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갈비집 명성돼지갈비 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흔한 음식도 맛과 사연을 담으면 치명적이다. 수원의 대표적인 음식은 소갈비, 즉, 왕갈비다. 그런데 ‘물갈비’란 생경한 음식으로 수원의 민심을 사로잡은 치명적인 식당은 따로 있었다. | ESQUIRE,에스콰이어

경기 수원을 대표하는 음식을 묻는다면 큰 주저없이 왕갈비라고 대답했다. 적어도 ‘이집’을 가보기 전까진 말이다.수원에는 조선시대 때부터 전국 제일 규모의 우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소갈비가 유명했다. 정조 때 수원 화성을 축성하면서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했고 축조에 참여한 모든 인부들에게 논밭을 나눠주고 소 한 마리씩 빌려주는 혜택을 주었다. 소는 3년 후에 송아지로 갚는 것이었으니 송아지를 거래하는 우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조선시대에는 소의 도축을 엄격히 금했지만 정조는 인부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수원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도축을 허용했다. 소갈비 해장국을 먹던 해방기를 지나 숯불에 구워먹는 숯불갈비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갈비 한 대가 워낙 커서 오늘날의 왕갈비란 이름으로 재탄생됐다.명성돼지갈비를 찾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수원 화성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장안문 부근에서 성곽 밖을 내려다보니 만두집 여러 개가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점심때가 훌쩍 지나 허기질 때였으니 만두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성문 밖으로 나가서 만두집을 걸어가던 순간에도 제대로 된 한끼를 먹을지 말지 갈등하고 있던 찰나, 명성돼지갈비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왕갈비를 파는 곳이 아니겠구나’란 직감이 들었고 함께 ‘since 1982’라 쓰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휴대폰으로 문제의 식당을 검색을 해보니 ‘물갈비’란 단어들이 줄을 이었다. 검색을 멈췄다. 적당한 기대감을 안고 직접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계단을 지나 2층에 위치한 음식점 문을 여니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오후 2시가 다 된 시간인데도 이제 막 굽기 시작한 테이블도 꽤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물갈비 2인분과 김치말이국수 한 그릇을 추가했다. 오후 2시라 해서 소주가 빠질 수는 없었다. 솥뚜껑 모양의 철판 위에 큼직한 크기의 양념돼지갈비들이 올라가 있었다. 역시 눈에 띄는 것은 돼지갈비를 덮을 만큼의 자작한 국물이었는데 철판 위에 갈비를 직접 굽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국물에 갈비를 함께 끓이기 때문에 국물의 양이 제법 많은 것일 것. 간장을 기본으로 한 서울불고기식 달콤한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 입맛에 잘 맞았다. 국물이 벤 돼지갈비는 짜거나 너무 달지 않고 담백한 고기 맛 그대로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김치말이국수는 물김치에 소면을 넣고 오이를 썰어 넣은 냉국수였는데 물김치라도 약간의 매운 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담백한 고기와 국수를 휘휘 돌려 싸먹는 궁합이 잘 어울렸다. 자극적이지 않아 더 끌리는 물갈비와 김치말이국수였다.눈동냥을 해서 근처의 테이블들을 둘러보니 갈비가 다 익기 전에 콩나물 파무침을 갈비 위에 올려 같이 끓이고 있었는데 이집 단골들의 레시피였다. 수원에 갔으니 수원법을 따라서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콩나물 파무침의 고춧가루 양념이 들어가자 어른 입맛의 매콤한 돼지갈비로 바뀌었고, 방금 무친 오동통한 콩나물과 알알한 파에서 나온 채수는 국물 맛이 깊어지는데 일조했다. 처음부터 간이 센 편이었다면 뭘 조합하고 넣어도 본연의 맛은 쉽게 변하지 않고 소금기는 강해질 뿐이다. 그러나 수원의 치명적 맛집에선 기본적으로 담백한 맛이었고 함께 나온 음식을 곁들이면 시원한 맛과 매콤한 맛을 추가로 느낄 수 있으니 그 점이 새로웠다. 어떤 고기와 어떤 국물에도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는 게 한국인이지만, 이미 짜고 매콤한 국물에 또 다시 볶음밥을 볶는 것은 평생 다이어터로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 보통 돼지갈비 전문점이 1인분에 250g인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300g이니 3명 이상이라면 갈비를 추가하는 편이 더 나을 것. 주차는 장안문을 기준으로 우측에 넓은 공영주차장이 있으니 주차를 하고서 도보 5분이면 치명적 갈비집에 다다를 수 있다.Add_경기 수원시 장안구 팔달로271번길 16-16Tel_031-242-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