기는 곳으로 떠오르면서 유명해졌다. 전체적으로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3F LOBBY는 외투를 걸어놓는 크라운 카트, 가방 거치대와 같은 호텔 요소들과 함께 찾아오는 손님들이 안락하게 쉴 수 있는 바실리 체어, 에그 체어를 배치해 놨다. 로비스트가 쓰는 사무실과 카페 공간은 통유리로 된 벽으로 분리해놨는데 실제 찾아가 보면 그 모습조차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시그너처 메뉴는 고소하면서 묵직한 맛의 더 로비 블렌드와 티라미수에 쑥을 가미한 티라미쑥 케이크다. 우드 트레이 위에 케멕스에 브루잉한 커피와 함께 구형 얼음이 담긴 얼음컵, 작은 브라우니 한 조각의 플레이팅은 이곳을 다시금 찾게 만드는 큰 이유가 될 만큼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 이충섭, @stoked_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