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S를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는 무엇?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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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QS를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는 무엇?

무엇을 기대하건 그 이상을 보여주는 EQS를 세 가지 키워드로 파헤쳤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진귀한 경험이 시작된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3.01
 
 

AERODYNAMICS

둥글다. 어느 각도로 봐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양산 모델 중 이렇게 둥근 형태의 차가 있었나 싶은데, 전면부 그릴이 특히 그렇다. 흔히 자동차를 디자인할 때 직선을 사용하면 중후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곡선을 사용하면 미래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풍긴다고 이야기한다. ‘회장님 차’로 불리는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이자 전기차 라인업의 꼭대기를 지키는 EQS가 직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굴곡진 디자인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인 고든 바그너의 말처럼 ‘주름의 시대’는 정말 끝난 걸까?
공기저항 때문이다. 일상생활 중엔 공기저항을 실감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속도를 다투는 영역에선 공기저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선수가 썼던 매끈한 헬멧을 떠올려보자. 1000분의 1초를 다투기 위해 특수 제작된 그의 헬멧은 시속 130km가 넘는 속도로 슬라이딩센터를 내려갈 때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항공기 제작에 쓰이는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사용했으며 ‘풍동 실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했다고 전해진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포뮬러1 레이스카를 만들 때 엔지니어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도 공기저항에 관한 것들이다.
풍동 실험이 중요한 이유다. 물체에 가해지는 공기저항 정도를 측정하고 개선점을 찾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헬멧 같은 작은 물체가 아닌 EQS를 테스트하기 위해선 거대한 ‘윈드 터널’이 필요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대부터 풍동 실험 데이터를 이용한 자동차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지난 2011년 독일 진델핑겐에 새로 만든 윈드 터널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위해 영하 40℃  부터 영상 60℃까지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거대한 프로펠러를 사용해 시속 265km로 달릴 때 발생하는 수준의 공기저항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수백 번의 테스트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스스로 세운 낮은 항력계수 기록을 재차 경신해왔다.
그러니까 EQS가 양산차 최초로 ‘0.20cd’라는 경이로운 ‘항력계수(Coefficient Drag)’를 달성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S클래스는 0.24cd, 투박한 G 63은 0.55cd였다. 유체 밀도, 속도, 단면적, 유체 저항력을 이용해 산출하는 항력계수 계산식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항력계수가 낮은 차는 그렇지 않은 차에 비해 공기저항을 덜 받는다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항력계수가 10% 낮아지면 연료효율이 3~5% 향상한다고 보는데 고작 5%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년 평균 주행거리를 2만km로 잡았을 때 5%는 1000km다. 전기 한 방울 쓰지 않고 1000km를 더 달리는 셈이다. 연비 외에 낮은 항력계수로 얻는 장점은 하나 더 있다. 정숙성이다. 고속으로 달릴 때 발생하는 풍절음의 원인은 공기저항이다. 이중 접합 유리나 방음재를 사용해 차단할 수 있지만 차가 무거워진다. 이때 항력계수를 개선하면 풍절음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는 풍동 실험을 할 때 400개의 마이크를 이용해 차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미세한 영역까지 모니터링한다. 유독 소음이 발생하는 부분을 찾기 위해서다.
항력계수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캡 포워드(Cab Forward)’ 디자인에서 잘 드러난다. EQS는 엔진 룸, 캐빈 룸, 트렁크 룸을 각각 구분하는 전통적인 ‘3박스’ 세단 형태를 버리고 캐빈 룸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렇게 하면 A필러를 한껏 뒤로 눕힐 수 있어 날렵한 루프 라인을 만든다. 이는 직사각형에서 원통형, 물방울형으로 바뀔수록 항력계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옆에서 봤을 때 EQS는 물방울 모양에 가깝다. 무 썰듯 깡총하게 처리한 뒷모습 또한 차체 뒤쪽으로 발생하는 와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캡 포워드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EQS는 보닛 면적이 작아진 탓에 S클래스처럼 다른 차를 압도하는 듯한 강한 존재감을 뽐내긴 어렵다.
 
번호판에서 앞유리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보라. 이런 차는 EQS가 처음이다.

번호판에서 앞유리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보라. 이런 차는 EQS가 처음이다.

190여 개의 LED로 구성된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컬러로 실내 분위기를 꾸민다. 귀찮을 땐 오토 기능을 활용하자.

190여 개의 LED로 구성된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컬러로 실내 분위기를 꾸민다. 귀찮을 땐 오토 기능을 활용하자.

 

MBUX HYPERSCREEN

“이야, 차에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놨네!”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 건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전기차의 상용화가 불러온 변화다. 약속이라도 한 듯 점점 커지는 디스플레이 경쟁에 메르세데스-벤츠가 종지부를 찍었다. 2021년 1월, ‘2021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14인치도 아니고 141cm짜리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것. 왼쪽 송풍구부터 오른쪽 송풍구까지 하나로 이어진 ‘MBUX 하이퍼스크린’은 계기반 디스플레이(12.3인치)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17.7인치), 동승석 디스플레이(12.3인치)를 하나의 패널로 묶은 형태다. ‘발열 현상이 심하고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양산 제품이 아니라 콘셉트 제품이다’ ‘운전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우린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사용자 경험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알맞은 크기와 기능, 비율을 지닌 스크린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고객 기반 디지털 사고의 실현을 위해서 말이죠.”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총괄(CTO) 사자드 칸(Sajjad Khan)의 말이다. EQS의 운전석에선 2세대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가 선사하는 수많은 편의 기능을 즐길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제로 레이어’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MBUX가 알아서 메뉴 위쪽으로 옮겨준다. 이때 위치, 온도, 날짜와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어떤 운전자가 퇴근길 저녁 7시에 한남대교를 지나며 시트 마사지 기능을 자주 작동했다면 MBUX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19시, 한남대교, 마사지 시트’를 인식해 조건이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해당 기능을 메뉴 상단에 노출한다. 마치 개인 비서가 옆자리에 탄 것처럼 말이다.  
디스플레이 왜곡과 시인성 문제도 해결했다. 낮과 밤만 구분해 디스플레이 밝기를 조절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실시간으로 외부 광량을 측정해 적절한 디스플레이 밝기와 테마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쉽게 설명하면 터널을 통과할 때, 주차장에 들어갔을 때, 흐린 날 주행할 때를 전부 다르게 구분한다는 뜻이다. 또한 3중 코팅 공정과 650℃ 몰딩 공정을 거친 3차원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일정한 선명도를 확보한다. 참고로 EQS에 들어간 OLED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47인치 곡면 일체형 커버 유리는 ‘제이앤티씨’라는 국내 기업 제품이다.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공기저항에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 EQS가 정작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뭐죠? 하이퍼스크린이 있으니 디스플레이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요.” 예리한 질문이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다 계획이 있다. “에너지 효율이 낮습니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해서 얻는 공기역학적 효율을 항시 작동해야 하는 실내 디스플레이가 까먹으니까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CEO의 말이다. EQS는 운전자의 시선을 분석해 일정 시간 이상 쳐다보지 않는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어둡게 하거나 끄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아끼지만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안전상 그럴 수 없다.
 
로프가 꼬여 있는 듯한 3D 헬릭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간결하면서 멋스럽다.

로프가 꼬여 있는 듯한 3D 헬릭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간결하면서 멋스럽다.

 

REAR AXLE STEERING

뒷바퀴가 좌우로 움직인다. 후륜조향 시스템(Rear Wheel Steering)은 브랜드마다 명칭이 조금씩 다를 뿐 포르쉐, 아우디, 제네시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그중 메르세데스-벤츠의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특별한 이유는 조향각이 10도나 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시속 60km 미만으로 달릴 땐 앞바퀴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뒷바퀴가 움직인다. 이렇게 하면 차의 회전반경을 줄여 민첩해지는 효과를 낸다. 덕분에 유턴할 때의 움직임이 대형 세단이 아니라 두세 체급 아래인 준중형 세단처럼 느껴진다. 고속으로 달릴 땐 다르다.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가 최대 2.5도 따라 움직여 차선 변경을 하거나 긴 코너를 돌아 나갈 때 휠베이스가 늘어난 것처럼 차의 안정성을 높인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1960년대 고안됐으며 1980년대엔 일본 브랜드를 중심으로 쓰인 적이 있다. 당시엔 ‘4WS(Four Wheel Steering)’로 불렸는데 기계식 제어 방식이라 차의 무게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구조가 복잡해 잔고장이 많았다. 그랬던 후륜조향 시스템이 다시 주목받게 된 까닭은 높아진 기술 완성도 덕이다. 비결은 전자식 제어다. 구동축에 부착된 센서와 전자 제어 모듈 장치의 협응은 차의 속도, 운전대 각도를 분석해 0.1도 단위로 뒷바퀴 방향을 조절한다. 도로 폭과 주차 공간 규격은 그대로인데 차가 점점 커지는 요즘 특히 유용하다. 좁은 공간을 빠져나오거나 통과할 때 뒷바퀴를 조금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운전자는 쾌적함을 체감할 수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메르세데스-벤츠가 EQS의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구독제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4.5도까지 움직이는 건 기본 사항이지만, 10도까지 조향하려면 연간 489유로를 지불해야 하는 식이다. 독일에선 3년 약정 시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선보였다. 사실 자동차 브랜드의 구독 서비스는 EQS 전에도 존재했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진보된 자율주행 시스템 ‘FSD(Full Self Driving)’를 사용하기 위해선 매달 199달러를 구독료로 내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원격 업데이트를 이용한 기능 업그레이드는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구독 서비스 도입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MERCEDES-BENZ EQS 450+ AMG LINE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1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333마력
최대 토크 57.9kg·m
가속력(0→100km/h) 6.2초
주행 가능 거리 478km
가격(VAT 포함) 1억7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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