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슬기

재미를 추구하는 것과 재미있게 되는 것을 추구하는 것.

프로필 by 박세회 2024.07.27
이슬기, ‘K(계란코)’, 2024, 종이죽, 27x26x17cm

이슬기, ‘K(계란코)’, 2024, 종이죽, 27x26x17cm


카프카는 유대인 혈통이었지만 시오니즘에 반대했고,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 교육을 받았고, 독일어로 소설을 썼다. 그는 1924년에 요절했으나, 훗날 그의 여동생들은 독일의 홀로코스트에 의해 희생됐고, 더 먼 훗날인 지금 이스라엘에선 카프카를 시오니즘에 편입시키려는 민족주의적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변신>을 쓴 카프카의 가장 큰 내적 주제 중 하나가 ‘아이덴티티’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그의 대표적인 미완성 소설 <성>에는 주인공 K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사변을 물화시킨 것 같은 이 인물을 정의하는 문장은 이런 것이다. “저 위의 성은 이상하게도 벌써 어둑어둑했다. K는 오늘 중으로 도달하고 싶었지만 성은 다시 멀어져 갔다.” 아마 카프카의 신념 중에는 이런 신념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늘 어둑어둑했다. 나의 정체성을 늘 찾고 싶었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멀어져 갔다.” 이 K라는 인물에서 영감을 받은 이슬기,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파리에서 살고 있는 그녀. 그러나 그 어떤 작가보다 한국적인 색과 재료로 작업하는 그녀의 작업이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이슬기의 <삼삼>(6.27~8.4)에 전시된 ‘K(계란코)’다. 나는 그의 작업이 언제 보아도 함축적이고 그 함축의 방식이 너무도 재밌다. 지난 2021년 ‘올해의 작가상 2020’을 수상했을 때 이슬기는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업하는 데 있어 재미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재미있게 되는 것을 추구한다”고. 그의 재미란 것이 그렇다. 이 작업은 이후 미술관 전시에서는 관객들이 실제로 써보고 만져볼 수 있게 전시될 예정이다. 심지어 탈 안에 들어 있는 돌들이 움직일 때마다 차르륵차르륵 소리가 날 것이다. 얼마나 재밌어질까? 재미있게 되는 것을 추구하는 이슬기의 정체성을 추구해보자.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이슬기/Adagp Paris/갤러리현대 제공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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