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당신이 잘 몰랐던 일론 머스크

프로필 by 박세회 2023.07.25
 

ELON MUSK

나는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려 꽤나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일론 머스크가 1990년대 중반까지 노숙자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YMCA에서 샤워를 하고, 사무실 바닥에서 잤어요.” 일론 머스크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100만 달러짜리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됐지요.” 이 말을 한 1999년에 그는 자신의 첫 스타트업 ‘ZIP2’를 컴팩에 3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아치우며, 자신의 지분 7%에 해당하는 2200만 달러를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그가 산 차는 맥라렌 F1으로 전 세계에 64대뿐이었다. 중요한 건 일론 머스크가 이 차를 자신의 전 아내와 시승하는 장면이 CNN과의 인터뷰 영상에 담겨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냥 부자가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하는 부자다. 이 차를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는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피터 틸에게 자동차 성능을 과시하려다가 제방에 추돌하는 대형 사고를 낸 적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끔찍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2017년에 일어난 ‘대중교통 전쟁’이다. 일론 머스크는 당시 인공지능과 관련한 한 콘퍼런스에서 “대중교통은 성가시고 후지다”라며 “자신이 타고 싶은 데서 탈 수도 없고 내리고자 하는 데서 내릴 수도 없는 교통수단을 사람들이 왜 이용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에서 어깨를 부딪히는 수십 명의 낯선 사람들 중에는 연쇄살인마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YMCA에서 샤워하던 바로 그 남자가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이다. 스페이스 엑스, 테슬라, 트위터 등 그와 직간접적으로 부딪혔던 수많은 관계자들은 일론 머스크의 개똥같은 성격에 대해 일관적인 증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바꿔버린다. 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노선을 없앤다. 버스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동네 할아버지의 사연은 일론 머스크의 귀에 가닿지 않는다. 가닿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항상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고,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지 못하는 문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콜래트럴 데미지일 뿐이니까. 어쩌면 이런 성향은 끔찍한 그의 가정사 때문일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인 에롤 머스크를 증오한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내 아버지는 끔찍한 인간”이라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행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밝혔다. 에롤은 누가 봐도 포식자다. 지난 2022년 에롤 머스크는 네 살 때부터 키운 자신의 의붓딸과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은 사실이 밝혀졌다. 에롤에겐 7명의 자녀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수많은 회사 중 하나인 뇌신경 관련 회사 ‘뉴럴링크’의 30대 임원과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론에겐 9명의 자녀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다.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우리는 저출산을 타계하기 위해 최대한 아이를 낳는 중’이라는 식으로 변명했다. 일론도 결국 포식자가 낳은 포식자다.  
아무리 애를 써도 세계 최정상급 포식자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현피 사건’으로 알려진 이번 대결은 대체 뭘까? 발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이미 공개된 메타의 소셜미디어 ‘스레드’가 개발 단계 막바지에 달했을 지난 6월, 메타와 트위터 사이에는 몇 번의 설전이 오갔다. 메타의 개발 책임자가 “제정신이 아닌 운영 정책을 보여주고 있는 모 소셜미디어”라며 트위터를 깠고, 머스크는 “스레드는 이미 화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라며 재반박을 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한 트위터리안이 “일론 너 깝치면 저커버그에게 혼날걸? 걔 주짓수 하는 거 알지?”라는 말에 급발진하며 “저커버그만 괜찮으면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음”이라고 답했다.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소만 보내라”며 화답한 건 아마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론을 도발한 트위터리안이 팔로워가 100명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단 점이 이 일련의 사태에서 가장 흥미롭다. 머스크의 모친 메이 머스크가 “말싸움만 허용한다. 서로 질문할 기회는 3번. 제일 웃긴 대답으로 받아친 사람이 이기는 걸로”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둘의 주먹다짐은 엄청난 관심 속에 순항 중이다. 아니, 애초에 농담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을 본 바로 다음 날 UFC의 회장 다나 화이트에게 문자를 보내 진심을 확인했다고 한다. “머스크 걔 진짜로 나랑 붙겠다는 거지요?” 역사적으로 이런 바보짓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현피란 원래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 그라운드’를 하며 피시방에 짱박혀 사는 사오춘기의 아이들이 뒷골목에서 뜨는 것이다. 억만장자들이 UFC 회장에게 전화해 1억 달러의 수익은 너끈하게 챙길 수 있는 특설 링에서 벌이는 게 아니란 말이다. 부자가 바보짓까지 빼앗아가면 어쩌란 말인가.

Credit

  • EDITOR 박세회
  • ILLUSTRATOR KASIQ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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