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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필살기, 식도락가들이 꼽은 12개의 인스턴트 식품과 밀키트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도 힘든 저녁을 위해 주방에 쟁여둬야 할 것들. 소문난 식도락가들이 추천하는 12개의 밀키트와 레토르트 식품.

프로필 by 오성윤 2024.09.03

1 펀쿡 닭양쌈 30구1000g / 1만2900원 / 냉동 보관

1000g / 1만2900원 / 냉동 보관
건강한 한 끼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직접 뭘 만들기는 힘들고, 배달 앱을 켜봐도 뾰족한 답이 안 나올 때. 다진 닭 가슴살을 부드럽게 찐 양배추로 감싸 냉동한 ‘닭양쌈’은 딱 그런 상황에 필요한 구원투수다. 찜기나 전자레인지에 촉촉하게 데우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그 어떤 닭 가슴살 기반 음식보다 낫다. 초고추장이나 칠리소스, 폰즈 소스까지 어떤 소스를 곁들여도 어울린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팬에 토마토소스와 데운 닭양쌈을 넣고 국물 자작하게 끓여 캐비지롤처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칼로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여기에 치즈를 듬뿍 얹어 그라탱처럼 즐겨볼 것을 권한다. 어떻게 먹어도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제품임은 분명하니까. 강윤희(프리랜스 에디터)
TIP 한 끼 식사도 되지만 냉동실에 두면 샤브샤브, 라면,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몇 알씩 넣어 활용하기에 좋다.


2 바다숲 감태수연면 들기름 비빔국수 밀키트

400g / 2만5000원 / 실온 보관(최대 20개월)
주제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제품이다. 밀키트의 가장 큰 취약점은 상미기한이 짧다는 것인데, 이 제품은 일단 서늘한 그늘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니까. 바다숲은 서산 감태 명인의 2대가 운영하는 감태 가공식품 브랜드로, 이 제품 역시 최고 품질의 감태 향이 주인공이다. 누군가에게 그 맛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무작정 단언하자면, 정말 맛있다. 일반 소면이 아니라 손 수(手) 자에 늘일 연(延) 자를 쓰는 ‘수연면’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바지 음식에 주로 쓰이는 이 면 특유의 목에서 미끄럽게 넘어가는 느낌은 일반 소면과 비교할 수가 없다. 특히 입맛이 없을 때 최고의 해결책이라, 그간 주변 사람들에게 네이버나 카카오 선물하기로 참 많이도 보냈다. 신예희(작가, 일러스트레이터)
TIP 마지막 단계에 뿌리는 ‘뿌려먹는 감태랑 해물이랑’은 일종의 고급 후리가케로, 양이 많다. 보관해두면 이 음식 저 음식에 뿌려 감칠맛 더하기에 좋다.

3 소이연남 똠얌 쌀국수

770g / 8800원 / 냉동 보관
음주 다음 날 아침, 나가긴 귀찮고 시원하게 해장은 하고 싶을 때 이보다 나은 선택지는 없다. 레몬그라스와 갈랑가의 향기가 과하게 맵지 않으면서 청량한 느낌을 내니까. 연유까지 살짝 첨가해 먹으면 흡사 태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까지 얻을 수 있다. 고수와 쪽파를 추가하면 향이 좀 더 살아나고, 냉동 홍새우 두세 마리를 추가하면 약간 더 호사스러운 느낌이 난다. 정재훈(약사, 푸드 칼럼니스트)
TIP 냉동 면은 넣자마자 풀면 안 된다. 면과 면 사이의 미세한 얼음이 녹아서 가닥이 떨어질 때까지 30초에서 1분 정도 기다렸다가 젓가락으로 가볍게 흔들면서 데쳐주면 된다.

4 와카메 코다와리 오뎅 세트

388g / 1만600원 / 냉동 보관
이자카야에 납품되는 각종 레토르트 식품과 소스를 취급하는 식자재몰 ‘모노마트’.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일식 제품이 가득한데, 그중에서도 특히 와카메 코다와리 오뎅 세트를 애용하고 있다. 어묵과 동봉된 츠유를 넣고 끓이는 것만으로 웬만한 이자카야보다 맛있는 오뎅탕을 만들 수 있다. 어육 함량이 높아 쫀득한 사츠마아게, 어묵 살 속에 사각하고 씹히는 우엉의 향과 식감이 기분 좋은 우엉마키, 두부를 으깨 튀겨 고소한 간모, 치즈처럼 모찌가 쭈욱 늘어나는 모찌유부주머니까지 다채로운 오뎅이 들어 있어 선물봉투 같은 즐거움도 안겨준다. 강윤희(프리랜스 에디터).
TIP 마무리로 얹을 쑥갓 몇 줄기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특유의 향긋함이 요리를 몇 차원은 격상시킨다.

5 중앙해장 한우 곱창전골 밀키트

(중자 기준) 2250g / 6만5000원 / 냉장 보관(제조일로부터 7일)
술꾼들에게 정평이 난 안주, 중앙해장의 곱창전골을 이제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단 신선하다. 당일 도축해서 가공했다는 곱창부터 생기가 도는 채소까지, 육안으로 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포장에 포함된 용기째 육수를 넣고 끓이기 시작하면, 신선한 채소에서 나온 채즙과 내장에서 나온 진한 곱이 육수와 한데 어우러진다. 맛을 보면 딱 그 맛이다. 녹진하면서도 시원하고 적당히 칼칼한 국물이 저절로 소주를 부르고,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곱창을 씹을 때의 고소함은 먹어본 사람만 안다. 가격대가 좀 높은 편이지만 우동 사리를 넣을 때쯤이면 이미 가슴은 그 가격을 납득한 후일 테다. 김광연(전통주 양조사)
TIP 국물은 다음 날 아침을 위한 것. 좋아하는 사리 넣고 끓이면 해장까지 한번에 뚝딱이다.

6 유엔가든 소고기 된장찌개

500g / 9900원 / 냉동 보관
전골이나 탕류, 찌개는 국내 레토르트 식품, 밀키트 시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품목이지만, 대부분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난다. 유엔가든 소고기 된장찌개는 그런 측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생차돌은 쫄깃하고, 된장 향 구수하며, 호박과 두부까지 실하게 들어 있어 따로 반찬도 필요 없다.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그것만으로 한 끼 잘 먹은 기분이 든다. 양도 많아서 물 좀 넣고 두부 반 모, 청양고추 약간 넣어 자작하게 끓이면 간단하게 2인분이 된다. 이정웅(요리연구가)
TIP 남은 된장 국물에 파스타 면을 볶아 먹어보시길. 토마토 파스타보다 10배는 더 맛있다.

7 잇콕 신스타 떡볶이

480g / 8300원 / 냉동 보관
잘 먹는 사람이 만들기도 잘 만든다. 신우식 스타일리스트가 내놓은 신스타 떡볶이 역시 먹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티가 난다. 일단 소스가 너무 맛있고(달콤한 계열의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양도 풍족하다. 떡도 어묵도 넉넉하게 들어 있어 밀키트 떡볶이 만들 때마다 만두나 면을 추가로 더 넣어서 양을 채웠던 사람이라면 반가울 부분이다. 떡의 종류(쌀떡, 밀떡)와 소스의 맵기(매운맛, 순한맛)를 선택할 수 있게 옵션을 만들어둔 것까지 그야말로 빈틈이 없다. 이정웅(요리연구가)
TIP 바질 잎을 넣고 함께 볶으면 마치 뇨키 같은 이탈리아 요리를 먹는 기분이 난다.

8 그리팅 통곡물 치킨 캐슈넛 커리 & 귀리 현미 라이스

245g / 5220원 / 냉동 보관
현대백화점의 브랜드 그리팅은 건강 콘셉트로 만들어져 주로 시니어를 위한 영양식이나 식단 관리를 위한 상품을 내놓는다. 이 제품도 마찬가지, 다이어트 건강식을 표방한 커리다. 특이점은 영양 성분을 떠나서 정말 맛있다는 것. 실제로 식단 관리 같은 걸 별로 하지 않는 나도 이 커리의 맛과 잡곡 씹히는 맛이 생각나서 자꾸 시켜 먹고 있다. 토마토 커리 느낌인데, 캐슈넛이 들어가 더욱 부드럽고 풍부하다. 적당히 칼칼하지만 자극적이지는 않은 커리의 맛. 귀리 현미라이스의 씹는 맛도 좋아서 ‘잘 지은 잡곡밥에 이런 매력이 있었지!’ 하고 새삼 감탄하게 된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TIP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살짝 뿌리면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무가당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 숟가락 얹어도 좋다.

9 대건명가 엄마가 보낸 국밥

630g / 7100원 / 냉동 보관
일단 경상도 토박이인 여자 친구가 인정한 돼지국밥이다. ‘진짜’란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 테다. 경상도 사람들이 돼지국밥에 얼마나 깐깐한지. 심플한 구성만큼 조리방법이야 볼 것도 없다. 냄비에 물 조금 받아 육수, 고기 넣고 냅다 끓이면 끝. 국물 먼저 맛보면 진하고 깊으면서 동시에 깔끔하다. 고기 역시 적당히 저항감이 느껴지는 식감과 은은한 풍미를 자랑한다. 반은 그냥 먹고, 반은 다대기와 칼칼하게 밥 한 공기 말아 한 술 뜨면 굳이 부산까지 갈 것도 없지 싶어진다. 김광연(전통주 양조사)
TIP 진정한 경상도의 맛을 보려면 ‘정구지’, 즉 부추김치는 필수다. 곁들여 먹는 게 아니라 끓인 국밥 안에 듬뿍 넣어먹어야 한다.

10 동원 양반 백합 미역국

460g / 3700원 / 실온 보관(최대 12개월)
만사가 다 귀찮을 때는 맛있는 국 하나에 김치 곁들여 먹는 게 제일이다. 동원에서 내놓은 백합 미역국은 특유의 깔끔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식당이든 레토르트 팩이든 우리가 접하는 미역국은 어느새 십중팔구 소고기 미역국이 되어버렸는데, 덕분에 우리의 뇌리에 새겨진 ‘레토르트 미역국의 맛’이라는 일련의 코드가 있다면 백합 미역국은 그 코드를 살짝 비켜가기도 한다. ‘대충 때웠다’는 느낌이 덜 든다는 뜻이다. 김보선(푸드 스타일리스트)
TIP 감자 수제비 사리를 사다가 넣고 끓이면 간단하게 미역 수제비가 되는데, 이게 참 별미다.

11 오늘차림 서울식 육수 소불고기

1060g / 1만6900원 / 냉장 보관(최대 일주일)
일단 냉장으로 유통되는 불고기 밀키트라는 점에서 점수를 준다. 밀키트를 자주 먹는 사람은 알겠지만 해동이 필요 없다는 건 은근히 큰 장점이니까. 양념을 뺀 소고기 중량이 420g이나 되어서 직접 고기를 구입해 양념할 때와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처음부터 육수에 고기를 넣고 끓여서 조리하는 방식이라 집에 냄새가 배는 문제도 없다. 40년 전에는 소불고기에 현재보다 설탕을 두세 배는 넣었다는 한일관 조리 실장님의 증언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오늘차림의 소불고기는 달달한 양념이 딱 옛날 불고기 맛이다. 국물이 자작하게 끓을 즈음 파채를 듬뿍 얹어 먹다 보면 웬만한 식당에서 1인분 먹을 돈으로 2인분의 불고기를 먹었다는 만족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정재훈(약사, 푸드 칼럼니스트)
TIP 밀키트 주문할 때 파채도 함께 주문할 것. 파를 사서 직접 써는 것보다 맛도 훨씬 낫다.

12 월드푸드 째

470g / 6500원 / 냉장 보관(제조일로부터 5일)
째(che)는 코코넛 밀크를 끓여 만든 밀크 베이스에 다양한 토핑을 넣어 먹는 베트남 전통 요리다. 우리의 음식 관념으로 정확히 번역하기는 어려운데, 푸딩이라고 할 수도 있고 빙수, 셰이크, 어떻게 보면 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후식 개념이지만 한 끼 음식이라고 봐도 될 것이, 굉장히 든든하다. 외관에서 화채 같은 맛을 상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묵직하고 더운 단맛이 나며 칼로리도 높다. 월드푸드의 째는 특히나 현지의 째와 흡사한 맛을 자랑한다. 신예희(작가, 일러스트레이터)
TIP 익숙하지 않은 맛에다 코코넛 밀크 향이 좀 진하기도 해서, 얼음 몇 알을 타서 희석해 먹으면 오히려 향과 맛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Credit

  • PHOTOGRAPHER 정우영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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