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캄팔라(Uganda Kampla) - 진자(Jinja) - 엠벨레(Mbele) -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Ethiopia Addis Ababa) - 징카(Jinka) - 도르제(Dorze)
처음 원지의 하루를 보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번개 맞은 듯한 머리에 투박한 뿔테 안경을 낀 채 독특한 억양으로 “오께이오께이, 예쓰예쓰!” “엄머엄머” “머선일이고”를 쉴 새 없이 외친다. 음식이 나오면 “요고 요고 맛있는 고”라며 현란한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한다. 그러나 혼란은 잠시다. 곧 당신은 그녀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말 테니까.
원지의 이력은 독특하다. 플랫폼 스타트업을 창업해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유튜버 양성 사업을 했다. 그 시절 찍은 브이로그들을 보면 서투름이 묻어나는 날것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지만, 여행객이 아닌 우간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생생하고 흥미로운 시작이 묻어 있다.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레게 머리를 시도하고 아프리카 화장품으로 화장을 하거나, 할리우드 촬영팀이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온 현장을 팔로우업 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 이후에도 에티오피아, 나미비아 등을 방문해 아프리카 콘텐츠를 탄탄히 다졌다. 에티오피아 부족민들과 움막에서 낮술을 걸치다 광란의 한국식 파도타기를 시전하더니 다 같이 덩실덩실 막춤을 추는 영상이 그 시절 그의 하이라이트다. 이후 본격적인 전업 유튜버가 되어 전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하면서는 콘텐츠의 활로가 다양해졌다. 그리스 장수촌 찾아가기, 인도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효도하기, 오스트리아에서 난데없이 요들송 배우기 등의 콘텐츠가 원지의 엉뚱한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영상이다. 귀농 일기와 목수로 일당 벌어보기 등의 국내 콘텐츠를 보면 그 매력만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보다 보면 당신도 따라 하고 있으리라. “요고 요고 재밌는 고.”
이집트 카이로(Egypt Cairo) - 레바논 베이루트(Lebanon Beirut) - 요르단 암만(Jordan Amman)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Riyadh) - 알하사(Al-Ahsa) - 제다(Jeddah)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그 사실을 나만 몰라! 소위 말하는 ‘하하버스’ 세계관으로 여행 유튜버를 빚는다면 아마도 초마드가 탄생하지 않을까? 아이돌처럼 하얗고 중성적인 외모에 나긋나긋한 태도, 상냥한 말투를 지닌 초마드는 중동 지역을 여행하면서 뜨거운 환대를 받는 콘텐츠로 일약 스타 유튜버가 된 인물이다. 어찌나 환영받는지, 빠니보틀과 같은 장소를 방문했을 때 현지 상인들이 빠니보틀에겐 비싸게 팔았던 물건을 초마드에게는 선물을 주는 등 상반된 반응을 보여 한국의 유머 게시판에 인기리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초마드의 유튜브를 외모로 사랑받는 콘텐츠로만 본다면 오해다. 그의 유튜브엔 중동 사람들이 고마움을 표시한 각종 댓글들이 달려 있는데, 그들의 국가를 존중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다. 초마드는 무뢰한에게 캣콜링을 당하는 모습 뒤에 평범한 시민의 감사한 호의를 보여준다. 길거리의 난장판을 보여주다가도 모스크에서 고요히 기도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담는다. 고색창연한 유적들을 비추고 그 이면에 현대적인 쇼핑몰이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 여행 중인 국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려는 그의 노력이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국가들에서 여행자들은 호객꾼, 사기꾼, 캣콜링, 비위생적인 시설 같은 불쾌한 경험을 겪는다. 여행 유튜버가 이를 콘텐츠로 어떻게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 많은 유튜버는 불쾌의 경험을 더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길을 택했고, 간혹 같은 이유로 위험한 여행을 권한다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그렇기에 초마드의 균형감은 각별하다. 그가 본 세상은 반드시 환하지도 어둡지도 않은, 호의와 위험이 뒤섞인 곳이리라. 다만 그 속에서 세계가 아름답다는 그의 믿음이 더욱 빛난다.
일본 이코마(生駒市) - 나가하마(長浜市) - 고치(高知市) - 교탄고시(京丹後市) - 가나자와(金澤市) - 야마가타(山形市)
향토 요리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오사카 7년 차인 안짱은 구석구석 소도시를 다니는 여행가이자 재래시장과 노포를 사랑하는 애주가다. 안짱이 주로 다니는 건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고치 재래시장에서 참치 짚불구이에 맥주를, 가나자와 수산시장에서 백고동 오뎅에 뜨거운 히야오로시 사케를 마시고, 센다이에서 미나리를 뿌리째 한 대접 데쳐 먹고 두툼한 우설구이를 베어 물며, 눈 쌓인 도호쿠에서 쌀과 유청을 먹여 키운 야마가타산 돼지고기에 감탄한다. 그만큼 안짱은 향토 음식과 술에 있어서 진심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도로가와 온천마을의 가맥집에서 꼬치에 끼워낸 은어구이를 뜯는 에피소드다. 주인 할아버지가 자꾸 반찬을 내주어 결국 백반 한 상을 먹어버리는 장면에서 소박하고 오래된 것들에 대한 안짱의 애정이 느껴진다.
먹방만 하는 건 아니다. 절에 향을 피우고, 유자를 따고, 전통 종이를 만들고, 에도 시대의 무사마을과 전설 속 산을 찾아간다. 안짱은 다른 여행 유튜버들과 달리 자신이 적극적인 내레이터로 등장하지 않고 자막을 사용해 구독자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준다.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을 서정적으로 적어내는 기록자이기도 하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만큼이나 햇빛에 드리운 창호의 빗살무늬 그림자, 먼 하늘에 날아가는 새 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에도 시선을 둘 줄 안다. 음악을 절제하고 정적과 바람과 기차 소리, 물 흐르는 소리를 담을 줄 안다. 백색소음이 시골 풍경을 감싸면 소란하던 마음이 잦아든다. 편당 러닝타임이 거의 단편영화에 가까울 만큼 길지만, 충성스러운 구독자들은 기꺼이 그의 세계를 만끽한다. 마음을 느긋하게 두고 한 편을 다 감상해보시길. 당신 역시 그를 사랑하게 될 테니까.
태국 방콕(Thailand Bangkok) - 치앙마이(Chiang Mai)) - 빠이(Pai)) - 끄라비(Krabi)
어쩌다 나는 태국에 살게 된 걸까. ‘가든의 세계여행’의 재생 목록 제목이다. 파리에서 스냅 사진가로 일하던 그는 동남아에 휴가를 갔다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닥뜨린다. 파리에서 진행 중이던 일이 모두 취소되고, 한국에 들어가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그는 태국에 눌러앉기로 한다. ‘방콕에 갇힌 세계여행자의 현재 상황’으로 시작한 영상이 이제는 68개가 됐다. 팬데믹으로 인해 한 청춘이 이국 땅에 강제로 머물게 된 재난 상황 1년의 기록인 셈이다. 그토록 북적거리던 카오산로드가 얼마나 한적해졌는지, 사람이 넘쳐나던 클럽과 술집들이 얼마나 부지기수로 문을 닫았는지 그는 기록한다. 한 끼 500원으로 연명하며 자조적이지만 발랄함을 잃지 않는 내레이션을 이어가다 90일 차에는 돈이 바닥나는데, 이때쯤 그의 난처한 상황이 입소문이 나 구독자가 붙으며 살림살이가 나아진다. 그러자 그는 생존 영상이 아닌 여행 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여전히 지갑 사정은 궁하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게 한적해진 태국을 누빈다. 치앙마이에서 선데이마켓을 가고 구독자를 만나 식사도 한다. 머리도 자르고 신발 밑창이 떨어지면 접착제를 산다. 빠이에서는 스쿠터를 빌려 털털 달리고, 끄라비에선 수영을 즐긴다.
이 청년의 생존기이자 여행기를 지켜보게 되는 까닭은, 가든은 저렴한 여행을 지향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좋은 태국 가이드이자 놀라울 정도의 낙천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황 속에서도 방콕에서 가장 싸게 국수를 먹을 수 있음에 기뻐한다. 내가 아는 모든 여행 유튜버 중에 그는 가장 많이 웃는 유튜버다. 여전히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가든은 지금 방콕살이를 무사히 마치고 스페인을 여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