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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프리미엄 테킬라의 시대가 열렸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3.10.08
 
1800 크리스탈리노 10만원대, 돈 훌리오 1942 가격 미정. 아가베 오브 서울의 아가베 우타헨시스(왼쪽)와 아가베 호리다.

1800 크리스탈리노 10만원대, 돈 훌리오 1942 가격 미정. 아가베 오브 서울의 아가베 우타헨시스(왼쪽)와 아가베 호리다.

테킬라를 생각할 때 우리가 떠올리는 장면은 매우 비슷할 것이다. 스무 살의 생기와 휘황찬란한 조명, 싫지 않은 땀 냄새, 파티의 열기 속으로 아가베가 뿜어내는 풀 냄새 그리고 어쩐지 필름이 끊길 것만 같은 예감.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청춘과 젊음의 상징이던 테킬라가 럭셔리의 옷을 입었다.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 1800은 ‘1800 크리스탈리노’를 내놨다. 테킬라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블랑코라고 오해할지도 모를 투명한 액체가 큐빅 패턴의 아름다운 보틀에 담겼다. 모든 증류주가 그렇듯 테킬라 역시 숙성을 하지 않은 스피릿은 투명한 백색을 띤다. 이 상태로 최소한의 숙성만 거친 테킬라를 블랑코라 한다. 블랑코에선 부즈라 말하는 시큼한 아세톤의 향취가 강하게 난다. 2개월 이상 1년 미만을 오크 통에서 숙성시키면 레포사도, 1년 이상 3년 이하를 숙성시키면 아녜호라 부른다. 1800의 수입사인 FJ코리아의 유재호 프로덕트 매니저는 “레포사도나 아녜호 이상 등급의 테킬라를 숯으로 필터링해 다시 투명하게 만든 것을 ‘크리스탈리노’라고 하지요. 다른 방식으로 구분하는 또 다른 카테고리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숙성 과정에선 크게 두 가지 작용이 일어난다. 앞서 말한 지나치게 강한 알코올의 향취가 부드러워지는 과정, 그리고 오크 통의 향미 물질이 스피릿에 녹아들어 술의 맛과 향이 더 다양해지는 과정이 그것이다. 1800 크리스탈리노는 24개월을 숙성한 아녜호 원액을 숯으로 다시 필터링했다. 여과 과정을 거쳐 과하게 녹아든 향미 물질을 일부 제거하고, 부드러운 질감만을 챙긴 셈이다. 또 다른 럭셔리 테킬라의 상징은 돈 훌리오 1942다. 브랜드의 창립자인 돈 훌리오 곤살레스가 테킬라 제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2년에 선보인 위스키로 이미 해외에서는 럭셔리 파티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세상에는 여러 지역에서 나는 수많은 스파클링이 있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 럭셔리 스파클링의 대명사는 샴페인인 것처럼, 프리미엄 테킬라의 대명사는 돈 훌리오 1942라고 보면 된다. 돈 훌리오의 수입사인 디아지오코리아 김좌현 마케팅 상무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는 말은 전략의 핵심이다. 돈 훌리오 1942의 브랜드 매니저인 차우 페이스 본부장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 문화의 저변을 만들어가는 인물들과 그들의 서클을 대상으로 한국의 마케팅 활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는 ‘테킬라는 원샷’이라며 호기롭게 돈 훌리오 1942를 들이켰다가 깜짝 놀랐다. 그 술에는 최상급 버번보다 더 진한 벌꿀 향이 가득했고, 온갖 열대 과일의 풍미가 녹아 있었으며, 신기하게도 우리가 아가베에서 느끼는 특유의 이취(異臭)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21년산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라고 거짓말을 했다면, 한 15초쯤은 속았을 것이다. 그러나 15초가 지난 후엔 테킬라라는 걸 반드시 다시 알아챌 만큼 기분 좋은 아가베 향은 남아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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