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드론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드론 포토 어워즈 2021’에서 찾은 한계와 가능성들.

BY오성윤2021.10.21
 

Pink-Footed Geese Meeting the Winter

Terje Kolaas
북극 스발바르의 번식지로 향하던 수천 마리의 분홍발기러기가 노르웨이 중부에 둥지를 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러기들이 찾아오는 시기가 해마다 빨라지고 있으며, 이들이 먹이를 얻어야 할 땅과 들판은 종종 눈으로 덮여 있다. 기러기는 늘 동일한 노선으로만 다니는 경향이 있어 드론을 공중에 띄워놓고 기다리면 이런 장면을 촬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Levanger, Norway

Levanger, Norway

드론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카메라가 사진가의 손을 벗어나 가뿐히 비행 및 공중부양 하게 되면서 우리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벗어난 관점을 얻을 수 있게 됐으니까. 특히 기록 사진이나 상업 사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를테면 건축 사진계에서 드론은 가히 ‘절대적인 활용 가치’를 갖게 됐다.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꼭 필요한 기술이 됐죠. 주위를 둘러봐도 정말 많이들 쓰는 것 같고요. 건축가들이 자기 작업을 설명할 때 그 건축물이 세워진 땅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대지의 해석, 배치의 아름다움을 이미지로 다룰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그 매력을 설명한 김용관 본인은 드론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그 사정은 아마도 이 글의 뒤쪽에서 설명하는 편이 맥락에 더 잘 어울릴 것이다.

 

 

Metaphorical Statement About City and Winter

Sergei Poletaev
모스크바에 위치한 500년 역사를 품은 수도원의 풍경. 뒤편 대규모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뿜어내는 연기는 심한 서리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더 강렬해 보인다.
Dzerzhinsky, Moscow Region, Russia

Dzerzhinsky, Moscow Region, Russia

이 기사가 논의로 삼는 것은 그 바깥의 영역이다. 기록 사진이나 상업 사진 외 영역, 즉 예술로서의 사진 분과. 늘 새로움을 좇는 예술계에서는 어째서 드론이라는 확장된 시선의 영향력을 찾기가 힘들까? 시에나 어워즈의 설립자이자 아트 디렉터인 루카 벤추리 역시 드론 사진이 유독 예술 분야에서 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드론 사진이라는 장르가 ‘뉴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에나 어워즈는 현재 3개의 국제 사진 공모전을 운영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 대회 SIPA, 파인 아트 포토그래피를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포토 어워즈,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 사진 공모전인 드론 포토 어워즈까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드론 포토 어워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심사위원단이 세계 각국의 사진가와 큐레이터, 사진 매체 에디터 같은, 드론과 무관한 인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Pure Power

Phil De Glanville
서호주 남서부 해안에서 촬영한 사진. 인간처럼, 파도 하나하나에도 영감을 안기는 각각의 여정이 담겨 있다는 통찰을 표현했다고 한다.
Australia

Australia

드론 사진을 어떤 층위에서 보고자 하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 장의 사진이 가진 힘은 사진가의 테크닉, 능력에만 달린 게 아니잖아요. 드론 사진의 힘 역시 촬영 장치에 대한 지식 없이도, 통상적인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루카 벤추리의 설명이다. 그는 드론 사진이 예술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그저 ‘약간의 시간’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드론 사진에는 분명 ‘뉴스’ 이상의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잠시 동안 당신이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새가 될 수 있게 해주죠.” 그는 자신 역시 이탈리아 시에나의 유구한 경마 대회 팔리오 디 시에나를 드론으로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City of Angels

Silvano Paiola
가을날 포플러 숲을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 11월의 비바람이 부는 날 촬영한 것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포플러 숲도 이미 앙상해진 상태였으나, 여러 관점에서 오래도록 탐색한 끝에 흥미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Serbia

Serbia

사진잡지 〈보스토크〉 발행인이자 사진비평가인 김현호 대표의 시각은 그래서 흥미롭다. 그는 오히려 드론 사진이 그런 힘 때문에, ‘너무 압도적인 스펙터클을 안기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스펙터클을 넘어서는 작업을 해야 비평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봐요. 그 힘을 통제하고 풍경에 대한 통찰을 전할 수 있어야죠. 현대 예술은 개념의 실험실, 담론의 실험실을 자청하는 측면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비평이 있어야 예술로서 작동하는 시대라고도 할 수 있죠. 그리고 현재로서는 드론 사진이 비평가와의 접점을 그리 많이 가진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는 말끝에 ‘올해 작품들은 제가 아직 못 챙겨 봤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그건 그의 의도와는 별개로 나름의 단서를 품은 것 같았다.
 

 

Caleidoscopio

Paolo Crocetta
컨테이너 박스가 쌓인 광경을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 화사한 색상의 박스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대각선이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나바호족의 패턴을 연상케 하며 생명력을 만들어낸다.
Veneto, Italy

Veneto, Italy

김현호 대표의 기억에, 국내에서 드론 사진이 미술계에 발을 들인 첫 사례는 이득영 작가의 ‘한강 프로젝트 2’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25개의 한강 다리 사진으로 구성된 작업. 아직 드론이 자리 잡기 이전 시대였기에 촬영에는 헬리콥터가 동원되었으나, 뷰를 확보하기 위해 카메라를 헬기 바닥에 고정하고 그와 연결한 CCTV를 통해 촬영했다는 점에서 드론 사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작업을 들여다보는 게 미술계와 드론 사진의 접점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3년 그의 개인전 〈공원, 한강〉을 열었던 일민미술관은 이렇게 기록했다. “이득영의 사진 작업들은 장시간의 승선이나 난관의 비행, 좌표 검색 같은 데이터 분석에 의한 촬영, 연속성을 담아내기 위한 출력 작업, 기타 허가 문제나 비용 등 여의치 않은 과정을 거친다. 극복된 어려움은 시대의 모습을 폭넓은 시각으로 조감하며 미학적 기록으로 남겨져 익숙하지만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시각문화 연구자들에게는 활발한 담론의 이슈를 제공한다.” 당시는 기록 사진 분야에서도 한강 다리를 남긴 이미지가 마땅치 않은 때였고, 그렇기에 이 이미지들이 ‘새로운 시각문화’로서 기능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1차원적으로 조형성을 보여주는 ‘시각적 유희’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 시대라면, 분명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의미의 층위가 더 필요하겠죠.” 장정민 미술평론가는 사진에서 중요한 건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라는 말로 드론 사진에 대한 논의를 설명했다. 드론 사진이 산재한 시대라면 마냥 경이로운 풍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의미의 층위’라는 표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득영 작가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한강변 69개의 간이매점을 촬영하거나(‘한강 프로젝트1’) 김포부터 잠실까지 배를 타고 가며 파노라마 사진을 만드는(‘두 얼굴’) 등 한강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작업의 일부였고, 드론(헬리콥터)은 그 주제에 수반되는 도구일 뿐이었다는 점이다. 드론 사진이 미술계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드론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사진가의 정념’ 같은 걸 떠올릴 사람도 있겠으나, 김현호 대표나 장정민 평론가의 설명은 그런 범주가 아니다. 장정민 평론가는 이렇게 예를 들었다. “만약 지금껏 남겨진 수백만 장의 드론 사진 속에서 누군가 세 장을 골라서 배열한다고 쳐요. 그럼 전혀 다르게 작동할 수 있는 거죠. 그런(선택하고 의미를 만드는) 작업을 잘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거고요.”
 


 

Game Board

Volker Sander
독일 그로나우에서 열린 원예박람회 란데스가르텐샤우의 워터파크를 촬영한 사진. 사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워터파크의 풍경은 먼 상공 위에서 거대한 게임판처럼 보인다.
Gronau, Germany

Gronau, Germany

이득영 사진가의 사례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그가 본직이 치과 의사인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였다는 점이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오래도록 탐구해온 기성 사진가들의 경우에는 분명 드론이라는 매체를 시도하는 데에 더 높은 장벽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 세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드론을 쓰기 전에 그 퀄리티와 완성도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될 거라고 봐요. 아직 드론 사진의 품질이 그렇게 좋지 않기도 하지만, 그보다 의문이 들거든요. ‘이걸 사진가의 시각이라고 할 수가 있나?’ 사진가로서의 관찰이라는 측면이 결여된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거죠.” 순수 미술 분야의 사진가는 아니지만 건축사진가 김용관의 견해를 여기에 인용해도 좋을 것 같다. 결과물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특유의 작가주의적 태도와 입지를 가진 사진가라는 맥락에서. 앞서 말했듯 그는 드론의 유용함을 통감하면서도 사용하지는 않고 있으며, 공중에서의 시점이 필요할 때만 드론 전문가와 협업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작업하게 되지 않을까 해요. 그분들이 드론을 다루는 걸 보면 정말 테크닉이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제가 그걸 배운다고 해서 더 잘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도무지 안 들죠.”

 

 

One Shot

Lampson Karmin Yip
2020년 7월 4일 홍콩 스우헤이 스포츠 경기장의 개장 행사 풍경. 홍콩의 농구선수 후이환항하이먼이 슛 연습을 하고 있다.
Tuen Mun, Hong Kong

Tuen Mun, Hong Kong

물론 미술계의 관심 여하를 떠나 드론은 그 자체로 큰 시각적 즐거움을 안기는 매체다.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모두가 전제처럼 말했듯이. 다만 그런 즉시의 즐거움이란 몇 장을 넘기다 보면 금세 힘을 잃기 마련인데, 〈드론 어워즈 2021〉 수상작들에는 계속 넘겨 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고, 나는 그 요체를 알고 싶었다. 드디어 스펙터클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일까? 아니면 기술의 발달로 그저 더 다채로운 구도와 화각이 나오게 된 것뿐일까? 취재의 마무리 즈음에 김현호 대표는 생각났다는 듯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드론으로 새들을 촬영한 사진 하나를 본 적이 있는데요. 새들과 함께 날고 있는 듯한 뷰가 새롭더라고요. 밑이나 위에서 본 사진은 많았지만 그렇게 옆에서 촬영한 사진은 지금껏 없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그 이미지란 〈드론 어워즈 2021〉 최고작으로 선정된 ‘Pink-Footed Geese Meeting the Winter’를 말하는 듯했다. 마치 새들과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뷰의 사진. 물론 좀 깐깐하게 말하자면, 그가 말한 신선함 역시 기술의 소산일 것이다. 더 작고, 더 적은 소음을 내며, 렌즈 각도를 조정하기 더 용이한 드론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사진일 테니까. 루카 벤추리 역시 이 사진의 미덕은 ‘새 떼의 일부가 된 듯한 감흥’이라고 했는데, 다만 한 가지 더 눈여겨볼 점이 있다고 했다. 새들 뒤편으로 보이는 모든 대지를 덮어버린 눈. 분홍발기러기의 부드러운 색을 강조하는 순백색의 눈이라고 했다. “그게 없었다면, 사실 이 사진은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Correlation

Amirmahdi Najafloo Shahpar
이란 하메단의 이드 알피트르 행사 풍경. 이슬람교도들이 라마단의 마지막 날 기도와 모임으로 금식을 끝내고 축제를 시작하고 있다.
Hamedan, Iran

Hamedan, I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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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오성윤
  • PHOTO Siena Awards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