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카페 같지 않은, '그랜드'한 카페 6

도시는 거대하지만, 도시의 카페들은 커지기를 포기했다. 아직 거대화의 욕망이 살아있는 곳. 아기자기한 성수동의 카페 말고, 신전 혹은 정글을 떠올리게 하는 ‘그랜드’한 카페들을 찾았다.

BY김현유2021.12.14
 

MÜNSTER-DAM

서울문산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마자, 한눈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글자가 보였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감색 배경에 흰 글씨로 떡하니 ‘mu¨nster-dam CAFE & PUB’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자세히 봐야, 그냥 글자가 쓰인 거대한 간판이 아니라 거대한 삼각형 모양 건물의 지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지붕의 일부, 정확히는 ‘mu¨nster-dam’과 ‘CAFE & PUB’이라는 글씨 사이에 창을 낸 덕분이다. 통창을 낸 한쪽 벽면으로는 실내의 나무와 실외의 나무가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이국의 카페를 묘사한 그림으로 내벽을 꾸며 날씨 좋은 날, 낯선 나라의 노천카페 거리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INFORMATION
PLACE 경기도 파주시 운정로 113-175
CALL 031-949-6020
 

 

CAFE ROO 

카페 루는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위해 기획되고 완성된 공간이다. 거짓말 좀 보태면 남유럽이나 중동의 휴양지에 위치한 리조트라고 속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나먼 산골에 있을 것 같지만, 심지어 수도권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다. 카페 루의 김희숙 대표는 천안 시내 한가운데에 완벽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5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300여 개의 건축물을 참고하고, 수많은 도면을 검토했다. 그 결과 독특한 아치형 창문과 물 위에 띄워진 듯한 징검다리를 놓은 화이트 톤의 곡선형 건물이 탄생했다. 옆에서 보니 마치 유럽의 성(城) 같다는 말에 김 대표는 ‘루’라는 이름도 경회루, 망루 등에 쓰이는 다락 루(樓) 자에서 따왔다며 환히 웃었다.

 
INFORMATION
PLACE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봉명동 131-65
WEB cafe_roo_
 

 

ORANGERIE 

양주와 파주 사이에 위치한 마장호수 자락 앞에 펼쳐진 카페는 겉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웠으나, 그마저도 식물로 가득 찬 내부의 압도적인 인상에는 비할 바가 못 됐다. 거대한 이파리를 자랑하는 큰 나무들 사이사이 중간 키와 작은 키의 나무며 꽃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파리를 헤치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헤엄치는 색색의 물고기와 눈이 마주친다. 실내라곤 믿기 힘든 광경. 카페 부지 아래로 흐르던 물길을 그대로 살려 건축한 덕분에 실내에 자연 계곡이 생겨 가능했던 일이다. 흐르는 물을 살린 덕분에 아열대 지역을 테마로 한 카페를 만들려던 박종찬 대표의 원래 바람에 더 충실하게 부합하는 장소가 탄생했다고 한다. 물이 흐르는 식물원 내부의 습한 감각을 즐길 수도 있고, 또 유리 너머에서 식물원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겠다.

 
INFORMATION
PLACE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23-19
WEB orangerie_official
 

 

SOOPNEOWOOL 

보이는 건 숲뿐인데, 더 올라가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는 끝이 없었다. 정말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 때쯤, 저 멀리 파란 풀장이 눈에 들어왔다. ‘와’ 하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기분 좋은 감탄이 흘렀다. 단풍에 물든 가을 산과 통창이 뚫린 아늑한 건물, 그리고 그 앞을 파랗게 칠한 풀의 조화는 사진에 고스란히 담기 힘들다. 숲너울의 김춘식 대표는 산과 물을 보며 ‘멍때리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건축사의 손을 약간 빌리긴 했지만, 건축물의 외관부터 내부 디테일 대부분이 ‘완벽한 멍때리기’를 위해 김 대표가 직접 고안해낸 것이다. 창 너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파도가 치는 듯했다. 숲의 너울을 바라보기 이보다 적합할 수 없다.

 
INFORMATION
PLACE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문금리 2

WEB soup_neoul
 

 

MANNAMILL 

한옥 베이커리 카페는 이제 좀 흔하다. 전국 각지 어딜 가도 존재한다. 만나밀이 특별한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옥의 전통적 구조를 따르지 않은 한옥 카페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ㄱ’ 자나  ‘ㅁ’ 자 형태 대신 십자가 구조를 택했다. 백기범 대표는 익숙한 구조가 아닌 탓에 “한옥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독특한 한옥을 구현한 건 삼청동 한옥 카페 ‘죠꽁드’와 무악동에 있는 ‘독립운동가를 위한 작은 집’ 등을 지은 ‘구가도시건축’이다. 주변 환경에 맞춰 자연스러우면서도 한옥의 아름다움은 극대화하는 구가도시건축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전통의 뼈대 위해 현대의 디테일이 보기 좋게 조화를 이뤘다.

 
INFORMATION
PLACE 세종특별자치시 고운한옥1길 8

WEB mannamill_sejong
 

 

PERIDES HIGHEND

전에 비슷한 곳을 본 적이 있다. 〈에스콰이어〉 10월호에 소개된 베르사유궁전 내부 호텔 레스토랑 ‘캐비닛’이 떠올랐다. 창밖으로 궁전 뷰가 아닌 시티 뷰가 펼쳐진다는 점만 두드러지게 다를 뿐, 2970m²가 넘는 공간 곳곳은 궁 안의 레스토랑처럼 화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바닥에는 레드 카펫이 멀리까지 펼쳐져 있고, 천장에는 샹들리에와 바로크풍의 거대한 천장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쪽에는 단상 위에 그랜드피아노가, 그 옆으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표현한 듯한 조형물이 가득하다. 수백 명은 거뜬히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지만, 수용 가능 인원을 160명으로 한정했다. 테이블 간격을 넓혀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INFORMATION
PLACE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해안로 172 스타테라스 10층

WEB perides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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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GRAPHER 박기훈/ 조혜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