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 e트론 GT를 관통하는 키워드 5개 | 에스콰이어코리아
CAR&TECH

아우디 RS e트론 GT를 관통하는 키워드 5개

아우디가 말하는 ‘기술을 통한 진보’는 당신이 익숙한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 RS 이트론 GT에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되어 있음에도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놀랍도록 익숙한 이유다. 그 이유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살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4.01
 
 
BEYOND  QUATTRO
아우디는 ‘콰트로’를 넘어선 지 오래다. 1986년, 핀란드 카이폴라에 위치한 피카보리 스키점프대를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 덕에 아우디의 기계식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는 일약 스타가 됐다. 지난 2016년 아우디는 ‘콰트로 울트라’를 선보였다. 마치 전방 도로 상황을 차가 미리 살피고 대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예측형 콰트로’라고도 불린다. 예측을 위해 카메라나 레이더를 사용하는 건 아니다. 휠 안에 센서를 부착해 1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상태와 접지력을 모니터링한다. 어느 바퀴 하나가 헛돌거나 접지력을 잃으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네 바퀴의 동력을 재분배하다 보니 운전자 입장에선 차가 노면 상황을 예측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땐 연비 향상을 위해 앞바퀴로만 달리는 영리함도 갖췄다.
RS 이트론 GT는 콰트로 울트라보다 반응 속도가 더 빠르다. 아우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트론 GT에 들어간 전자식 콰트로는 자사의 기계식 콰트로보다 약 5배 빠르게 구동력을 배분한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보닛 아래 엔진에서 흘러나온 출력을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네 바퀴로 전달하던 게 기존 방식이라면, RS 이트론 GT는 앞뒤 구동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장착해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하는 기계식 전달보다 빠르게 전자 신호만으로 앞뒤 바퀴의 회전수를 제어한다.
재빠른 접지력 확보로 얻는 장점은 주행 안정성 외에 하나 더 있다. 발진 가속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바퀴가 헛도는 걸 ‘휠스핀’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강한 토크가 타이어에 전해졌을 때 주로 발생한다. 휠스핀이 심하면 차가 좌우로 크게 요동치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다. 다시 말해, 최고 출력이 1000마력이더라도 바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총알같이 튀어나가는 재빠른 발진 가속은 요원하다. 하지만 RS 이트론 GT는 개선된 콰트로 시트템 덕에 84.7kg·m라는 무시무시한 토크를 왈칵 쏟아내면서도 휠스핀이 거의 없다.
 
 
CERAMIC  BRAKE  SYSTEM
역동적인 운전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엔진보다 브레이크를 먼저 살핀다. 가속이 느리면 조금 답답할 뿐이지만, 제동이 느리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데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고 가정해보자.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더라도 관성에 의해 차는 30m가량 더 나아간 후 멈춘다. 이때 앞차보다 1cm만이라도 떨어져 멈출 수 있다면 차체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전광판이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쉴 새 없이 번쩍이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차는 가속 성능보다 제동 성능이 더 우수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초가 걸린다면, 시속 100km에서 정지까진 4초가 걸리는 식이다.
문제는 고작 3.3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 RS 이트론 GT 같은 차다. 최고 598마력을 내는 고성능 차량은 일반적인 브레이크로는 제어가 어렵다. 아우디가 선택한 해결책은 ‘세라믹 브레이크’다. F1 레이스카를 비롯해 빠르기로 소문난 고성능 자동차 중 열에 아홉은 세라믹 브레이크를 장착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열이다. 브레이크는 크게 디스크, 패드, 클리퍼로 나뉘는데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클리퍼 안의 피스톤이 패드를 압박해 디스크를 움켜쥔다. 그 과정에서 마찰열이 발생하는데 급가속과 급제동을 3~4번만 반복해도 디스크의 표면 온도는 400℃까지 달아오른다. 열이 쌓이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 ‘페이드(fade) 현상’이 발생한다. 일상 주행 중엔 페이드 현상을 경험할 일이 드물지만 차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서킷에선 흔한 일이다. 보통의 주철 브레이크는 서킷을 2~3바퀴만 돌아도 제동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지만 소재 특성상 열에 강한 세라믹 브레이크는 끄떡없다. 두 번째 이유는 무게다. 세라믹 브레이크는 주철 브레이크보다 약 5kg 가볍다. 고작 5kg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서스펜션 아래, 즉 현가하질량(Unsprung weight)이 5kg 줄어든다는 건 차의 다른 부위에서 20kg을 덜어내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냅니다.” 아우디 프로덕트 매니저의 말이다. 많은 스포츠카 브랜드가 신모델을 출시할 때 “놀랍게도, 무게를 15kg이나 줄였습니다!”라고 자랑하는 걸 떠올려보면 세라믹 브레이크로 얻는 중량 감소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세라믹 브레이크의 유일한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앞뒤 바퀴에 전부 장착하려면 1200만원이 넘는다.
 
파란색 X자 모양의 디테일은 이트론 GT만의 시그너처다. 시동을 걸면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좌우로 물결치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파란색 X자 모양의 디테일은 이트론 GT만의 시그너처다. 시동을 걸면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좌우로 물결치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GEARBOX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다.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변속기가 쓰인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내연기관 엔진은 실린더의 개수와 크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양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야만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중요한 건 차를 출발시킬 때다. 항속 주행할 때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이때 변속기는 기어의 비율을 크게 조정해 엔진에서 나온 토크를 증폭시켜 바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어 비율이 높은 저단에서 출발해 기어 비율이 낮은 고단으로 변하는 자전거의 주행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전기차는 다르다. 전기모터는 밟는 즉시 최대 토크를 뿜어내 기어 비율의 조절이 필요치 않다.
예외는 있다. RS 이트론 GT다. 2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10km까진 1단 기어가 담당하고 그 이후엔 2단 기어가 바통을 이어받아 가속을 이어간다. 다른 전기차가 시속 160~200km에서 급격히 힘이 빠지는 것과 달리 RS 이트론 GT는 변속기 덕에 시속 250km까지 거뜬히 속도를 높인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차이는 있다. 효율, 승차감, 다이내믹 총 3개의 드라이브 모드 중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해야만 앞서 말한 ‘가속 최적화’를 경험할 수 있다. 승차감 모드로 달리다가도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단에서 1단으로 기어를 바꿔 문다.
여기까지 들으면 자연스레 궁금증 하나가 떠오른다. 저단 기어를 이용해 가속력을 높였다면, 고단 기어를 이용해 주행 가능 거리를 연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의 9단 변속기나 포드의 10단 변속기의 고단 기어는 항속 주행 시 연료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아우디는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전기모터의 경우 일상 주행의 영역에선 변속기의 유무가 에너지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실험 결과가 있거든요”라는 답을 내놓았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단단한 하체는 세라믹 브레이크와 맞물려 믿음직스러운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단단한 하체는 세라믹 브레이크와 맞물려 믿음직스러운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ELECTRONIC SOUND
전기차를 타고 골목길을 지날 땐 퍽 불안하다. 엔진 소리나 배기음 소리가 없어 지나치게 조용한 탓이다. 뒤에 차가 있는 줄 몰랐다가 화들짝 놀라 비켜서는 보행자를 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과 북미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전기차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리를 내도록 규제한다. 우리나라 역시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제안해 2018년부터 시행한 기준에 따르면 EV 및 하이브리드 모델은 시속 20km 이하로 움직일 때도 반드시 일정 수준 이상의 경고음을 내야 하며 속도에 비례해 데시벨이 커져야 한다.
RS 이트론 GT는 이 기준에 맞추면서도 운전자의 즐거움을 최대화한 경고음 발생 장치를 달고 나왔다. 보닛과 트렁크 하단에 위치한 2개의 스피커가 외부로 소리를 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행자가 듣는 소리와 운전자가 듣는 소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이트론 GT의 ‘e-사운드’를 개발한 사운드 엔지니어 루돌프 할브마이어(Rudolf Halbmeir)와 스테판 지셀(Stephan Gsell)은 외부용과 내부용으로 각각 32개의 오디오파일을 만든 후 주행 속도에 따라 서로 다른 조합으로 소리를 내도록 조율했다. 운전자에겐 저역대 주파수를 이용해 묵직한 소리를, 보행자에겐 보다 높은 영역대의 주파수를 이용해 차의 존재감을 알린다. 가장 ‘아우디스러운’ 소리를 찾기 위해 일반인 130명을 초청해 자신들이 조율한 소리를 들려주고 의견을 수렴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무선조종 전동 헬리콥터, 전동 핸드 드릴 심지어 플라스틱 파이프 안에서 울리는 바람소리까지 사용한 이트론 GT의 e-사운드는 UFO 소리처럼 앙칼진 소리를 내는 포르쉐 타이칸과 달리 중저음의 안정적인 소리를 낸다. 이트론 GT는 모델명에 적어놓은 것과 같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를 지향하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안정적인 사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소리를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효율 모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소리만 내뿜지만, 다이내믹 모드에선 2개의 외부 스피커와 16개의 내부 스피커가 전부 작동해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한다.
 
R8과 닮았다. RS 이트론 GT는 전면 그릴과 범퍼를 전부 카본과 블랙 패널로 덮어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R8과 닮았다. RS 이트론 GT는 전면 그릴과 범퍼를 전부 카본과 블랙 패널로 덮어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BRAKE BY WIRE
“이건 그냥 내연기관 차예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RS 이트론 GT를 리뷰한 어느 유명 자동차 유튜버의 말이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이 가장 큰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은 ‘회생제동’이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해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속도가 줄어든다.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다시 배터리로 돌려보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몇몇 브랜드는 강력한 회생제동 시스템을 강조하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일상 주행이 가능한 ‘원 페달 드라이빙’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홍보한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2020년부터 회생제동 정도를 운전자가 개별적으로 조작할 수 없도록 업데이트했다. 회생제동이 싫으면 테슬라를 타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아우디는 정반대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더라도 회생제동의 작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브레이크 시스템과 회생제동 장치를 하나로 묶었다. 포뮬러e에서 갈고닦은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Brake by Wire)’ 기술이다. 기존의 유압식 브레이크와 달리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는 전자 신호로 제동을 제어한다. 운전자는 그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뿐이지만, 차는 브레이크 페달에 가해진 압력과 진행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회생제동을 사용할지 브레이크 패드를 사용할지 판단한다. 이렇게 하면, 회생제동을 이용한 제동에서 브레이크를 이용한 제동으로 넘어가는 순간 느껴지던 이질감이 대폭 줄어든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는 0.3G(중력가속도) 이내의 제동 상황에서 90%에 가까운 에너지 회수율을 실현한다. 쉽게 말하면, 일상 주행 중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제동 상황에서 에너지를 아낀다는 이야기다.
 
 
AUDI RS e-TRON GT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2단 자동 
최고 출력 598마력 
최대 토크 84.7kg·m 
가속력(0→100km/h) 3.3초 
주행 가능 거리 336km 
가격(VAT 포함) 2억632만원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