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부대 나오셨다는 소식에 호감도가 수직 상승하고 있어요.
(웃음) 그게… 어쩌다 보니 다 알려졌습니다. 아유, 진짜 얘기 안 하고 싶었는데….
굳이 얘기할 필요 없잖아요. 사실 전 지금까지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건 얘기 안 했거든요. 전 그저 일본에서 제가 제대로 아는 정보라든가 문화를 한국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영상을 찍고 있을 뿐이에요. 제 국적이나 가족관계, 병역 여부가 무슨 상관 있겠는가 싶었지요.
현역 생활 할 때는 한국 군대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만만치 않았죠. 맞기도 했고, 치약 뚜껑에다 원산폭격도 해봤고요.(웃음) 그거 정말 피 납니다. 날씨는… 보통 영하 25~26℃까지 막 내려가요. 전 탄약고 보초를 섰는데 정말 춥고 눈이 지긋지긋하게 왔어요. 제설 작업이 군생활의 거의 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진짜 추억은 영외 도로로 나갈 때였어요. 눈이 오면 부대 앞에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사시던 초가집의 진입로를 치워드리곤 했어요. 그러면…혹시 ‘쇼팅깡’이라고 아세요?
‘쇼팅’이라는 튀김용 식용유가 있는데, 그게 든 커다란 깡통을 당시에는 쇼팅깡이라고 불렀어요. 거기에 라면이 딱 40봉지 들어가요. 그 추운 날 저희가 눈을 치워드렸더니 할아버지께서 밖에 장작불을 피우고는 그걸 끓여서 주셨어요. 라면은 한꺼번에 많이 끓일수록 국물이 진해져서 맛있어서 그 국물 맛이 아주 그냥 끝내줬죠. 저한테는 큰 행복이었어요.
군대 기억이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좋은 추억도 있어요. 전역하고 나면 밖에서 가끔 만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일은 없었어요. 전역한 다음에 바로 일본으로 갔고 연락 수단도 다 삐삐뿐이었고 그 휴대폰도 없었으니까요.
한편 아내 분 얘기도 이번에 처음 꺼내셨죠. 제가 아는 친구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걸 알게 되어버렸다’라고요.
아니죠. 그것 역시 제 가족들 얘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뿐이죠. 사실 제 가족들 얘기는 웬만하면 방송에서는 안 하려고 했어요. 제가 노출되고 보니 불편한 점이 생기더라고요. 제 가족들마저 불편해지는 걸 원치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흘러 나와버렸네요.(웃음)
부동산 회사에서 시작한 유튜브 채널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그건 아녜요. 제가 다니던 부동산 회사에 한국 부서를 함께 책임지던 김 과장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한 7년 전부터 저한테 ‘유튜브 좀 찍으시죠’라면서 계속 권유했죠. 이 나이에 무슨 유튜브냐면서 계속 거절하다가 어느 날은 일본어 발음에 대해 좀 알려달라기에, 유튜브에 올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하고 발음에 대해 얘기하는 영상을 찍었죠. 오오카와 사장이랑 둘이요. 김 과장이 그걸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 영상 조회수가 갑자기 확 올라가더라고요. 구독자가 느는 게 보이니까, 뭐 찍어볼까?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죠. 오사사(‘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TV’)에 올라 온 영상 중에 부동산에 관련된 영상은 사실 10개가 안 될 거예요.
일본에는 가족 없이 혼자 남은 분들이 요양하시는 사설 요양원이 많아요. 자손이 없거나 여의치 않고, 연이 끊기셔서 홀로 남으신 분들이 들어가는 곳이라, 자신의 재산 처분을 요양원에 맡기는 경우가 흔하죠. 그 집도 그런 물건 중 하나였어요.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부장님은 실제 부동산 회사에서 업무 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저희는 정말 자유로운 회사예요. 초창기에 찍은 제 브이로그를 보면 아마 그대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옆에서 애들이 배틀 그라운드를 하고 있고, 음악을 듣고 있어요. 에어팟도 상관 없죠. 정해진 휴식 시간도, 점심시간도 없어요. 계약하러 오는 손님이 있다거나, 안내해야 할 일이 있는 등 자기 스케줄이 나름대로 다 있을 거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자유롭게 해야죠.
오사사를 차리고 나서도 부동산 사업 쪽에 쭉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요?
저희 카페에도 공지를 올려놨는데, 한국 임대 중개 쪽은 지금 휴업하고 있는 상태이긴 해요.(웃음)
최근엔 오사사의 복 요리에 대한 방송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오사카에 그렇게 자주 갔으면서도 복 요리를 제대로 먹지 않은 저를 탓했어요.
복이면 오사카거든요. 이건 무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채널에서도 말했지만, 오사카를 찾았으면 무조건 복을 먹어야 해요. 복 요리는 오사카에서 발생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텟지리’(복전골)이라는 말 자체가 오사카 방언이에요. ‘텟포’(鉄砲)는 일본어로 장총을 뜻하는데, 총에 맞으면 사람이 죽잖아요? 거기서 따온 ‘텟’이에요. ‘치리’는 미즈타키(콘부 다시만 들어간 맑은 국물 요리)를 간사이에서 부르는 말이고요. 먹으면 죽을 수 있으니까 붙여진 말이죠. 텟지리로 복 본연의 참맛을 느끼려면 도라후구, 참복 혹은 범복이라 불리는 복이 제격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거예요. 먹으면 죽는 줄 알면서 왜 먹었을까요?
그게 바로 오사카진(人)이에요. 오사카 사람들은 맛에는 양보가 없어요. 맛있으니까 먹은 거예요.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맛있는 건 먹고 죽어야 한다는 정신. 그래서 맛의 고장이라 불리죠.
제 친구는 굴을 먹으면 다섯 번에 한두 번은 탈이 나요. 그래도 그 친구는 그냥 먹고 아파요.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고도 약을 먹는 사람들도 있죠. 혹시 부장님은 절대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알레르기가 있나요?
전 이미 그렇게 먹고 있는 게 있어요. 제가 옻에 알레르기가 있어요. 옻닭을 먹어도 옻이 오르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전 올라요. 그래서 전 약을 먹고 먹어요. 맛있으니까요.
스리피스 슈트 에스코티지. 브리프케이스 모델 소장품.
아, 이미 있군요. 역시 오사카인. 복과 함께 장어를 먹는 방식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난 영상에서 방문했던 나라의 장어집 에도가와 편을 보고 너무 가고 싶어 화가 날 정도였어요. 미식의 발달은 작은 차이에도 큰 돈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일어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일본은 한때 버블의 영화를 누렸던 나라라 장어 하나도 저렇게 섬세하게 다루나 싶기도 했어요.
지금 그 말도 맞기는 해요. 미식이라는 게 콩알을 하나 먹고도 돈 10만원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 거기는 하죠. 저 역시 그런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제가 제일 중요시하는 건 영상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싸고 맛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지금 얘기한 나라의 ‘에도가와’는 그 코스를 생각하면 가격이 비싸지 않아요.
그렇죠. 비싼데 맛이 없으면 그건 다룰 가치가 없는 거고, 비싸서 맛있는 건 당연한 거죠. 그 가격에서 내가 기대하는 맛의 퀄리티를 만족하거나 그 이상의 만족을 줄 수 있는 걸 선호하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한국은 정말 최악입니다. 히쓰마부시 집들이 고급 식당가에 자리를 잡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그런데 일본에선 술꾼들의 해장 음식으로 유명하다더군요.
아마 나고야 쪽에서 그렇게 많이 먹을 거예요. 히쓰마부시는 사실 오사카에서도 지금은 젊은이들이 점심시간에 큰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해요.
바다를 건너면 고급 음식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으니까요. 반대로 한국에서 넘어간 것들이 비싸지기도 하지요.
당연히 그런 것도 있죠. 하지만 지금은 한국 마트도 도처에 있고, 유통도 너무 잘돼서 예전만큼 차이가 나진 않아요. 예전에 정말 사람이 이고 지고 날라야 했던 시절에는 엄청났지요. 20년 전에는 소주 한 병에 3만원이었어요. 당시에 친구들이랑 삼겹살, 족발에 소주 10병을 마시면 소주 가격만 30만원이었죠. 상추나 깻잎도 다 한국에서 갖고 와야 해서, 삼겹살 자체도 비쌌죠. 150g 1인분에 3000엔을 호가했으니까요. 대여섯 명이 모여서 그렇게 먹으면 돈 100만원이 훅 넘어가는 거죠.(웃음)
지금은 웬만한 곳에선 한 1000엔 정도면 마실 수 있죠. 일본에 한국 주류 회사의 현지 법인이 생기고 유통이 발달했으니까요. 지금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있긴 해요. 예를 들면 한국식 치킨이죠.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 치킨들은 일본에서도 비싸죠. 그런데 지금은 꼭 브랜드 치킨이 아니더라도 한국식 치킨을 하는 업장들이 많이 생겨서 점점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예요.
부장님은 첫 잔은 무조건 맥주, 두 번째 잔은 하이볼, 셋째 잔은 니혼슈로 갈 때는 가라쿠치, 소주로 갈 때는 이모(고구마) 소주, 뭔가 확고한 루틴이 있는 느낌이 좋아요.
둘째 잔까지의 루틴은 확실해요. 셋째 잔부터는 그날 제가 먹는 음식, 분위기, 기분에 따라 달라지죠. 아츠캉을 마시고 싶을 때도 이모 소주를 그냥 마실 때도 있고, 또 같은 이모 소주라도 온더록으로, 탄산수를 섞은 소다와리로 마실 때도 있죠.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마지막에 술이 좀 모자랄 때 진토닉을 마신다는 점도 루틴이겠네요.
먹는 건 딱 한 종류예요. 가네하치라는 브랜드가 있는데 그건 맛있어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무기 소주들은 술맛, 알코올 향이 좀 강해요. 전 그보다는 좀 깊은 맛이 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이볼을 마실 때 탄산수는 뭘 쓰시나요? 한국에선 당이 들어간 탄산수로 만드는 곳이 많아서 전 항상 드라이 하이볼을 시켜요.
일본에는 당이 들어 있는 하이볼이 없어요. 당연히 ‘드라이 하이볼’이라는 개념이 필요가 없지요. ‘가쿠 하이볼’이라고 하면 산토리 위스키의 가쿠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말하고, 짐빔 하이볼 등 위스키의 이름을 단 하이볼은 있지요.
한국에선 고급 바에서 하이볼을 팔죠. 짐빔이나 제임슨 하이볼도 있지만, 싱글 몰트 하이볼도 많아요. 보통의 저가 블렌디드는 1만원대, 싱글 몰트 하이볼들은 뭐 2만원대까지도 가지요. 그런데 제가 지난번에 갔던 오사카의 이자카야에도 라프로익 하이볼을 팔더군요. 가격은 물론 한국의 바가 훨씬 비쌉니다.
하이볼은 하이볼이죠. 위스키에 탄산 섞어 놓은 것 밖에 없으니까요. 지난번에 한국에서 하이볼을 마시고 정말 놀랐어요. 한 잔에 8000~9000원이더라고요. 가쿠 하이볼 한 잔에요. 이게 무슨 말이 안 되는 가격인지. 저희 회사 앞에선 190엔(약 1900원)이에요. 심지어 시간제로 무제한인데 190엔인 곳도 있어요. 뭐, 아까 말했듯이 20년 전에 저는 진로 소주 한 병을 3만원 주고 마셨으니까요.
전 저가 하이볼은 어서 현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한국에서 가쿠 위스키로 하이볼을 만들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윈저나 임페리얼도 좋은 스카치 원액을 가진 브랜드거든요. 이분들이 발상을 전환해서 업소 하이볼용 브랜드를 만드는 거죠.
그것도 좋지만, 한국에는 좋은 탄산수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탄산수들이 엉망이죠. 그나마 파란 병에 든 초정리 탄산수 플레인이 낫긴 한데요.
왜 이렇게 좋은 탄산수가 없을까? 탄산들이 왜 다 약할까, 왜 달고 이상한 향이 날까, 그런 생각을 해요.
전 항상 정해져 있어요. 아사히에서 나온 윌킨슨입니다. 빨간색 라벨의 윌킨슨의 기포가 적당해요. 기포가 너무 굵어도 하이볼은 맛이 없어요. 기포가 좀 작으면서도 목을 확 긁어주면서 ‘캬’ 소리를 자아낼 수 있는 그런 탄산수죠.
세상의 모든 위스키와 탄산수가 눈앞에 있다고 치고 최상의 하이볼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건가요?
저는 가쿠 하이볼이랑 아사히 윌킨슨이랑 레몬 한 쪽이요. 그게 제일 맛있는 하이볼이에요. 회사원들이 퇴근하고 마시는 그런 맛. 오서독스한 맛, 하이볼의 근본.
마지막으로 오사카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있나요?
코로나 전에 인플루언서나 파워 블로거들이 올린 곳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제가 보기엔 그렇게 맛있는 집은 아닌데도 말이죠. 당시에 저는 유튜브를 아직 할 때가 아니었고요. 그때 한창 그런 생각을 했어요. “대체 왜 저런 데 줄을 서서 먹지?” 오사카는 그런 곳이 아녜요. 그냥 산책하듯 돌아다니다가 내 느낌이 가는 대로, 이 집 괜찮겠다 싶으면 불쑥 들어가보세요. 맛있으면 추억이고 맛없어도 그것 나름대로 추억이니까요.
‘오사카에선 줄을 서지 말라’는 말, 정말 타당해요. 오사카는 먹는 걸 두고 무한 경쟁하는 도시잖아요. 거기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 꼭 노포가 아니더라도 맛이 없을 수가 없지요.
맞아요. 줄 서지 마세요. 한 5년 이상 된 업장은 그래도 맛있는 집들이에요.
가게가 좀 낡았고 주인장 머리가 희끗희끗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