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정영준 대표가 말하는 메타코미디의 원년은?
‘메타코미디’ 레이블이 국내 코미디 콘텐츠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 레이블의 대표 정영준이 꿈꾸는 건 종합 코미디 채널이다. 그 꿈을 향해 장삐쭈, 피식대학, 숏박스 등 여러 코미디 채널이 함께 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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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같은 말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 딱딱한 구조에선 좋은 코미디가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고 ‘MCN(Multi Channel Network)’ 같은 표현을 쓰자니 온라인 플랫폼에만 갇히는 것 같아 꺼려졌다. 예전부터 코미디언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와서 레이블이라는 단어가 적절했다.
요즘 유튜브 코미디 판에서 잘나가는 채널이 전부 메타코미디 소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나카로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김경욱까지 합세했다.
다나카는 4년 전부터 쌓아온 콘텐츠가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메타코미디에 합류하는 것과 인기를 얻은 타이밍이 우연히 겹쳤을 뿐이다. 다만 ‘부캐’가 꾸준히 잘나가려면 ‘본캐’인 김경욱의 존재감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 앞으론 김경욱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낼 예정이다. 전부 언급하긴 어렵지만 장삐쭈, 피식대학, 숏박스를 포함해 13개 채널에서 많은 코미디언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종합 코미디 채널 구축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미디도 음악처럼 장르가 다양하다. 스케치 코미디, 스탠드업 코미디, 시트콤, 콩트, 만담 등이 있다. 그런 다양한 종류의 코미디와 코미디언을 모으고 아우르는 구심점이 되고자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짚어주는 깐깐한 프로듀서보단 판을 깔아주고 더 잘 뛰놀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메타코미디클럽’(이하 메코클)은 각자의 쇼를 가진 소속 코미디언 8명이 무작위로 모여 싸우는 느낌이다. 일종의 어벤저스 같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어떤 플랫폼을 보더라도 ‘밈’을 이해하지 못하면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밈이 가진 파급력을 이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콘텐츠가 메코클이다. 굉장히 짧은 호흡으로 치고 빠지는 코미디가 쉬지 않고 이어지는데 그중 재미있는 것만 잘라내면 또 다른 콘텐츠가 된다.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인 영상을 올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짧은 클립을 만들어 쇼츠나 릴스에 추가로 올리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반응이 좋다.
초창기와 달리 업로드 주기가 한 달로 바뀐 이유는 뭔가?
다른 코미디도 비슷하지만, 메코클은 특히 ‘어디 한번 웃겨보시지?’라는 태도가 깔린 콘텐츠라 코미디언들의 부담이 상당하다. 대화의 흐름이나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미리 준비한 코미디를 시도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잦다. 아이디어 고갈을 막고 콘텐츠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한 달 주기로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메코클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작가만 14명이라는 말이 있던데 대본이 따로 있는 건가?
(웃음) 대본은 없다. 웃자고 한 소리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본인이 직접 짠다. 나 역시 가이드를 한다기보단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고충을 들어주며 멘털을 잡아주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상의를 하더라도 소재의 적절성이나 표현 방식 정도를 이야기 나누는 수준이다.
콘텐츠 제작 외에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있나? 예를 들면 오늘 쓰고 온 모자 같은 것 말이다.
이 모자는 비매품이다. 혼자 재미로 만들어봤는데, 회사 이름인 메타를 매혹할 매(魅)와 때릴 타(打)를 이용해 말장난처럼 적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라고 정해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언젠가 콘서트를 열고 패션 상품을 출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인지도를 쌓고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단계다.→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업로드 되는 메타코미디클럽 콘텐츠지만, 평균 조회수가 100만을 훌쩍 넘는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들었다.
‘러브 데스 코미디’라는 새로운 영상이 12월 15일 메타코미디클럽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이름을 따오긴 했는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메코클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불 같은 느낌이라면, 러브 데스 코미디는 물 같은 콘텐츠다. 20년 전에 유행했던 ‘토크 박스’처럼 게스트가 자신이 준비해온 이야기를 도란도란 풀어내는 구성이다. <해피 투게더> 종영 이후 이야기를 풀어내는 포맷의 코미디가 사라진 것 같아 기획하게 됐다.
2020년 피식대학을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도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 트렌드를 포착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빛을 보지 못한 콘텐츠도 사실 꽤 많다. 트렌드라는 게 야속해서 쫓아가려고 하면 이미 늦다. 뭐가 유행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건 중요하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데에 힘을 더 쏟고 있다. ‘이걸 코미디로 풀어낸다고?’ 싶은 신선한 소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은 넷플릭스 같은 OTT에 자신의 쇼를 파는 걸 커리어 하이라고 한다. OTT 진출 계획은 없나?
몇 군데에서 제안을 받긴 했지만 회사 규모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크기가 있다. 우린 아직 OTT에 납품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OTT가 세계적으로 핫하고 매력적인 건 맞지만, 퀄리티 높은 코미디를 만들어낸다면 결국 사람들은 어떻게든 알아본다. 개인적으로 2023년을 메타코미디 레이블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진 가오픈 기간이었다는 뜻인가?
(웃음) 회사 문을 연 2021년은 뭘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2022년은 원래 해보고 싶었던 걸 조금씩 시도하면서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었다. 이제 뛰어오를 차례다.
드라마와 음악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코미디도 해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피식대학의 글로벌 진출 프로젝트 ‘피식쇼’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가장 최근엔 BTS의 RM이 게스트로 나왔다. 코미디로 국경을 넘는 건 메타코미디 레이블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민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데이비드 샤펠을 아는 한국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코미디언인데도 그렇다. 저스틴 비버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들을 순 있지만, 코미디는 문화와 언어 차이에서 비롯되는 미묘한 뉘앙스를 놓치면 웃기 어렵다. 물론 방법은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스토리가 담긴 극의 형태를 이용하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삐쭈를 두고 하는 말인가?
그렇다. 세스 맥팔레인이라는 코미디언 겸 감독이 있다. <패밀리 가이>라는 애니메이션 시트콤의 기획자인데 영화 <19곰 테드>의 감독이기도 하다. 삐쭈를 처음 봤을 때부터 세스 맥팔레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신병> 시즌2의 대본 작업 중이다. 유튜브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메타코미디 외에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채널이나 콘텐츠가 있나? 레이블 영입 기준도 궁금하다.
맥이 끊긴 시트콤을 되살려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스케치 코미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스탠드업 쪽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최근 스탠드업의 바람이 살짝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영입 기준은 일부러 정해두지 않았다. 기준을 정하는 순간 제약이 생긴다. 굳이 꼽자면, 코미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의 방향이 같은 사람을 찾고 있다.
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조혜진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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