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집, 쉐보레 타호를 4가지 키워드로 파헤치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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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달린 집, 쉐보레 타호를 4가지 키워드로 파헤치기

바퀴 달린 집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최고의 선택은 쉐보레 타호다. 넉넉한 출력, 성인 7명이 타기에 충분한 실내, 편안한 승차감까지 당신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클리어한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07.03


Body on frame
서로 다른 수백 대의 자동차를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모양과 쓰임새를 기준으로 세단, SUV, 픽업트럭으로 나누거나 엔진을 이용해 직렬 엔진, V형 엔진, 박서 엔진 모델로 분류한다. 혹은 가솔린, 디젤, 전기 등 동력원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에 비해 차체 구조에 따른 분류는 딱 두 가지다.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과 ‘유니보디(unibody)’다.
역사는 보디 온 프레임이 훨씬 오래됐다. 알파벳 ‘H’ 또는 사다리 형태로 하부 프레임을 만든 후 그 위에 비교적 가벼운 목재나 패브릭으로 의자와 지붕 등을 얹어 만들던 마차(馬車)의 생산 과정에서 유래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미니카를 생각하면 보디 온 프레임의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건전지와 모터, 바퀴가 달린 검은 플라스틱 차체 위에 얇은 플라스틱 뚜껑만 씌우면 완성인 것처럼, 보디 온 프레임 역시 프레임 위를 어떤 모습으로 꾸미는지에 따라 세단이 될 수도 SUV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범용성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과거 ‘코치 빌더(coach builder)’가 여럿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치 빌더는 공장에서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이 장착된 차체를 가져온 후 고객의 취향대로 차의 안팎을 만들던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 95% 이상은 유니보디다. 유니보디는 항공기 제작 방식인 ‘모노코크(monocouqe)’에서 비롯됐는데 쉽게 말하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만든 차체를 용접과 구조용 접착제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프레임을 만든 후 그 위에 다시 엔진룸, 지붕, 문 등을 만들어야 했던 보디 온 프레임에 비해 제작 기간이 짧다. 또한 차의 무게를 낮춰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참고로 ‘보디 온 프레임이 사고 시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군용 차량이나 트럭이 보디 온 프레임으로 만들어져 생긴 오해다. 여러 각도의 충돌 테스트를 통해 차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미국의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나 유럽의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가 발표한 평가를 보더라도 유니보디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보디 온 프레임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런데도 쉐보레 타호가 보디 온 프레임을 선택한 건 ‘견인력’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엔진 출력이 높을수록 견인력이 우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힘이 좋더라도 차체 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거운 요트나 트레일러를 견인하기 어렵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 최대 견인 중량과 수직 하중을 초과하는 힘이 차체에 가해지면 차체가 휘거나 부러지는 사고가 날 수 있다. 국산 SUV 중 덩치가 가장 큰 현대 팰리세이드는 유니보디로 만들어졌는데 최대 견인력이 ‘트레일러 패키지’ 옵션을 적용하더라도 2000kg이다. 반면 타호는 3404kg로 약 1.7배 높다. 차와 트레일러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에 작용하는 ‘수직하중’의 차이는 더 크다. 타호는 수직하중을 340kg까지 견디지만 팰리세이드는 고작 100kg 남짓이다. 기본으로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이 항상 차체를 일정한 높이로 유지하므로 트렁크에 무거운 짐을 싣거나 3톤이나 되는 트레일러를 끌더라도 차체 뒷부분이 앞부분보다 눌리는 일은 없다.
 


Suspension System
에어 서스펜션만 적용됐다면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1억원이 훌쩍 넘는 비싼 모델에만 적용되던 에어 서스펜션이지만, 최근엔 제네시스 G90이나 지프 그랜드 체로키 L과 같이 비교적 구매 허들이 낮은 모델에도 쓰인다. 그러나 에어 서스펜션과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이하 MRC)이 함께 들어간 모델은 귀하다. 국내에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쉐보레 타호뿐이다. 둘 중 한 가지만 적용됐어도 눈길이 가는데 둘을 하나로 묶어놨으니 자동차 애호가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이름과 같이 자성을 이용해 댐퍼의 감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내부에 공기를 넣어 작동하는 에어 서스펜션과 달리 MRC는 오일을 넣는다. 그냥 오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자기장에 반응하는 미세 입자를 섞은 오일이다. 어떤 차가 직각에 가까운 코너를 빠른 속도로 진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운전자 입장에선 서스펜션이 단단해야 기우뚱하는 느낌 없이 원심력을 이겨내고 코너를 돌아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MRC가 댐퍼에 자기장을 흘려보내면 금세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원리는 간단하다. 자기장이 흐르지 않을 땐 오일 안에 자유롭게 흩어져 있던 알갱이가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면 자성을 띠며 주변 알갱이와 엉겨 붙는다. 작았던 알갱이가 커지면서 오일의 점성이 높아져 댐퍼의 수직 왕복운동이 보다 많은 저항을 받아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2002년 처음 등장한 MRC는 여러 번의 개량을 거쳤는데 좀 더 정교한 감쇄력 변화를 위해 전자 코일 개수나 댐퍼 용량을 늘렸다.
덕분에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승차감은 보디 온 프레임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보디 온 프레임을 사용한 대형 SUV나 픽업트럭에선 차체 앞과 뒤가 따로 노는 듯한 덜컹거림이 발생한다. 타호는 예외다. 2651kg이나 되는 공차중량과 차체 네 귀퉁이를 떠받드는 에어 서스펜션과 MRC의 조합이 자연스럽고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구현한다. 서스펜션 생김새를 조금 자세히 뜯어보면, 휠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에어 서스펜션이 1차, MRC가 2차로 받아내는 구성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부품을 조화롭게 사용하기 위해 GM은 기존의 서스펜션 제어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손보았다고 밝힌 바 있다. 타호의 승차감은 ‘부드러운데 탄탄해’라는 아이러니가 어떤 느낌인지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국내에는 최상위 트림인 하이 컨트리 트림만 들어왔다. 그래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 약 6000만원 저렴하다. 다소 밋밋해 보이지만, P와 N은 누르고 D와 R은 잡아당겨야 하도록 만들어놓았다. 실수로 잘못 눌러 사고가 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Trailer Assist
“3톤짜리 트레일러를 끌고 있다는 게 믿어지십니까? 가속과 감속이 부드럽죠. 언덕길에서 잠시 멈췄다가 재출발할 때도 차가 뒤로 밀리지 않아요.” 타호 미디어 시승 행사 중 옆자리에 앉은 인스트럭터의 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다. 6.2L 고배기량 V8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트레일러를 매달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엔진 회전수가 조금 높게 치솟긴 하지만 힘이 부친다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타호에는 일반 승용차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엔진 오일 쿨러와 변속기 오일 쿨러가 장착되어 있어 긴 시간 많은 힘을 쓰더라도 과열로 인해 부품이 상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상의 유도선을 이용해 차와 트레일러를 손쉽게 연결하도록 돕는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이나 룸미러로는 보이지 않는 후방 노면 상태를 보여주는 ‘히치뷰 카메라’보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건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이다. 스웨이 현상은 트레일러를 매단 차가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걸 말하는데 큰 차가 고속으로 지나갈 때 생기는 바람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 탓에 차와 트레일러의 무게 균형이 깨질 때 주로 발생한다. 운전자 입장에선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하므로 당황하기 쉽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따라오던 트레일러가 차를 덮치거나 전복되는 큰 사고로 이어지므로 차가 흔들리는 방향과 반대로 운전대를 돌리며 점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급박한 상황이 닥치면 어지간한 운전 실력으로는 제대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타호는 트레일러가 흔들리는 정도와 주행 속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끼기 전에 미리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 기능을 담았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과하게 조작하더라도 스웨이 컨트롤 시스템이 알아서 적절한 수준의 제동 성능만 발휘하는 식이다.  
 
Dynamic Fuel Management
주유소 가기 꺼려지는 요즘이다.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솔린과 디젤 가격이 리터당 2050원을 돌파했다. 타호는 복합 연비가 6.4km/L로 롤스로이스나 페라리 연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90L짜리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더라도 600km를 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덩치가 크고 무거운데 자연흡기 V8 엔진까지 품어서 그렇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약 400km를 달렸을 때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가 11km/L였다는 점이다. 리터당 7.6km인 고속도로 연비보다도 약 150%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타호에 새롭게 적용된 엔진 관리 시스템인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이하 DFM)의 공이 크다.
우리나라 공인 고속도로 연비는 765초 동안 시속 78.2km로 16.4km를 달려 얻은 값을 토대로 한다.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러닝머신처럼 생긴 장치 위에 차를 올려놓고 측정한다. 긴 내리막을 달릴 때나 일정한 속도로 크루징할 때 엔진을 부분적으로 비활성화하는 DFM 기능이 충분히 작용하기 어려운 실험 조건이다. DFM은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AFM)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기술로 항속 주행 중 8개의 엔진 실린더 중 4개를 사용하지 않는 수준에 그쳤지만, DFM은 8개의 실린더를 전부 독립적으로 운용한다. 다시 말해, 8기통짜리 엔진이 필요에 따라 2기통, 4기통, 6기통으로 변한다는 소리다. 여기에 연료 분사 타이밍과 양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더해져 폭발력을 최적화한다.
 


CHEVROLET TAHOE
파워트레인 6162cc V8 자연흡기, 10단 자동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kg·m
가속력(0→100km/h) 6.2초 
가격(VAT 포함) 9253만원 

Keyword

Credit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조해진
    LOCATION 골든쌔들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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