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이달의 책 | 에스콰이어코리아
LIFE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뽑은 이달의 책

중쇄를 거듭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골랐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3.03
 

More Copies, Please! 

 
0

0

 
1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 호크니/ 한길사
대부분은 호크니를 ‘생존 작가 중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린 작가’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호크니는 미술사학에 밝은 이론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미술사의 자취에 크게 기여한 부분은 15세기에 유럽 미술계가 급격하게 자연주의로 전환한 원인을 설명한 일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 1300년대부터 1839년에 이르는 회화의 ‘대장벽’을 세워두고 현대의 화가들이 모르는 거장들의 테크닉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읽어냈다. 특히 1430년을 기준으로 플랑드르 지역에서부터 사진처럼 생생한 유화를 그리는 ‘거장의 기술’이 점차 퍼져나갔다고 주장했다. 그 기술의 정체는? 바로 카메라루시다와 카메라옵스큐라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암실에 구멍을 뚫고 그 반대편 벽에 캔버스를 가져다 두는 일이다. 캔버스에 암실 바깥의 상이 거꾸로 맺힌다. 그 상에 따라 회화를 완성한다. 이 기술이 있었기에 사진 수준의 완벽한 표현이 가능했고, 이 기술이 자연주의의 전환을 불러왔다는 혁명적인 주장이 호크니의 자연주의 전환에 관한 설명이다. 〈명화의 비밀〉은 호크니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림을 보며 어떻게 화가들이 사진에 가까운 정확하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도 빨리 그려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시점부터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4세기에 걸친 회화 대장벽의 비밀을 모두 파훼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가끔 ‘설마 번역이 되었을까?’ 싶어 찾을 때마다 한길사의 고마운 이름이 눈에 띄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박세회
 
2 〈목소리 순례〉
사이토 하루미치/ 다다서재
또렷한 사진은 아니다. 초점이 흔들렸고 노출값도 잘못됐다.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 있지만 역광인 탓에 실루엣만 간신히 보인다. 그러나 두 개의 검은 눈동자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때 강아지는 으르렁거리고 있었을까 낑낑거리고 있었을까? 사진가이자 책의 저자 사이토 하루미치가 보는 세상은 사진과 닮았다. 선천성 난청으로 두 살 때 청각장애인이 된 그는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입술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독순술’을 익힌 덕에 미세한 표정 변화를 캐치해낼 만큼 관찰력이 뛰어난데, 이런 장점을 살려 ‘소리를 담는 사진가’의 길을 택했다. 그에게 대화란 단순히 음파를 주고받는 형태가 아니다. “내 손이 그들의 몸에 닿는다. 피부와 피부가 접촉하는 곳에서 서로의 체온이 오고 간다. 그 접촉면이 우리가 대화하는 자리가 된다”고 말하며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려 애쓴다. 근위축증을 앓고 있지만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는 레이코, 스모 선수였지만 경추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무네오의 사진을 찍어주며 주고받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이유는 그 일상을 살기 위해 그가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해왔는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채연
 
3 〈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사월의책
만약 당신이 해외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필시 ‘유대인’이라는 인종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저들은 대체 어떤 이들이기에 세계 어디에나 있으며 그 혈통만으로 늘 미묘한 코미디를 자아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만약 당신이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어째서 저들은 폭력을 자행하고도 ‘반유대주의’라는 혐의를 만능 재갈처럼 휘두르며 늘 자신들을 피해자로 포지셔닝하는 걸까? 유대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기원전 유다왕국의 후손이라 믿는 사람이다. 이들은 신의 징벌로 자신들의 조상이 무려 2000여 년 동안 유랑 생활을 했다고 믿으며, 결국 20세기에 다다라 되찾은 고향이 이스라엘 땅이라 믿는다. 모든 명제를 굳이 ‘믿는다’고 표기한 이유는 슐로모 산드 같은 역사가가 그 모두를 조목조목 반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역사 인식이 집단 동질성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성서를 역사서로 짜깁기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 이런 믿음을 강화한다면, 계속 이스라엘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비유대인을 차별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면 국가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 경고한다. 풍부한 사료가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며, 한편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측면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이토록 차별에 무감각한 것도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식으로.
오성윤
 
4 〈Moment by moment, We Say ‘No Concept But Good Sense’〉
김원중·박지운/ 보스토크프레스
2015년으로 기억한다. 누군가 “바지 예쁘네. 근데 기장 짧겠지?”라고 말하길래 ‘아니, 어떻게 바지 기장이 짧을 수가 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김원중이 있었다. 2013년 아시아 남성 모델 최초로 프라다 무대에 오르며 이름을 알린 그가 어째서 평범한 브랜드의 옷을 입는지 내심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동료이자 동업자이고 1987년생 동갑내기인 박지운과 함께 만든 패션 브랜드 ‘87MM’의 지향점이 ‘일상’에 있기 때문이다. 10주년 기념 브랜드 북에서 그는 “담백하고 유연한 옷을 통해 패션에 관심 갖는 이들의 시작이 되고 일상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꿈꾼다”며 길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함이 브랜드의 자양분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지도를 이용해 브랜드를 띄우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2014년 파리 컬렉션 쇼룸 비즈니스 참석을 시작으로 2015~2017년 매 시즌 서울컬렉션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컬렉션 주제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담아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87MM만의 이야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팔칠엠엠’ 폰트를 무료로 공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컬렉션에 영감을 준 오브제와 풍경, 장소를 담은 사진으로 꾸며진 브랜드 북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김원중과 박지운의 머리 속에 들어간 것처럼 87MM이 추구하는 콘셉트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느껴진다.
박호준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