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새롭지 않아도 여전히 문제적인

독특한 색채와 시각을 일상화시킨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집이 발간됐다.

BYESQUIRE2017.02.28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집이 발간되었다. 워낙 오래도록 수없이 많은 사진 작업과 출판물을 세상에 내놓은 터라 뭐가 새롭겠나 싶었다. ‘예술 사진계의 김성근이 아니냐’는, 그의 은퇴를 염원하는 농담 섞인 말을 들었을 정도다.

역시나 이번 사진집은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적이며 전위적이다. 애초에 기획이 색달랐기에 의미도 남다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2014년 재단 설립 30주년을 맞아 일본 사진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거리를 뿌리고 다닌 아라키 노부요시에게 색다른 작업을 제안한다. 매일 찍은 사진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웹사이트에 슬라이드 쇼 형태로 매주 게시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마음에 든 아라키 노부요시는 단번에 승낙했고 2014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자신이 거주하는 도쿄의 풍경, 가장 집착하는 것 중 하나인 누드가 섞인 젊은 여성의 초상, 감각적인 정물, 좋아하는 장소인 가부키초 지역의 작은 바와 레스토랑 등을 촬영해 공개했다. 무려 1250장이 넘는 컬러 사진을 하루에 한 장 이상씩 매일 찍었다.

필름 카메라 작업을 고수하는 그에게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기’와 비슷한 방식의 활동을 제안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재치가 감탄스럽다. 아라키 노부요시는 평범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본의 아니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워낙에 독특한 색채와 시각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온 터라 이번 작업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사진들을 토대로 그의 삶을 살짝 엿보자면 그는 방울토마토, 딸기, 망고, 달걀 등을 즐겨 먹으며 젊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젊은 여성의 누드에 집착한다. 나토도 꽤 좋아하는 듯하고, 원색이 강렬한 전형적인 느낌의 도시 도쿄 풍경에 반응한다. 김치도 즐겨 먹는다. 가끔은 셀카도 찍고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친구를 사귄다.

이런 사진을 모두 모아 발행한 사진집이 다.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붙일 필요는 없다. 이유보다 무엇을 어떻게 꾸준하게 했느냐가 예술의 과정 혹은 예술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현대미술은 그렇다. 그림 한 장, 조각품 한 점 만들지 않아도 예술이 된다. 반드시 결과물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번 사진집은 그렇기에 값진 예술 작품이다. 한 예술가의 일상과 미술 재단의 기획, 그리고 그 실행 과정 자체가 예술인 것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라키 노부요시가 늘 해오던 일과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의미를 부여했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준 것이라 하겠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아라시 노부요키의 작품 세계를 굳이 또다시 운운할 필요도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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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김 진호
  • 사진|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