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여행 판타지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대

'카약'은 단순히 여행지 정보를 검색하는 앱이 아니다.

BYESQUIRE2017.01.13

‘카약’이라는 앱이 있다.

최저가 항공권과 숙박, 렌터카 등 여행과 관련된 상품을 한 번에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카약 신공’이란 말로 유명해졌다. 항공사에 따라 해외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는 점을 파고들었던 검색법이다. 지금은 검색이 막혔지만 이 일로 카약은 한국에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부터 알려졌다.

카약은 2016년 10월 ‘카약 봇’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스북 메신저 기능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여행 상품을 채팅 형식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기능이다.

평소에도 카약으로 항공권 검색을 많이 하는 편이라 한번 해봤다. 방법은 간단했다. 페이스북 검색창에 ‘KAYAK’이라고 입력하면 카약 페이지가 나온다. 그걸 클릭해 대화창을 켜면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거기까지만 간단했다. 서비스 초창기임을 감안해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실질적인 대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런던’은 이해하지만 ‘런던 가고 싶어요’는 이해하지 못하는 식이었다. 금방 익숙해지긴 하지만 내가 카약 봇이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의 방식을 익혀야 했다.

아직은 기계와의 대화에서 “1월엔 역시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빈이죠” 같은 말에 “호호호, 꽤나 고풍스러운 취향이네요” 같은 대답을 기대할 순 없는 모양이다. 방금 저 말을 카약 봇에 입력하자 “저의 로봇 회로에 합선이 발생하는 바람에 말씀하신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해할 수는 있다. 이 서비스는 개설 초기 단계다. 게다가 한국어 서비스를 매끄럽게 구현하는 건 얼핏 생각해도 라틴 알파벳 기반 문자보다 더 난도가 높을 것 같다. ‘파리’, ‘파리요’, ‘파리예요’, ‘파리 가고 싶어요’ 같은 어미를 다 어떻게 구분할까 싶기도 했다.

그러자 더 궁금해졌다. 왜 굳이 만들기도 어렵고 시장도 별로 크지 않은 나라의 언어를 서비스하기로 했을까? 수소문 끝에 카약의 한국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수경 이사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이참에 카약에 대해 궁금한 것을 좀 더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그와 어느 날 아침 전화로 인터뷰를 나눴다.

카약을 쓰며 늘 궁금하던 질문으로 시작했다. 무엇으로 돈을 벌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낭랑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여행 상품 판매자에게 광고 수익을 받고, 카약을 통해 구입한 상품이 생길 경우 상품 판매 수수료를 받아요.”

여론조사 기관처럼 사람들이 검색한 결과를 모으고 해석한 데이터나 리포트를 팔지는 않는다고 했다. 왠지 안심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왜 하필 한국어 서비스를 할까?

우리 입장에서야 새로운 서비스가 먼저 들어오면 좋지만 한국어권보다 큰 시장이 많은 게 사실이다. 카약 봇의 한국어 서비스는 대륙을 넘어 쓰이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서비스보다 빨리 시작됐다. 그러니까 대체 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우리가 신경을 아주 많이 쓰는 시장이에요. 신기술이 빠르게 퍼지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쓰니까요. 한국은 카약이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기 전부터 반응이 있던 시장이라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 난 경우예요.”

한때의 디지털카메라 시장처럼 안테나 마켓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해도 한국어 서비스는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이수경도 인정했다.

“라틴 알파벳 언어와 완전히 달라서 개발하는 데에만 3개월이 걸렸어요. 어미의 종류도 많아요. ‘요’와 ‘이오’는 뜻이 같지만 따로 처리해야 해요. 받침이라는 체계도 다른 나라 언어에는 거의 없는 시스템이에요. 도시 이름을 한국어로 썼을 때 세 자가 넘어가는 도시가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에요. 그래서 아직 덜 구현되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론칭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사용자들의 패턴에 따라 계속 개선할 거예요. 머신 러닝은 아니고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를 우리의 AI에게 가르치는 거죠. ‘파리요’가 ‘파리’라는 걸 가르치는 거예요.”

일상적인 정보의 조각이 거대하게 쌓이면 하나의 경향이 된다. 경향을 파악하면 귀납적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카약은 최근 아주 흥미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항공권의 가격 변화 추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항공권 시세 예측 서비스’다.

충분히 말이 된다. 유학생의 방학이나 특정 박람회, 한국의 명절 등 사람들의 이동량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다. 카약이 앞으로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카약 봇 수석 연구원 마티아스 켈러는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관련 검색어 중 가장 중요한 입력어는 장소와 날짜’라고 했다.

이런 가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카약을 통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와 날짜에 대한 빅 데이터가 쌓인다면, 항공권 시세 예측 서비스처럼 ‘사람들이 언제 어디를 원할지’에 대한 예측도 가능할까? 즉 카약은 사람들의 여행 심리를 읽을 수 있을까? 이수경도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예요.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 같아요. 스타트업에 불가능은 없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후 메일이 왔다. 카약 검색 결과에 입각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여행지’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지역 외 여행지’였다.

선호하는 아시아 여행지는 순서대로 오사카, 방콕, 도쿄, 타이페이, 홍콩이었다. 보통 ‘아, 여행 가볼까’ 할 때 주르륵 떠오르는 순서였다. 사람들의 마음이 검색 결과로 표현되어 이렇게 데이터로 정리되는 세상이라는 걸 확인한 기분이었다. 이쯤 되면 몇 년 후엔 카약 봇이 먼저 말을 걸지도 모른다.

“역시 4월엔 일본 벚꽃 아니겠어요?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오사카 티켓 좀 봐드릴까요?”

그때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21세기는 점점 신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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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박 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