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어디까지 가봤니?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베트남 냐짱과 달랏에서 풍요와 여유를 만끽했다. | 여행,베트남,냐짱,달랏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칵테일을 주문했다. 베트남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클래식 칵테일 외에 시그너처 칵테일 3종이 준비되어 있다.헬로 베트남, 레드 리버, 사이공 선라이트. 각각 ‘베트남의 생동감’, ‘북부 평야 붉은 강의 치솟는 기운’, ‘수평선 너머 태양의 놀라움’을 표현한다. 베트남 최고 칵테일 전문가 보딴시 씨가 개발한 레시피다.기대 이상의 맛에 세 잔을 차례로 주문해 거의 원샷하다시피 들이켰다. 취기가 오른다. 기내식을 먹자마자 좌석을 180도로 펴고 눕는다. 최신 기종인 A350이기에 가능한 호사다. 이 맛이다. 앉아서는 지루하기만 한 여정이 누워서는 금방이다.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하노이에 도착해 환승 후 냐짱으로 향했다. 냐짱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다. 그곳에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해양 활동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1밀리미터 두께의 슈트와 스쿠버다이빙 마스크, 캐리어에 들어가는 크기의 핀을 새로 구입했다. 다이빙 컴퓨터와 고프로도 챙겼다. 다이빙이 목적인 여행은 아니었지만 잠시라도 제대로 즐길 준비를 마쳤다.냐짱, 바다는 배신하지 않는다‘냐짱(Nha Trang)’. ‘트’와 ‘르’를 거의 동시에 발음하면서 ‘앙’을 재빠르게 붙이면 나오는 소리다. 솔직히 베트남 사람이 아니고서 제대로 발음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호텔 체크인 후 바로 저녁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메뉴는 베트남식 한 상 차림. 바닷가인 만큼 해산물이 주를 이뤘다. 베트남식으로 조리한 새우, 생선, 조개 등과 돼지고기, 채소볶음 등이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베트남 음식은 정말 맛있다.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짐을 챙겨 선착장으로 향했다. 호핑 투어를 위해서다. 배를 타고 혼문 섬으로 이동했다. 혼문 섬은 수영장과 휴식 및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호핑 투어의 거점 역할을 한다.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물에 몸을 담갔다. 직접 챙겨 간 장비로 스노클링도 즐겼다. 겨우 스노클링 잠깐 하는데 풀 착장이다. 일행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어쩌면 약간의 조롱이었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내가 기분 좋으면 그만이니. 남자는 역시 장비발이다.이후 다른 섬으로 이동하며 섬 풍광을 감상하고 스쿠버다이빙도 즐겼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하루나 이틀 정도 스쿠버다이빙에만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니 그럴 순 없다. 그나마 내 예찬론과 꼬드김에 모두 넘어가 일행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일곱 명이 체험 다이빙을 해보기로 했다.체험 다이빙은 가이드가 한 사람당 한 명씩 붙어서 스쿠버다이빙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호흡기로 숨만 쉬면 바닷속 구경을 할 수 있다. 성에 차지 않아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다고 어필해보았지만 어림도 없다. 이곳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호핑 투어 동안 섬이나 어떤 포인트에 배를 정박하는데 그때마다 준비된 레저를 즐길 수 있다.베트남 물가는 사랑스러울 정도인데 해양 레포츠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싸다. 체험 다이빙의 경우 한화로 3만5000원 정도, 패러세일링이나 바나나보트는 1만원도 되지 않는다. 다른 관광지에서 한두 개 정도 할 비용이면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볼 수 있다.극과 극의 클래스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은 냐짱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섬을 통째로 쓰는 럭셔리 풀빌라 리조트에 묵으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시내로 나와 저렴한 값에 로컬 체험을 할 수 있다.호텔이나 리조트가 시설에 비해 비싸지 않기 때문에 아예 작정하고 돈을 많이 안 쓰면서 여행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싸서 좋은 게 아니라 싼데 즐거워서 좋은 것이다. 누가 마다하겠는가.달랏은 뭐가 달라?다음 날 아침 달랏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냐짱과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인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다.책을 보거나 잠을 자면 금방일 것 같았는데 워낙 꼬불꼬불한 산길이 이어지는 바람에 둘 다 실패했다. 멍하니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나쁘지 않았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현지인들의 삶을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여행의 묘미다.달랏은 해발고도 1500미터에 이르는 고산지대다. 원래 사람이 사는 지역이 아니었는데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지배하던 시절 휴양지로 삼으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꽤 큰 도시로 발전했다.이곳의 매력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다.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덥지 않다. 연 평균기온이 18도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베트남 특유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인공 호수 주변으로 도심이 형성돼 있어 ‘작고 덜 복잡한 하노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외곽에 위치한 숲과 호수, 그 주변 리조트들도 매력적이다. 유럽의 숲과 느낌이 비슷하다. 프랑스 사람들이 왜 굳이 이곳을 휴양지 삼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침엽수와 열대 수종이 공존한다. 신비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1박뿐인 스케줄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조만간 다시 와서 이 사랑스러운 도시의 여유를 제대로 향유하고 말 것이다.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음식이 맛있고, 도시가 복잡하고 다채로우면 관광 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이 딱 그렇다. 여행지로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