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감각적인 남자들이 꾸려놓은 세계 곳곳의 숙소들
니고의 신개념 호텔부터 루카 구아다니노가 재단장한 이탈리아 고택, 폴 스미스의 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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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ba, Japan @notahotel_official NOT A HOTEL TOKYO - NIGO
」니고를 소개할 때는 자꾸 멈칫거리게 된다. 우선순위를 곱씹게 되기 때문이다. 청자가 그래도 패션에 관심이 좀 있는 이라면 ‘휴먼메이드의 설립자’나 (나이가 좀 있어 보인다면) ‘베이프의 설립자’라고 소개할 수 있을 테고, 딱히 패션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면 ‘유니클로 U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으며 현재는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먼저 꺼내야 한다. 음악 애호가라면 ‘테리야키 보이즈’로 대변되는 프로듀서, DJ, 뮤지션 이력을 짚을 수도 있겠다. 이 불세출의 크리에이터가 이번에는 공간 디렉팅에 참여했다. 낫어호텔 도쿄가 그 주인공. 이 시설은 일본 치바현 해안 절벽에 위치해 도쿄만과 후지산 전경을 자랑하며, 역시나 온갖 문화가 니고라는 한 사람의 감식안에 맞춰 뒤섞여 있다. 건물 꼭대기에 세워진 KAUS의 거대한 아트 피스부터 미니멀한 디자인의 침실, 일본 전통식 다도실, 장 푸르베 가구들, 휴먼메이드의 상징인 오리 조형물이 떠 있는 풀장, 게스트를 위한 ‘캡슐호텔’형 슬리핑 포드까지. 낫어호텔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가진 시설이다. 회원권이 아닌 ‘소유권’을 판매해 소유자가 별장처럼 사용하며 머물지 않을 때는 호텔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운영 및 예약 지원은 낫어호텔 직원이 대행한다.) 올해 가을 소유권 판매가 시작될 예정으로, 안타깝지만 직접 숙박해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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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Italy @palazzo.talia PALAZZO TALIA - LUCA GUADAGNINO
」세상에는 무수한 루카 구아다니노 영화의 팬들이 있다.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를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감정의 개연성이나 친절한 설명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이고, 대신 황홀하도록 아름답다. 특히 세트 디자인과 공간을 다루는 시선이. 2017년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를 설립한 그는 가구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영화와 인테리어 작업을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영위하고 있다는데, 인테리어 작업 결과물들을 보면 도리 없이 그의 영화들이, 몇 장면들이 떠오르긴 한다. 최근 오픈한 로마의 팔라초 탈리아는 스튜디오 루카 구아다니노의 호스피털리티 업계 ‘입봉작’이다. 16세기 저택을 장장 3년간 재단장을 거쳐 숙박 시설로 만들었는데, 백미는 18세기 프레스코화, 장인들과의 협업, 과감한 색조들을 연결해 저택의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감각이다. 신기한 건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또 어딘가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이고 말이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공간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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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mi, US @thegoodtimehotel THE GOODTIME HOTEL - PHARRELL WILLIAMS
」마이애미 비치 인근의 이 동화 같은 호텔은 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첫 호텔이다. 정확히는, 그와 마이애미 나이트 라이프 산업의 거물 데이비드 그룻맨이 공동 설립한 호텔. 인테리어 디자인은 켄 풀크, 건축은 모리스 아지미, 조경은 레이먼드 정글이 맡았다. 그럼 퍼렐 윌리엄스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론 그가 늘 해오던 것을 했을 것이다. 자신만의 감성이 깃든 놀라운 발상을 떠올리고,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전문가를 기용하며, 끊임없이 완성도를 추구하는 일 말이다. 그는 한때 마이애미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다소 쇠락한 지역인 사우스비치 중심부에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기회를 포착했고, 뉴욕시 한 블록 크기인 10만㎡ 부지에 ‘역동성으로 가득하면서도 조용한 휴식을 선사하는 호텔’을 조성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역시 마이애미 비치의 아르데코 양식을 재해석한 특유의 미감. 골판지 같은 형태의 건물 파사드, 파스텔 톤 색감, 저절로 너털웃음이 나는 야자수 모형들이 그 속에 둘러싸인 이에게 안겨주는 건, 그야말로 ‘일상으로부터의 즉각적인 도피’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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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des, Portugal @hotelvermelho VERMELHO MELIDES - CHRISTIAN LOUBOUTIN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의 빨간 밑창은 ‘근사한 저녁’을 예언하는 기호다. 긴장감 가득한 선들 사이로 특유의 매혹적인 붉은색이 슬쩍 존재감을 드러낼 때 그곳이 어디든, 언제든, 우리는 가히 불가항력적으로 그 구두의 주인이 오늘 멋진 저녁을 맞이해야 한다는 감상에 빠진다.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이 포르투갈 남부의 시골 마을 멜리드스에 호텔을 연 것은, 자신의 별장이 자리한 그 완벽한 마을에 딱 한 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사한 저녁’. 마을의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길 원했던 그는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직접 레스토랑을 열고자 했고, 일이 점점 커져 레스토랑은 결국 호텔 프로젝트가 되었다. 호텔 이름인 베르메호는 포르투갈어로 ‘빨강’이라는 뜻. 역시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빨간색을 이베리아 양식과 절묘하게 버무려 독창적 미감의 인테리어를 만들었으며, 오랜 세월 세계 곳곳에서 모은 희귀 가구들로 그 안을 채웠다. 13개 객실과 레스토랑, 위스키 바, 스파 정도를 갖춘 작은 호텔이지만, 실내 디자인부터 정원까지 모든 곳에 그가 ‘오랜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세계적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마을과 창작 활동의 조화가 꽤나 흡족했는지 벌써 멜리데스 라군 근처에 두 번째 호텔을, 숲속에 세 번째 호텔을 짓는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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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UK @browns_hotel BROWN’S HOTEL - PAUL SMITH
」노팅엄의 의류 창고에서 심부름을 하며 패션업계에 입문해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는 디자이너가 된 남자, 폴 스미스. 이야깃거리로 충만한 이력과 특유의 미감, 전방위적 협업 활동 덕분에 국내에서도 그를 다룬 대규모 전시가 두 번이나 열렸었다. 그리고 2010년 대림미술관 전시와 2019년 DDP 전시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그의 개인 공간을 최대한 실제 그대로 구현한 섹션이 하이라이트였다는 점이다. “당신은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다.” 폴 스미스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런던 브라운스 호텔이 지난해 오픈한 ‘The Sir Paul Smith Suite’는 아예 폴 스미스의 감각으로 가득한 방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한 스위트룸이다. 물론 폴 스미스 제품이나 협업 제품이 많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마리오 벨리니의 1970년대 가죽 의자와 포토그래퍼 크리스토퍼 사이먼 사익스의 작품 액자들 같은 것들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져온 것들이고, 빈티지 카메라로 만든 로봇이나 커스텀으로 만든 조각상 같은 것들 역시 그의 애정이 깃든 소장품이다. 특히 룸 내부의 작은 도서관은 ‘아름다운 책’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의 세심한 고민과 정성이 깃든 요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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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htree City, US @allmoviehotel ALL MOVIE HOTEL - FRANCIS FORD COPPOLA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드라큐라> 같은 걸작들로 오스카상을 다섯 번,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전설적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당신이 그에 대해 몰랐을 사실들이 있다. 첫째, 그는 아직… 살아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딸인 소피아 코폴라보다도 더 혈기가 넘쳐 보인다. 둘째, 그는 호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더 패밀리 코폴라 하이드어웨이즈’를 통해 벨리즈,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고급 호텔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외곽의 피치트리 시티에 새 시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곳, 올 무비 호텔에는 그의 여타 호텔과 다른 차원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우선 27개 객실을 전부 코폴라 본인이 디자인했다. 그리고 전문가 수준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편집실, ADR 녹음실, 상영실, 피팅룸까지 마련되어 있다. 영화인들이 머물며 촬영 후반 작업을 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공개한 <메갈로폴리스> 후반 작업 당시 코폴라 감독 본인도 이곳에 머물렀다고. 물론 일반인도 숙박이 가능하며, 내부 곳곳에서 영화광을 흥분시킬 온갖 ‘코폴라 영화 굿즈’를 만날 수 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ASSISTANT 남가연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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