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탭샵바의 대표 나기정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탭에서 한 잔씩, 샵에서 한 병씩. 와인 천국 탭샵바가 동대문과 청계천에 이어 도산대로에 자리를 잡았다. “아침엔 커피를, 저녁엔 와인을. 많이는 말고 딱 한 잔”이라고 말하는 와인의 여왕, 탭샵바의 대표 나기정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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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두근두근하겠어요. ‘도산대로’에 진출하는 건 좀 대단한 일이잖아요.
두근거리고, 설레고, 두렵고 난리입니다. 강남은 강남인데 강남역도 아니고, 신논현도 아닌 도산대로로 온 데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게다가 이 위치는 정말 미묘하죠.
HLL(<에스콰이어>가 나오는 허스트중앙의 새 이름) 사옥 바로 옆이죠.
제가 종종 아내와 탭샵바 청계점에 들를 때면 프로세코 브뤼 한 병에 굴 한 접시, 파스타 하나를 해치우는게 일이었거든요.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뚝딱하고 아름다운 식사와 반주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는데 그게 이제는 퇴근 후 바로 옆 건물에서 가능해졌어요.
오세요. 어서 오세요. 회사 분들 다 끌고 와주세요.(웃음) 아까 질문에 대한 덧붙이는 답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순서상 강남이 맞기는 한데, 도산대로를 먼저 찍은 이유는 지금은 고급화로 브랜딩을 해야 할 때라고 느껴서였거든요. 이곳이 가진 이미지가 고급스럽다고 느낀 거죠. 강남역에도 좋은 매장 자리가 하나 있었고, 여기도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여길 택했어요.
이번이 세 번째 직영점이에요. 다른 지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동대문 본점은 사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포지셔닝을 할 계획이에요. 청계천은 효자 업장이죠. 직장인 상권에서 엄청난 성공을 맛봤거든요. 청계점은 하루 매출이 1000만원 정도 나오고 잘 나올 때는 거의 2000만원까지도 나와요.
그런데 숍에서 7만원인 와인을 바에서 7만원에 그대로 팔잖아요.(이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식재료도 로스(손실)가 꽤 나오는 생굴 등을 쓰니까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굴이 손실이 크지 않더라고요. 청계점은 거의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매일 솔드아웃이에요. 와인은 물론 박리다매죠. 그래도 매출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인건비와 임대료 비율이 확 낮아지면서 마진 폭이 생겨요.
결국 여러 와인들은 전자동화된 탭에서 따라 마실 수 있는 ‘탭’ 시스템, 진열된 보틀을 안주와 함께 사서 셀프 서빙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바’ 시스템, 마지막으로 진열된 보틀을 그냥 사서 갈 수 있는 ‘샵’ 시스템이 결합된 게 ‘탭샵바’라는 작명의 이유고 본질이죠. 셋 중 어떤 시스템이 가장 원활하게 돌아가나요?
매출로 치면 와인을 보틀로 사서 업장에서 마시는 ‘바’의 개념이 아무래도 포션이 가장 크죠. 아직 저희 가게가 와인을 병으로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샵’이라는 인식은 널리 퍼지지 못한 것 같아요. ‘바’ 다음은 ‘탭’이 비중이 커요. 대표적인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으니 한 잔씩 쉽게 따라 마시기 좋은 거죠. 실은 전 그렇게 테이스팅한 와인을 사서 테이크아웃하는 와인 ‘샵’의 비중이 더 커지기를 바라거든요. 미래의 청사진도 그렇게 그리고 있고요.
그런데 와인 가격은 조금 더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긴 가로수길 바로 건너편인데, 아까 얘기한 것처럼 7만원짜리 와인을 7만원에 팔고 있으니까요.
더 싸게 팔 거예요. 지금보다 훨씬 더 싸게요. 그게 가능합니다.
아까 그리고 있다는 청사진은 뭔가요?
실은 저는 이 업장을 온라인 와인숍의 오프라인 매장 겸 창고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주류의 온라인 결제가 점차 풀려가고 있는 시점이거든요. 2020년 4월에 주류의 온라인 결제가 풀렸어요. 물론 결제만 풀렸지 배송까지 풀린 건 아녜요. 다만 와인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픽업해가는 시스템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렛츠와인 등의 온라인 구매 사이트가 생기면서 소비층이 엄청나게 늘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에 유흥용과 가정용 구분이 사라졌어요. 원래 주류는 유흥업소용으로 도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것과 가정용으로 숍을 통해 유통되는 것이 라벨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게 없어진 거예요. 그러면서 숍과 바를 같이 운영하는 게 가능해졌죠. 2020년 4월에 완화된 법 덕에 탭샵바를 열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제가 그리는 가까운 미래는 지금 이 탭샵바를 온라인에서 결제한 와인을 픽업하는 픽업지로 삼는 거죠. 이미 모든 규제는 풀렸어요.(지금은 운영을 중단한 렛츠와인은 오프라인 와인숍 ‘레드텅’을 통해 픽업을 했다.) 지금 저희 가게에서 ‘탭’을 이용하실 때는 카카오 채널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 결제를 하고 QR코드를 받아 그 코드로 각 탭에서 셀프 결제하는 시스템이에요. 이 회원가입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온라인 커머스를 붙인 앱을 론칭하는 거죠.
주문은 앱에서 하고 픽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는 편의점 시스템이군요.
더 큰 목표는 비마트 형태예요. 해외에선 와인을 배송해 마시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이나 일본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6병들이 나무 상자를 택배로 배송받아서 쌓아두고 마시죠. 한국도 전통주는 다 풀려 있어요. 전통주는 지금도 집에서 택배로 받아 마실 수 있거든요. 와인은 배송은 안 풀릴 것 같지만, 배달은 좀 더 풀릴 것 같아요. 배달은 직접 만나 성인 인증도 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배송보다 좀 적거든요. 지금도 술만 시킬 수는 없도록 음식 가격 대 주류 가격 비율로 제한을 두고 풀려 있는 상태기는 하니까요.
아! 비마트에서 라면 시키듯 와인을 배달시켜 마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이 매장은 오프라인 바와 숍 형태를 갖춘 와인 배달 물류의 거점 창고가 되는 거죠. 비마트가 30분 딜리버리를 위해 수도권에 약 80개 정도의 물류 거점을 두고 있다고 해요. 저희도 30분 이내에 배달이 가능하게 하려면 비슷한 수준으로 매장 수를 늘려야겠죠.
점심시간에 회사원 서넛이 와서 샤블리 한 병에 그릴드 오이스터를 세 접시쯤 먹고 가는 것. 사람들이 그렇게 와인을 일상에서 즐기는 세상을 꿈꾸시는 거죠?
제겐 그것도 좀 많아요. 어떤 걸 꿈꾸냐고 묻는다면 정확한 장면이 떠올라요. 런던에서 와인 공부를 하던 시절 금융가인 시티 오브 런던의 어떤 다리 앞에 서 있었어요. 제가 서 있는 곳 앞에 펍이 하나 있었고요. 한 여성이 퇴근 시간이 되었는지 정장을 입은 채로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더군요. 그러더니 블랙베리를 두들기며 펍에서 로제를 한 잔 시키더니 한 모금에 들이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거예요. 그 장면이 20년 전의 제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한 병은 많아요. 부어라 마셔라, 그렇게 마시는 거 말고 정말 커피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이 오전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듯이 마시면 좋겠어요. 커피는 각성을, 와인은 이완을 시키죠. 아침에 각성을 위해 커피를, 퇴근하면서는 이완을 위해 와인을. 딱 한 잔씩이요.
일본 매장도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맞아요. 탭샵바가 일본에는 아직 없는 업태거든요. 매장 자리도 찾아보려고 다녀왔어요. 와인 애호가가 한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일본인 만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김성룡
- ASSISTANT 송채연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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