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 XX" 섹스할 때 하는 말에 대한 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존대를 했죠 제일기획 앞의 꼬치집에서 신연... | 섹스,말

“존대를 했죠.” 제일기획 앞의 꼬치집에서 신연훈 씨가 말했다. 신연훈 씨와 그녀는 2년 전쯤 만났다. 그녀가 네 살 연상. 일 때문에 알았다가 친해지며 저녁때 술도 마셨다. 세 번째 술을 마신 날 둘은 처음 잤다. “실내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존댓말을 했어요. 다 준비가 끝나고 들어가려고 하니까 말씀하시더라고요.” 뭐라고? “콘돔 있니?” 그때 신연훈 씨는 깨달았다. 아, 이 관계는 내가 주도한 게 아니었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한국 사람들은 존댓말과 반말을 써가면서 자연스럽게 위아래를 구분한다. 말은 기묘하다. 신연훈 씨의 경우처럼 “콘돔 있니?”라는 반말 한마디로 관계가 역전될 때가 있다. 덜 친한 사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존대만 하면서 섹스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것도 나름의 맛이 있죠.” 임규철 씨는 존댓말만 하는 섹스를 해본 적이 있다. 상대는 비밀. “아무래도 예의를 차리게 돼요. 묘하죠. ‘뒤로 해도 돼요?’ 같은 말은. 아, 거기 뒤 아니고. 자세, 자세.”저는 말 안 해요.” 합정동 사는 이유리 씨는 단호했다. “할 말이 뭐 있어요. 말을 하면 좀 뭐랄까, 천박한 느낌이 들어요. 사랑을 나누는 건 아름다운 일인데 말이 섞이면 그 아름다움이 빛을 잃는 것 같아요.” 자연을 보호한다고 오솔길도 안 놓는 수준의 단호함이다. 언어는 그렇다 치고 음향은? 신음도 안 내나? 이유리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 소리가 어떻게 안 나요. 저는 그 정도면 충분해요. 말은 됐어요.”“말 잘하는 남자 안 만나본 거 아니야?” 청어 얹은 국수를 먹으며 김유라 씨가 말했다. “나는 여자의 말을 잘 이끌어내는 남자가 제일 잘하는 남자라고 봐. 못하는 애들은 괜히 분위기 깨는 말이나 하는데, 잘하는 애들은 하고 나면 ‘아니,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했지?’ 싶은 말을 이끌어내더라고. 사회를 잘 본달까.” 훌륭한 저널리스트는 인터뷰로 상대방의 잠재의식까지 긁어낼 때가 있다. 훌륭한 섹스를 하려면 저널리스트적 자질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아, 섹톡? 그건 내가 또 잘하지.” 권헌준 씨는 섹스 이야기만 나오면 자신만만하다. 그건 그렇고 섹톡이라니 조어 감각도 참. 한숨이 나왔지만 아무튼 그는 나의 소중한 취재 패널이다. 그는 김치등갈비찜을 먹으며 말을 이었다. “우선 상대를 잘 봐가면서 해야 돼. 처음 만나서 자는 여자랑 벌써부터 야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돼. 프로레슬링이랑 비슷한 면이 있어. 더티하되 약속된 플레이를 하는 거지.”“욕이나 더러운 말 좋아하는 애들은 미리 서로 합의도 해.” 김유라 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건 된다, 이건 안 된다, 이 말은 내가 싫어한다, 하기 전에 이야기하는 거야. 종이에 적어놓고.” 남자와 여자가 다 벗고 엎드려서 받아쓰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섹스의 세계는 들을수록 아득하다. “나는 욕을 좋아해.” 노기훈 씨는 합의 없이 욕을 했던 언젠가를 떠올렸다. “상대방은 좀 기품이 있는 타입이었어. 나도 모르게 욕을 했더니 그다음부터 연락이 없더라. 내가 미숙했지.” 섹스 토크를 위해선 협상력도 필요하다. 섹스를 잘하면 취재도 협상도 잘하려나.김예리 씨는 욕을 좋아한다고 했다. “난 다 좋아요. 내가 하는 것도 좋고 남자가 욕하는 것도 좋아.” 왜? “흥분한 것 같잖아요. 나도 흥분되고.” 굳이 나눠본다면 섹스할 때 하는 욕에도 종류가 있다. 상황에 대해 하는 욕. “아, XX 좋네 XX.” 상대에게 하는 욕. “이런 XX 같은 XXX.”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욕. “나는 정말 XX 같은 XX야.” 김예리 씨는 상황과 상대에게 하는 욕을 좋아한다고 했다.“‘다음엔 친구 데려와, 셋이 하게’ 같은 말도 하더라고. 누구를 데려와야 되나 싶었지. 나중에 알았어. 진짜 데려오라는 게 아니라, 그때 그 말을 하면 흥분되는 거야. 상상이 되니까.” 권헌준 씨는 다른 기억을 떠올렸다. “말에 유독 흥분하는 애들이 있어. 상황극 하는 애도 있었어. ‘이사님 이게 최종 면접이에요?’ 이런 거. 안 웃느라 고생했어. 거기서 웃으면 안 되잖아. 나도 적당히 대답했지. ‘붙으려면 잘 빨아’ 같은 말 해야지 뭐.”모두에겐 상반되는 몇 가지 모습이 있다. 우리의 어떤 모습은 램프의 지니처럼 몸을 비벼가며 섹스를 할 때만 나온다. 누군가는 그때 스스로를 한없이 비하하기도,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을 떠올리기도 한다. 존대해야 하는 사이와 반말을 할 때, 윤리나 규범과 전혀 상관없는 지독한 말을 할 때, 그때만 분비되는 쾌락 물질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못된 쾌락이 뇌 속에 꽉 차버리는 기분 역시 섹스의 맛이겠지. 어떻게 그런 말을 나눌 수 있을까? 비결을 몇 개 옮긴다. “무조건 찬사로 시작해.” “너무 센 표현은 안 돼.” “상대의 반응을 살펴야지.” 모두 서로의 지니를 잘 불러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