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꼽은 이 달의 책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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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꼽은 이 달의 책

중쇄를 거듭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골랐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2.11.09

파리 카페 

윤석재 / 아르테출판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등의 인상파들은 1880년대부터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 바티뇰 지역에 있는 카페 게르부아에서 자주 어울렸다. 물론 하나의 카페에서만 논 것은 아니고 ‘라 누벨 아텐느’ ‘르 라모르’ 등의 다른 카페에도 자주 출몰했다. 또 맥주를 파는 브라스리, 노천 술집인 갱게트, 술도 마시고 가끔 노래도 하는 프랑스 민속 주점 카바레 등 다양한 형태의 술집들이 그들의 밤을 책임졌다. 20세기 초반에는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만 레이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가 몽파르나스의 문예 카페에 드나들었다. 물론 그들도 카페에만 간 것은 아니고 브라스리, 갱게트, 카바레에서 시간을 때웠다. 아마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의 아티스트들 역시 명동파, 삼청동파, 연희-연남동파, 이태원-한남동파로 분류해 모아볼 수 있지 않을까? 윤석재의 〈파리 카페〉는 파리 카페를 시대순으로 나열한 책이 아니다. 파리라는 땅에서 생겨난 문화예술의 갈래들을 카페와 그 거리를 중심으로 해체해 다시 모은 흥미로운 기록이다. 박세회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 민음사 
올가 토카르추크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첫 출간하는 책이 에세이라는 건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는 일견 무관해 보이는 온갖 시대, 온갖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한데 흩뿌려 그 사이에서 의미를 만드는, 일명 ‘별자리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니까. 늘 ‘다인칭’이자 ‘무인칭’이었던 이 이야기꾼이 “나는” 하며 입을 뗄 때, 거기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다정한 서술자〉는 그가 여러 시기에 쓴 6편의 에세이와 6편의 강연록을 모은 책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뾰족함은 없지만 대신 그의 소설 세계 저변에 깔린 사고방식, 발화한 지 여러 해가 지난 후에도 주워 담으려 하지 않았던 확고한 진심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낸 세계를 놀라우리만큼 단호한 언어로 비판하고, ‘나’에 지나치게 매몰된 지성을 회의한다. 그리고 긍정한다. 경계선 바깥의 것과 감정을 공유하고 닮은 점을 찾아내게 만드는 ‘다정한 서술’, 즉 문학이 그들 앞에서 가지는 힘을. 평소 그의 소설을 탐독했던 이들에게 해설서로, 작가 지망생에게 안내서로, 혹은 그저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영감으로 두루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오성윤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 이야기장수
이슬아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좋아하려는 시도를 해본 적이 없다.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읽더라도 나랑 안 맞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도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오로지 제목 때문이었다.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니고 가녀장은 대체 뭐란 말인가. 가부장의 세계에 살다가 또 다른 가부장의 세계로 편입한 내 입장에선 어떤 얘기는 따스하게 스며들었고, 또 어떤 이야기는 차갑게 날을 세웠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웃음이다. 어쨌든 모든 챕터 하나하나를 웃음 없이 지나가기가 힘들다. 깔깔 웃으며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로. 읽고 나니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경험하지 않은 것은 소설로 쓰지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궁금해졌다. 이슬아 작가는 이 책에 어느 정도의 진실과 얼마만큼의 픽션을 담았을까? 그녀는 “다 구라”라고 하긴 했지만, 그조차도 ‘다 구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이  궁금해질 정도로 나는 늠름한 딸과 아름다운 아버지, 경이로운 어머니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김현유

쇳밥일지

천현우 / 문학동네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이 책의 본질은 사실 ‘라떼 스토리’다. 저자는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정리해 놓았는데, 드라마도 이렇게 쓰면 욕먹지 싶을 정도로 가혹한 에피소드의 반복이다. 친부모 대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새엄마와 여관방을 전전하며 살던 것과 20대 내내 연애 한 번 하지 않고 살았는데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1억이 넘는 빚을 대신 갚아야 했던 일들이 담담한 어조로 쓰여 있다. 평생 쇳밥만 먹고 살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을 바꾼 건 홧김에 SNS에 올린 글 하나였다. “요즘 젊은 것들은 노력을 안 해”라는 말을 꺼낼 수조차 없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그를 언론과 출판업계가 알아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십여  곳의 공장을 경험하며 쌓은 생생한 이야기와 그곳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겪어야 했던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글에 좋아요와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고난 일기에 가까운 〈쇳밥일지〉가 흔하고 뻔한 라떼 이야기와 선을 긋는 지점은 그가 하려는 말이 ‘내가 이렇게 힘들었지만 결국 이겨냈어’가 아니라 ‘힘들어도 같이 살아봅시다’에 가깝기 때문이다. 박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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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 아르테출판/민음사/이야기장수/문학동네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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