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취미 PART 2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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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취미 PART 2

“취미가 뭐라고요?” 여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늘 되물음을 받는다는 사람들. 그들에게 당신의 취미가 무엇인지, 그 어디에 묘미가 있는지, 정연한 언어로 써달라고 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5.04
 
 이정빈 (크림 MD)

이정빈 (크림 MD)

한 세계를 구성하고 다듬는 일, 분재 
‘축소 지향의 일본’이라는 고 이어령 평론가의 이해를 대변하듯, 일본에서 발달한 문화 분재는 일반적인 식물 키우기와 달리 하나의 작은 세계를 구성하는 일이다. 삶과 죽음이 뒤엉킨 세계를. 분재에서 말하는 명목(名木)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결국 그 근본은 타고난 기질을 만개시키면서도 세상이 원하는 심미성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나무를 다듬는 동안 오히려 세상 속의 나 자신에 대해 고요히 생각하게 되는 건 그런 연유다. 구성미와 장식적인 요소에 중점을 둔 꽃꽂이나 이케바나와 달리, 분재 관리는 미적 감각에 더불어 꽤 높은 완력도 필요하다. 틈틈이 자라는 잎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 못난 껍질을 벗겨내거나 웃자란 가지를 끊어내고, 몸통을 긁어 길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분재라고 하면 고즈넉한 취미를 상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 꽤 육체적인 취미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100년가량 살 수 있는 나무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수백 년의 수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17세기 에도막부 시절의 분재가 500년의 시간을 버티고 아직도 도쿄의 황거 안에 귀하게 모셔져 있기도 하니까.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갈 친구를 사귀게 된다는 것, 그런 인연 역시 분재의 큰 묘미일 것이다. 
 

 
 신태섭 (건축 디자이너)

신태섭 (건축 디자이너)

영감을 담는 그릇, 도예
“이게 뭐야?” 시편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도자기를 직접 만들었다고 하면 손때가 묻어나는 찻잔이나 접시를 기대하는 게 보통이니까. 시편은 본래 도예가가 불의 세기나 흙의 상태를 가늠하기 위한 견본을 말한다. 원하는 질감이나 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실험 도구인 셈이다. 매주 토요일 2~3시간씩 공들여 시편만 만드는 사람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내 눈에 시편은 다양한 질감과 색, 기법을 적용해 작가의 감상을 투영할 수 있는 매개체로 보였다. 화가의 흰 캔버스처럼 말이다. 건축가라는 직업적 특성상 땅에 관심이 많았기에 흙이라는 재료와 친숙했다는 점도 시편을 아카이빙 도구로 사용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총 4개의 시편을 완성했는데, 색깔과 질감이 모두 다르다. 특정 지역을 여행한 다음 그곳에서 받은 영감을 시편에 담아냈다. 예를 들자면, 상감기법을 적용한 흰색 시편은 신안 염전에서 가로세로로 땅을 구분 지어 놓은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다. 
 

 
 이경렬 (문화기획자)

이경렬 (문화기획자)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 산보, 탐조
얼마 전 친구들 단톡방에 새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펭귄처럼 등과 머리꼭대기는 까맣고 뺨과 배는 하얀 새였다. 친구는 이렇게 생긴 새는 처음 봤다며 내게 새의 이름을 물었다. 모난형 꼬리에 부리가 뾰족한 걸로 봐서 직박구릿과 쪽일 듯했다. 나는 가방에 있던 조류도감을 꺼냈다. 한국의 흔한 여름철새인 알락할미새였다. 흰색과 검은색이 섞였다는 뜻의 ‘알락’과 꼬리를 흔든다는 뜻인 ‘할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나는 해당 페이지에 적힌 ‘치익-치익’ 운다는 문구를 형광펜으로 칠한 뒤 포스트잇을 붙였다. 여가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으레 새소리를 들으러 뒷동산에 오른다고 말한다. 그러면 ‘낭만파’라는 놀림을 받기 일쑤지만, 사실인데 어떡하겠나. 탐조는 보는 것보다 듣는 게 중요한 활동이다. 새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뭇가지에 앉거나 흙바닥에서 무언가를 쪼아 먹으며 보낸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만 보려 하는 것은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누워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새를 보려면 청각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지저귐이나 날개의 퍼덕임, 총총대며 낙엽을 밟는 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새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탐조는 둔해진 감각을 깨워준다. 한국에 출현하는 조류는 570여 종이라 한다. 평생 이 많은 새를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못 본 새가 수두룩한 탓에 탐조는 늘 기대감을 품게 한다. 또 새는 알면 알수록 놀라운 생명체다. 쌍안경과 조류도감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새를 볼 수 있다. 사랑이 그러하듯, 취미도 편하면서 질릴 틈이 없는 게 제일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쌍안경을 들고 언덕을 오른다. 
 

 
 © 김아영

© 김아영

 김아영 (영상 콘텐츠 제작자)

김아영 (영상 콘텐츠 제작자)

내 몸과 파도 사이를 위한 DIY, 서프 보드 제작
한 번이라도 서핑을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탄다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 서퍼는 파도의 종류와 세기를 읽고, 몸의 무게중심과 보드의 부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미세한 컨트롤로 물살을 갈라야 한다. 그 일련의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금세 물속으로 곤두박질친다. 크기가 작아 부력이 약한 쇼트 보드는 더욱 예민하다. 서퍼와 보드의 호흡이 중요한 이유다. ‘보드가 거기서 거기지’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평평해 보이는 보드지만, 손으로 쓰다듬으며 면밀히 살피면 윗면과 아랫면의 모양과 두께가 저마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물과 맞닿는 밑면은 유체역학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적용된다.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서핑을 선호하면 ‘컨케이브(Concave)’를, 빠른 가속을 원하면 ‘채널(Channel)’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게 바로 내가 직접 보드를 만드는 이유다. 내 몸처럼 마음먹은 대로 부릴 수 있는, 꼭 맞는 보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직접 보드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레 ‘보드가 물에 뜨는 이유는 뭐지?’라는 질문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는 건 덤이다. 모양을 고민하는 동안 자연히 파도와 보드와 몸의 작동 방식을 헤아리게 되고, 그 질문과 생각들은 곧 서핑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이승철 (중고차 평가사)

이승철 (중고차 평가사)

설계와 표현과 육성과 감상의 복합체, 아쿠아스케이핑
처음 아쿠아스케이핑을 시작하게 된 건 어항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아쿠아스케이프 작품을 보고 ‘이런 분야도 있네’ ‘우리 물고기들도 이렇게 예쁜 곳에서 살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발을 들이고 보니 이건 내 정신 건강에 더 크게 작용하는 취미였다. 수조 안을 세심히 매만지는 동안엔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잊고 차분히 내면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니까. 이쯤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지점은 이게 ‘어항 꾸미기’랑 어떻게 다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보편적인 평가 기준을 살펴보는 게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일단 수초를 비롯한 모든 소재가 인공물이 아닌 ‘진짜’여야 한다. 국제 대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작품의 창의성, 관리 용이성, 심미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는데, 즉 미술 행위처럼 표현하는 취미이면서, 뭔가를 키우고 관리하는 취미이고, 또 자연을 감상하는 취미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물론 누군가에게 선물을 안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쿠아스케이프 작품은 고양이에게는 ‘아날로그 TV’가 됐고, 어머니는 외부 여과기 소리가 내는 시냇물 소리에서 평화를 느낀다고 하셨다. 특히 조카가 굉장히 좋아한다고 하니,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꼭 한 번 고려해보시라 권하는 바다.
 

 
 ©  김경국

© 김경국

 김경국 (H&I 이사)

김경국 (H&I 이사)

문명 밖으로의 여행, 부시크래프트
부시크래프트는 불 붙이는 방식에서 따온 ‘부시(bush)’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기술을 뜻하는 ‘크래프트(craft)’의 합성어다. 간단히 설명해서, 기성품 이용을 최소화해 문명 발달 이전 상태로 돌아가 자연을 즐기는 취미를 말한다. 캠핑 내내 나무를 깎아서 가구를 만들고 한 몸 누일 셸터를 짓기도 하면서 끊임없는 노동을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한다. 왜 굳이 이렇게 캠핑을 힘들게 하느냐고. 다 힐링하자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힐링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법이다. 부시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은 성취감과 와일드한 감성을 통한 자기만족이다. 장비가 곧 실력이 되어버린 현대 캠핑 문화를 거슬러 역시 최고의 장비는 사람과 자연이라는 의미를 남기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또 ‘서바이벌’이나 ‘백패킹’ 같은 취미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서바이벌은 ‘야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목적성을 띠는 반면, 부시크래프트는 야생에서 생활하는 과정을 즐기는 문화다. 또 짐을 최소화해 캠핑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백패킹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가 다르다. 최대한 가볍고 작은 것으로 준비해야 하는 백패킹과 달리, 부시크래프트를 위해서는 톱, 나이프, 도끼 같은 장비와 불에 잘 버틸 수 있는 캔버스 천, 스테인리스 식기를 주로 챙겨야 하니까. 그래도 차이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이 사진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얼마 전에 혼자 힘으로 완성한 오두막이다. 완공 이후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곤 하는데, 분명 ‘그래도 되나?’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된다. 캠핑이나 서바이벌이나 백패킹의 범주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부시크래프트라는 취미에서는 이런 게 바로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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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오성윤/박호준
    PHOTO 한정훈/조혜진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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