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샘 워딩턴 배우, 조 샐다나 배우 국내 독점 인터뷰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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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샘 워딩턴 배우, 조 샐다나 배우 국내 독점 인터뷰

<아바타: 물의 길>의 주역들을 인터뷰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부터 배우 샘 워딩턴, 조이 살다나까지. 진보된 기술과 판도라 행성이라는 세계관에 대한 많은 질문을 준비했고, 결국 나누게 된 이야기는 대부분 인간성, 가족, 연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것이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2.11.27
 
 
“아직 영화가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죠.” 줌 채팅창 너머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말했다. 뉴질랜드 시간으로 10월 8일 오후 2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새 영화에 만족하는가’ 하는, 질문이라기보다 인사처럼 건넨 말에 대한 답이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놀라운 얘기였다. 일찌감치 12월 전 세계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가, 그것도 디즈니에서 주관하는 인류 영화사에 기록될 규모의 대작이 개봉 2개월 전까지 가편집본도 나온 게 없다니. 캐머런은 굳이 상세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도 렌더 효과 팀에서 매일 후반 작업을 거친 장면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우리가 ‘템플릿’이라고 부르는 걸 전달하면 그들이 모든 세부 설정을 넣고 사실적으로 만들어서 보내오는 거죠. 장면들이 들어올 때마다 저는 굉장히 신이 나는데, 그중 몇은 그야말로 아름다워요.”
당황스러웠지만 금세 수긍이 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바타〉 1편이 개봉했을 때에도 해당 영화의 렌더링에 프레임마다 몇 시간씩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유명했기 때문이다. 초당 24프레임에 160시간짜리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단순 산술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는 얘기였다. 물론 당대 최고 기술이 탑재된 여러 대의 컴퓨터가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긴 했지만. 〈아바타〉 개봉이 13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기술이 훨씬 진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의 기대치도 그만큼 더 올라갔을 터. 그는 늘 인류가 미처 상상도 못 했던 수준의 영상을 제시해온 감독이니까 말이다. “물론 저는 촬영의 모든 단계를 제 팀과 함께 해왔죠. 하지만 돌아온 결과물을 보는 건 또 다른 경험이에요. 거의 손에 닿을 것처럼 리얼하거든요. 정말 놀라워요. 물론 그런 부분만으로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죠. 내 말은, 영화가 좋은지 별로인지는 관객 각자가 판단하겠지만 적어도 이건 장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영화가 아름다울 거라는 것.”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언급하면 좋겠다. 〈아바타〉 1편의 개봉은 13년 전 일이다. 그 후속작이 이제야 나올 참이니, 대학교 새내기 때 극장에서 1편을 본 사람이 회사 대리나 과장급이 되어서 2편을 보게 되는 셈이다. 심지어 그 새내기가 첫아이를 학교에 보낼 무렵까지 계속해서 〈아바타〉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다. 2028년까지, 총 5부작으로. “야심 찬 기획이죠. 하지만 짐(제임스 캐머런의 애칭)은 늘 이런 도전적인 프로젝트에 스스로를 던져 넣는 걸 좋아했어요. 나는 늘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그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걸 좋아했고요.” 후속작들에서도 주연을 맡은 배우 샘 워딩턴이 말했다. 〈아바타〉의 첫 영화 출연 때만 해도 30대 초반이던 그는 이제 40대 중반이 되었는데, 줌 인터뷰 창 너머로 보기에는 여전히 청년 같았다. 부연처럼 “나는 늘 짐의 군인이었죠” 하고 말할 때는 정말 방금 밀림에 파견되었다가 돌아온 사람처럼 보였을 정도로. 다부지고 꼿꼿한 체격이야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일 터.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고단한 기색, 호출이 오면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한 분위기는 그간의 촬영 과정을 가늠하게 했다.
 
 
모두 익히 알다시피 〈아바타〉는 배우들의 연기를 ‘퍼포먼스 캡처’로 기록해 CG를 씌워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제임스 캐머런은 사실감에 대한 자신만의 완고한 기준을 가진 감독이고, ‘후속편의 제왕’(〈터미네이터〉와 〈에이리언〉으로 얻은 칭호다)답게 〈아바타〉의 후속편을 기획했을 때 그 무대를 확장하고자 했다. 후속 작품의 주요 배경이 바다로 정해지자 그는 실제로 배우들을 물속에 넣고 싶어 했다. 다른 방편도 테스트를 해봤지만 실제로 물에서 촬영하는 것만큼 흡족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샘 워딩턴은 이렇게 어려운 작품이 난생처음이었다고 했다. 프리다이빙과 수중 촬영에 필요한 모든 주의 사항을 지키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도 싸우고, 그 와중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해야 했다고. “영화가 시작하는 배경은 열대우림이에요. 그래서 촬영을 시작했을 때는 마치 다시 첫 번째 영화 속 세계로 점프해 들어가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전쟁을 피해 실향민이 되고 바다 근처에서 피난처를 찾게 되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됐어요. 그건 배우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수중에서 퍼포먼스 캡처를 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할지,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캐머런은 배우들을 하와이의 숲으로 데려가 리허설을 진행하고, 프리다이빙 세계 챔피언을 초빙해 그들에게 숨참기만으로 물속에 머무는 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공개된 클립들을 보건대, 퍼포먼스 캡처로 물속에서도 아주 놀라운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깨친 것 같다.
 
 
1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샘 워딩턴은 가장이 되었다.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가 연기하는 〈아바타〉 속 캐릭터, 제이크 설리도 마찬가지다. 〈아바타: 물의 길〉은 RDA와의 전쟁 후 아바타로서 나비족 안에 남기로 한 그가 네이티리와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둔 시점에서 시작한다. 두 명의 친자식과 한 명의 입양아. 네이티리 역의 조이 살다나도 마찬가지다. 그사이에 결혼을 했고, 공교롭게도 그녀 역시 아이가 셋이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축복받은 사람이죠. 저도 배우가 아닐 때는 관객이고, 팬이고, 한 사람의 엄마이니까요.” 〈아바타〉에 이어 〈어벤져스〉 시리즈까지 지구 최고의 흥행작들에 참여한 배우라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어린 친구들을 위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워요.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우리 엄마는 멋져!’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저도 그 나이였던 때가 있으니까 알잖아요. 저는 우리 엄마가 멋지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많은 걸 아는 사람이지만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죠. 그래서 제 아이들이 저를 그렇게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멋진 사람이라고. ‘우리 엄마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멋진 사람이야’라고.”
 
조이 살다나의 모친은 푸에르토리코 사람이고 부친은 도미니카공화국 사람이다. 두 사람은 조이를 미국 뉴저지에서 낳았는데, 그녀가 아홉 살 때 부친이 운명을 달리하면서 가족 전체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이주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RDA의 자원 채굴과 보복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인공 가족이 다른 종족의 보금자리로 도피하게 되고, 함께 활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에피소드다. 어쩌면 자식들을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하려고 발버둥 치는 어머니, 네이티리에 이입하는 데 그녀의 성장 배경이 끼친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이 살다나는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엄밀히 말해 우리 가족은 이민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었고, 네이티리의 가족은 피난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내몰린 거였죠. 둘은 아주 다른 거예요.” 그녀가 네이티리에 이입할 수 있었던 건 이 이야기가 자신의 성장 배경보다는 오늘날의 상황과 잘 맞기 때문이었다. 오래전에 쓰인 시나리오인데, 오늘날의 외교 상황과 기묘할 정도로 비슷하다고. 전쟁 중인 국가들이 있고, 주변 국가들은 난민을 수용하라는 요구를 받지만 그들은 ‘난민을 받아주었다가 우리가 잃게 될 것들’을 따지는 데에 급급하다. 그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제가 네이티리를 준비하며 많이 연구했던 건 전쟁 중에 성장하는 가족의 이야기예요. 단번에 끝나는 시련이 아니라 계속되는 수난일 때 가족은 ‘행복과 기쁨의 주머니’를 찾아야 하니까요.”
〈아바타〉 1편은 그 미학적 성취로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끝내주는 블록버스터’로 회자되는 경향이 있지만, 어려서부터 SF광이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그 모든 공상적 설정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한 거울이어야 한다는 관점을 버린 적이 없다. 영화 초반부 주인공이 처음 판도라 행성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는 화면 배치만으로 거대한 성조기 형상을 보여주고, 중장비들이 거칠게 물자를 실어 나르는 장면 뒤에 이런 대사를 들려준다. “그들(나비족)에게 학교도 지어주고 영어도 가르쳤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요?” 조이 살다나는 자신에게는 〈아바타〉 첫 편의 이 테마가 더 강렬했다고 말했다. 식민 침략 시대, 문화와 문명의 대량 학살, 자연 수탈. 반면 샘 워딩턴은 〈아바타〉 세계관의 메시지에 대한 질문 앞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말하고 싶어 했다. “첫 번째 영화에서 제이크 설리는 관객들에게 말합니다. 빠르든 늦든, 당신은 깨어나야 한다고. 〈아바타〉의 모티브는 우리가 지금 서로에게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지구에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서 눈을 뜨는 거죠. 관습적인 방식으로 설교하지 않을 뿐이에요.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보호하고 문화를 지켜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잖아요. 그것들은 싸울 가치가 있는 것들이죠. 그리고 짐은 이번 영화에서 오염이라는 주제,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울렀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그들이 이 영화를 보길 바랍니다. 그 안에서 영감을 얻고 우리 세대가 잘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될 테니까요.”
 
 
세 사람과 한 인터뷰는 모두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특히 캐머런과의 인터뷰가 그랬다. 딱 알맞게 마무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 돌아왔지만, 그 순간 어린 시절 〈아바타〉 첫 에피소드를 극장에서 본 세대의 일원으로서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빠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바타〉 1편이 주는 영화적 경험은 그야말로 거대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10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급격한 기술적 진보와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 살게 되었고, 그만큼 대중 역시 새로운 시각적 충격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후속작들도 1편만큼의 시각적 충격을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좀 더 내러티브에 집중한 작품으로 변모하게 될까? 제임스 캐머런은 한 가지 질문만 더 해도 되겠느냐는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이미 마음속에서 답이 정리된 질문인 듯 주저 없이 정연하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전작을 뛰어넘는 시각적 충격을 가진 작품을 계속 내놓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첫 영화에서 선보인 캐릭터들과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그들의 여정에 정말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거죠. 시각적 품질을 추구하는게 그저 멋져 보이려고 하는 것과 다른 지점은 바로 그런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세계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놀 수 있게 되니까요. 우리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임무를 갖고 있지만,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혹시나 제임스 캐머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영화가 고리타분할 거라고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까? 그렇다면 얼른 〈아바타: 물의 길〉 공식 예고편을 검색해서 보기를 바란다. 그가 형식 안에 숨겨진 발상들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 이미 제시된 것들에 대해서 가타부타 과시하지 않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사실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터뷰 도중에 딱 한 번, 그가 질문을 끊은 순간이 있었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영화 중 하나인 〈아바타〉”라는 표현을 했을 때였는데, 그는 부드럽게 검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중의 하나’라는 말을 정정하고 싶어 했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상 가장 흥행한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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