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신사옥부터 한강의 새로운 인공섬까지, 토마스 헤더윅에게 직접 물어본 그의 디자인 세계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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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사옥부터 한강의 새로운 인공섬까지, 토마스 헤더윅에게 직접 물어본 그의 디자인 세계

구글 신사옥을 설계한 디자이너 겸 건축가, 아티스트 토마스 헤더윅의 별명은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지만 그 자신은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무엇에도 전문가가 아닌 채로 일하는 사람.’ 그리고 좀 더 깊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배우는 사람’ ‘협력하는 사람’ ‘세상을 다시 연결하려는 사람’이라고도 소개한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07.26
 
ⓒ Raquel Diniz

ⓒ Raquel Diniz

우선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토마스 헤더윅이라고 한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설립자다.
너무 간략한 것 아닌가?(웃음) 당신은 디자이너이자 발명가, 건축가, 예술가이며, 도시기획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직업이 가장 먼저 나올 지가 궁금했다.
(웃음) 그건 단순하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따로 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의 세계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계를 하나로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우리가 분류한 여러 갈래로 깔끔하게 갈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폭이 좁은 전문 영역, 스스로를 전문가로 부르는 사람들, 자기 영역을 보호하려는 고집 때문에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이 우리를 더 자주 실망시킨다. 나는 스스로를 전문가라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전문가가 아닌 상태로 일하는 것’에 전문가인지도 모르겠다.
기능적이고 복잡한 건축물과 심미적이고 직관적인 조형물은 출발점부터 작동 논리까지 완전히 다른 세계일 테다. 그 사이에서 자유롭게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놀라운 능력이다.
내가 보기에는 모든 것에 저마다의 기능이 있다. 그 정도가 다를 뿐. 내가 작업했던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상당히 기계적인 부분이 있지만, 또 감성적인 측면도 필요했다.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슬픈 감정을 해소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 두 측면 모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헤더윅 스튜디오가 제작한 공공미술 작품 'Tree of Trees'. 버킹엄 궁전 앞에 설치되었으며, 대대적인 점등 행사가 열렸다. ⓒ Jonathan Banks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헤더윅 스튜디오가 제작한 공공미술 작품 'Tree of Trees'. 버킹엄 궁전 앞에 설치되었으며, 대대적인 점등 행사가 열렸다. ⓒ Jonathan Banks

어떤 프로세스로 일하는지도 궁금하다. 최근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에 맞춰 발표한 공공미술 오브제 ‘Tree of Trees’는 디자인에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되어 있더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고.
타임테이블이나 작업 방식은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상하이의 ‘Thousand Trees’는 10년에 걸쳐 작업 중이다. 절반을 지난 크리스마스에 오픈했고 나머지 완공까지는 3~4년이 더 걸릴 예정이다. BIG와 함께 하고 있는 구글 본사는  8년 동안 작업했고, 캘리포니아 베이뷰의 본사 건물을 막 완공했다. 사실 어릴 때 나는,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이 프로젝트를 두고 어쩌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 궁금했다. 저렇게 오래 걸린다면 중간쯤 진행됐을 때 “더 좋은 생각이 났어!” 하지 않을까 하고.(웃음) 하지만 일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시간이 아주 빨리 흐른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처음 세울 때 아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 아이디어를 확신할 수 있도록. 처음에 제대로 된 아이디어와 방향을 설정한 뒤에 그걸 몇 달,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더 발전시키고 구축하는 것이다. 사실 ‘Tree of Trees’는 데드라인이 굉장히 짧은 프로젝트였는데, 그래서 더 특별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영국 여왕이라는 아주 특별한 분을 기리는 프로젝트이며, 전 국가적인 축하 행사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영국에서는 이웃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일상적 정상 범주의 리듬을 깨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점에서 국가적인 행사에도 관심이 많다. 개인화되고 이기적인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여왕이라는 인물은 그렇게 나라 전체를 이어준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한 역할인 것 같다.
토마스 헤더윅이라는 디자이너는 주로 ‘불세출의 천재’라는 뉘앙스로 회자된다. 하지만 지난 인터뷰를 찾아보며 내가 느낀 건, 정작 당신은 늘 ‘팀’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건 내가 디자인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일찌감치 깨달은 부분이다. 많은 학생이 한 공간에 모여 앉아 각자 자기가 더 빛나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건 사실 참 외로운 일이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렇게 하면 건축 프로젝트도 할 수 있고, 버스나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창의적인 집단을 운용하는 것은 개인이 창의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한 일일 테다.
맞다. 한 개인이 뛰어나기는 쉽지만 집단 하나가 창조적이며 뛰어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나는 (집단을 규합하고 이끌기에) 그리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다. 내성적인 사람이다. 리더가 강력한 지도자가 아니라 내성적인 채로 집단 안에서 사람들을 도우려는 건 때때로 이상하게 뒤섞인 양상을 만든다. 그나마 내가 이런 성격이라는 걸 사람들이 안다는 게 도움이 되긴 하는데…. 아무튼 내가 하는 일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흥미에 따라 일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금속 제작자와 일을 할 때는 그가 자신의 뛰어난 기술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길 바라고, 엔지니어와 함께 일할 때는 그가 전에 해본 적 없는 일을 한다고 느꼈으면 한다. 어릴 적 나는 발명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220명의 직원이 헤더윅 스튜디오의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서 대화를 이끌고,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더 놀라운 점은 그런 집단지성의 역량을 굉장히 오랜 시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벌써 30년 가까이 줄곧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 중 하나로 회자되었다. 비결이 뭘까?
‘집단지성’이라는 당신의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어린 시절, 내 아버지는 제도권 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독학으로 많은 걸 익혔는데, 그 덕분에 좀 다른 종류의 지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이 지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사람은 특정 분야에서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지적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찰과 지식을 쌓고 사물을 볼 거라는 사실을 뜻한다. 헤더윅 스튜디오에서는 프로젝트 담당을 나누지 않는다. 디자인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며, 팀원 모두의 발언권이 동등하다. 21년 동안 일한 팀원보다 일한 지 한 달 된 팀원이 더 유용한 생각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니까. 내가 할 일은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겁내지 않고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니까 간단하게 들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텐데.
(웃음) 디자인 리뷰를 할 때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게 내 일이기도 한데, 요즘은 줌 미팅이나 영상통화가 많다 보니 세세하게 살피기가 어렵더라. 누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지, 누가 불만족스러워 보이는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부분도 있다. 가장 힘든 점은, 28년 넘게 스튜디오를 운영했으니 내가 모든 걸 다 알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를 존중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창의적인 사람과 창의적인 사람이 함께 일한다고 해서 꼭 두 배로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 테다. 헤더윅 스튜디오와 BIG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구글 신사옥 프로젝트가 궁금했던 가장 큰 이유다.
BIG와는 이미 친한 사이였다. 건축 공모전 같은 데에서 늘 경쟁하던 사이기도 했으니까. 구글 프로젝트에서도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쟁하는 대신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처음에는 마스터플랜 수립만 함께 하자고 했는데 일이 아주 잘 풀려서 한 팀을 꾸리고, 다섯 개 건물을 만들기로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런던에 구글 본사를 만들고 있고, 베이뷰에 3개의 건물, 마운틴뷰에 있는 찰스턴 이스트에도 건물을 세울 예정이다.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헤더윅 스튜디오와 BIG의 강점에 따라 역할이 나뉘었나? 아니면 헤더윅 스튜디오의 방식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었나?
보통은 업무를 나누게 되지만, 우리는 아이디어를 함께 펼치기로 했다. 설계할 건물은 따로 나누더라도 아이디어는 함께 내는 식으로 작업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동전 던지기를 해야 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개발을 마친 뒤에 정말 많은 양의 설계도를 그려야 했는데, 수천 시간이 걸리게 될 그 일을 어느 쪽에서 할지 정하기 위해 선택한 방편이었다.(웃음) 프로젝트의 어느 아이디어가 어느 쪽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절대 말할 수 없다. 최고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공동의 목표였기에 누가 어떤 부분을 작업했는지 나눠서 말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 아까 말했듯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더 많은 집단지성을 발휘할수록 모든 이들이 동등하게 일해야 한다.
역할을 나눠서 작업하는 방식의 장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우리도 프로젝트의 성격과 협력사의 커리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한다. 이런 방식(단일 팀 작업)에 더 적합한 프로젝트가 있다. 팀이 하나 이상으로 늘어나면 관리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성격의 프로젝트. BIG와 헤더윅 스튜디오는 조직 연혁도 비슷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갖고 있어, 이런 식으로 작업하면 서로 많은 걸 배우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건축사사무소인 포스터앤파트너스와 함께 작업하면서도 많은 걸 배웠다. 포스터앤파트너스는 나의 좋은 친구이기도 한데, 업력이 60년에 이르기 때문에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협업 막바지에는 포스터앤파트너스도, 헤더윅 스튜디오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토마스 헤더윅은 아직도 ‘배우는 사람’인가 보다.
물론이다. 건축과 디자인 세계는 방대하다. 늘 배움을 얻는 분야다. 겸손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너무 많은 걸 고려해야 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도 앞에서 흥분되기도 한다. 다양한 전문 분야를 배워야 하고, 다양한 장소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더 낫게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패셔너블한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약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깨닫기 마련이다. 협업을 통해서 함께하는 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지난 5월 공개된 구글 베이뷰 캠퍼스. 헤더윅 스튜디오와 BIG의 공동 설계로 만들어졌다. ⓒ Iwan Baan

지난 5월 공개된 구글 베이뷰 캠퍼스. 헤더윅 스튜디오와 BIG의 공동 설계로 만들어졌다. ⓒ Iwan Baan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9만 장의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용의 비늘 모양 지붕 ‘Dragonscale’을 가진 돔 형태의 건축물로, 전력 자급률이 높을 뿐 아니라 패널들 사이의 틈으로 내부 곳곳까지 자연광이 스며든다. ⓒ Iwan Baan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9만 장의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용의 비늘 모양 지붕 ‘Dragonscale’을 가진 돔 형태의 건축물로, 전력 자급률이 높을 뿐 아니라 패널들 사이의 틈으로 내부 곳곳까지 자연광이 스며든다. ⓒ Iwan Baan

이번에 공개된 구글 베이뷰 캠퍼스 역시 일과 협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내부가 탁 트인 돔 형태의 2층 건물로, 구획되지 않은 공간에 각자의 필요에 맞는 작업장을 꾸려 일종의 ‘동네(neighborhood)’를 형성하도록 되어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우리는 그런 부분에 집중했지만 가장 큰 영감을 얻은 건 구글 본사 근처에 있는 NASA 에임스 연구센터에서였다. 거기에 아주 거대한 천장을 가진 격납고가 있는데, 언젠가 만들어질 거대한 비행선을 보관하기 위한 곳이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정말 사무실을 짓고 싶은 건지 생각했다. 나는 사무실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곳이 ‘사무실(office)’이 아니라 ‘스튜디오(studio)’인 것처럼. 왜 사무실이라고 하면 사람을 시들시들 힘이 빠지게 하는 공간이 연상되지 않나?(웃음) 구글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조직이고, 그렇기에 나는 20년 뒤에도 쓸모 있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형태가 나온 것이다. 세월이 지난 후에는 이 공간에서 자동차나 기계 부품을 만드는 공장도 꾸릴 수도 있도록. 그리고 지금은 마치 그 안에 작은 마을이 존재하는 것 같은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는 더 큰 경험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
‘함께 존재하는 더 큰 경험’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80억 명의 인간은 모두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끼길 원한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청소를 맡고 있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점을 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모두의 특별함을 북돋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계하려 한다. 서로가 서로를 특별히 대해야만 더 나은 미래를 바랄 수 있다. 구글이 재미있었던 것도 특별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모인 재능 있는 사람들이 각자가 지닌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면, 건물이 그 이유가 되도록 하고 싶었다.
앞서 미래 활용성 측면의 설명에서도 드러나듯, 구글 베이뷰 캠퍼스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많이 회자된다. 구글의 요구 사항이었을까?
물론 구글 쪽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부분을 요청했지만 우리가 제안한 많은 요소가 그보다 더 급진적인 것들이었다. 나는 지속 가능성이 우리에게 흥미를 자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본 많은 지속 가능 건축물이 너무 건성인 듯한 모양이었다. 삭막하고 지루하고 못생겼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건물 위에 태양광 패널을 우표 붙이듯 붙여놓고 지속 가능성을 이룩했다고 하는 식으로. 그렇게 하면 건축과 지속 가능성은 서로 다투는 양상이 된다. 사람들이 건물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5년, 10년, 20년 뒤에는 결국 그 건물을 부수게 될 거다. 영국에서는 상업용 건물의 평균 수명이 40년에 불과하다. 만약 내가 상업용 건물이라면 40세에 죽임을 당할 거라는 뜻이다. 미친 일이지. 철거할 때도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나올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태양광 패널을 얇게 만들어서 거대한 기둥 위에 늘어뜨리면 어떨까? 거기에 틈을 내서 빛이 건물 안으로도 들어올 수 있게 한다면? 지붕 전체가 전력을 만들어내면서 용이나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일 수 있다면? 태양광이 건물에 사족처럼 덧붙이는 요소가 아니라,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부가 되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구글이 이 제안을 수락했을 때 정말 행복했다. 베이뷰 캠퍼스는 빗물을 모아서 재활용하는 시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열 냉난방 시설도 갖추고 있다. 땅과 하늘, 태양과 빗물을 모두 쓰는 셈이다.
클라이언트들이 헤더윅 스튜디오를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클라이언트마다 다르겠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일을 맡기는 이유가 우리에게 사람들을 더 많이 연결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정말 많은 디자인 작업이 우리의 감정을 연결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다고 느낀다. 영국에서 열린 건축 관련 토론회에 다녀온 친구가 내게 이런 얘기를 해줬다. ‘대중의 의견이 중요한가’ 하는 주제가 나왔는데, 좌중의 절반이 대중의 의견은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고. 대중의 의견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 우리는 그들을 위해 건물을 설계하는데 말이다. 나는 내가 내 스스로를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작업을 감상하라고 강요할 수 없고, 다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도록 제공할 뿐이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클라이언트는 궁극적으로 ‘사회’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의 과업은 세상이 좀 더 참여적이고 흥미로운 곳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느낀다.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하지 않은 일이다. 그때 새로 건물이 지어진 지역은 모두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영국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도시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나는 클라이언트들이 일을 맡기면 좀 더 인간적이고, 더 지속 가능한 뭔가를 만들어낼 기회로 여긴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인사이드 헤더윅 스튜디오〉 전시에서 정확히 그런 인상을 받았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좇는데, 두 가지가 별개가 아니라고 여긴다는 느낌.
오, 그 전시를 봤다니 굉장히 반갑다. 서울에서의 전시는 지금껏 열린 우리의 모든 전시 중에 가장 좋았다. 진심으로.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에서 열었던 것보다 더 좋았다. 특히 D 뮤지엄의 발상이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는데, 그들은 전시장의 관람객을 ‘고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상업적인 의미에서의 고객이라기보다 우리가 더 나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고객. 결국 그들은 정말로 관객의 참여를 끌어내는 전시를 만들었다. 보통 디자인 전시는 디자인 업계 종사자만 관람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에서는 정말 다양한 관객을 연결했다. 개인적으로 최근 한국의 발전을 보는 게 굉장히 흥분된다. 한국은 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이제는 문화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외부에서 지켜본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서울 한강에서 진행 중인 인공섬 프로젝트 ‘The Leaf’의 예상도. ⓒ Devisual

헤더윅 스튜디오가 서울 한강에서 진행 중인 인공섬 프로젝트 ‘The Leaf’의 예상도. ⓒ Devisual

현재 서울에서 한강 인공섬 ‘The Leaf’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뉴욕 ‘Little Island’를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강 위에 떠 있는 공원을 만들면서 공공 공간을 만드는 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학습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대중과 방문자들에게 집중하는 설계를 펼치고 있다. 거대한 사무실 빌딩이나 유리를 씌운 건물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이 갈 수 있는 멋진 장소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뉴욕의 ‘Little Island’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들이 있을 텐데, 일단 뉴욕은 공원 겸 작은 공연장이지만 서울에서는 스포츠나 여타 아웃도어 활동도 할 수 있다.
지면이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실내 공간과 루프톱 정원을 만드는 ‘Flowing Multi-level Peer’라는 구조도 새로운 요소로 보였다.
‘서울 사람들이 한강이라는 공공장소를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오늘날에는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강이나 바다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으니까. 폭이 아주 넓은 강인 한강을 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강 위에서 도시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만든 것이다. 다른 종류의 원칙을 따르게 되고, 스스로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면 거기서는 다른 나라에서 서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알고 있는 강을 다시 특별한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1시간의 인터뷰 안에서만 ‘사람’과 ‘경험’이라는 키워드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80억 명의 사람들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도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법 같은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나는 내 일을 통해서, 내가 만드는 건물과 거리가, 사람들이 함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Tree of Trees’를 발표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모두가 다 함께 축제를 벌인 게 참 좋았다. 나는 한 동네에서 20년이나 살았는데,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 덕분에 처음으로 거리에서 파티를 벌이고 동네에서 사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을 만나보게 되었던 것이다. 뚱하게 지쳐 있던 사람들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하는 순간을 본다면, 당신도 분명 우리에게 이런 것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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