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이제 라거 맥주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07.12
왼쪽부터 비어바나의 비바라거,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웨일필스너, 하디우드 브루어리의 리치몬드 라거, 바네하임 브루어리의 더 라거, 스톤브루잉의 부에나비자 솔트앤 라임 라거, 새터데이 비어 브루어리의 새터데이 라거, 슈나이더 바이스의 바이리쉬헬, 드 브라반드레 브루어리의 바빅 슈퍼필스.

왼쪽부터 비어바나의 비바라거,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웨일필스너, 하디우드 브루어리의 리치몬드 라거, 바네하임 브루어리의 더 라거, 스톤브루잉의 부에나비자 솔트앤 라임 라거, 새터데이 비어 브루어리의 새터데이 라거, 슈나이더 바이스의 바이리쉬헬, 드 브라반드레 브루어리의 바빅 슈퍼필스.

라거에는 여러 미덕이 있지만, 그중 가장 소중한 건 ‘꿀떡꿀떡’이다. 목구멍을 최대한 열어젖히고 위장에 곧바로 라거를 쏟아붓는다. 목젖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꿀떡꿀떡 시원한 소리를 낸다. “맞아요. 꿀떡꿀떡이죠.” 주식회사 바네하임 브루어리의 김정하 대표가 말했다. 다양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에일은 주연배우의 모공까지 보이는 4K 스크린처럼 우리를 자극한다. 그러나 매번 그렇게 거대한 자극을 느끼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에일은 표현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요. 첨가물도 다양하고요. 반면에 라거는 심플하죠. 원래 그렇잖아요. 복잡한 거에 끌리다 보면 금세 질려서 심플한 걸 찾게 되지요. 그래서 다시 라거의 시대가 돌아온 것 같아요.”
오래전 서울을 강타한 크래프트 맥주 열풍은 사실 에일 열풍이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대기업에서 만든 페일 라거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등장한 게 소규모 양조장 혹은 크래프트 비어였고, 그런 브루어리들은 대부분 에일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에일은 비싸고 고급스러운 술, 라거는 막 마시는 저렴한 술이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그런데 라거가 저렴한 술이라는 선입견은 정말 잘못된 거거든요. 에일보다 오히려 더 만들기 힘든 술이에요. 숙성 기간만 해도 에일의 두 배가량 걸리거든요.” 김 대표가 말했다. 첨가물을 많이 넣지 못하는 만큼 홉과 몰트의 기본적인 퀄리티와 브루잉 실력 그리고 미묘한 균형감이 전체적인 완성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순하다고는 하지만, 깊이가 없는 건 아니다. 평양냉면은 함흥냉면에 비해 심플한 맛이지만, 육수의 깊이는 더 깊지 않은가. 바네하임이 이번에 출시한 더라거는 맥아의 단맛과 무궁화의 스파이시한 청량감 그리고 국내산 홉의 씁쓸함이 잘 어우러질 수 있게 8개월 동안 숙성했다. 밀맥주를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탄산감이 특히 훌륭하다. 슈나이더 바이리쉬헬은 ‘바바리아의 심장’을 모토로 내건 술답게 물, 맥아, 효모, 홉만으로 만든 순수 그 자체다. 강한 탄산과 홉 향 그리고 몰트의 구수함이 완벽한 밸런스를 이룬다. 드 브라반드레 브루어리의 바빅 슈퍼 필스나 하디우드 브루어리의 리치몬드 라거, 새터데이 브루어리의 새터데이 라거 역시 깔끔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그러나 조금 더 강렬한 필스너를 원한다면 블루웨일브루하우스의 웨일필스너도 좋겠다. 잘 맞은 균형감만으론 좀 심심하다면 비어바나의 비바라거, 스톤브루잉의 부에나비자 솔트 앤 라임 라거를 추천한다. 오렌지 껍질의 안쪽을 입으로 씹는 듯한 열대 과일의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자, 편의점 4캔 묶음에서 잠시 벗어나 보틀 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수많은 라거들에게 달려가보자.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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