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보이지 않는 영웅 언성히어로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패트릭 베벌리부터 드레이드먼드 그린까지, 슈퍼스타처럼 돋보이진 않지만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영웅들. | nba,언성히어로,보이지 않는 영웅,신스틸러,패트릭 베벌리

NBA Unsung Hero 언성히어로(Unsung Hero). 흔히 스포츠에서 보이지 않는 영웅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영화에 빗대면 신스틸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슈퍼스타처럼 매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않지만 언성히어로는 곳곳에서 늘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에 기여합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는 그들이 딱 그렇습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떠올리면 쉽겠습니다. 무대를 그라운드에서 NBA 코트 위로 옮기면 현재 세 명의 언성히어로가 떠오릅니다.     Patrick Beverley 패트릭 베벌리 in LA 클리퍼스 0순위 우승후보 LA 클리퍼스의 경기력이 점점 무르익고 있습니다. 탄탄한 조직력과 스쿼드를 바탕으로 공수는 물론 벤치 자원에서도 빈틈이 없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우승 청부사 카와이 레너드와 리그 최정상급의 공수겸장 폴 조지 역시 적응을 마쳤습니다. 레너드는 출전 시간 관리를 받긴 하지만 나왔다 하면 경기를 지배하고, 폴 조지는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쾌조의 컨디션으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두 슈퍼스타에 이어 탁월한 ‘클러치맨’ 루 윌리엄스와 골 밑의 무법자 ‘야수’ 몬트레즐 해럴은 늘 그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앞선 네 명의 주연급에 가려서 그렇지 ‘더티 플레이어’ 패트릭 베벌리 또한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쏠쏠한 스코어러는 아니지만 베테랑으로서 정상급의 수비와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립니다. 가드치고도 작은 185cm의 체구에 NBA에서 살아남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수식어처럼 때론 지저분한 플레이를 일삼지만, 그만큼 상대를 압박하고 괴롭힙니다. 싸움닭 기질이 다분합니다. 상대편을 끊임없이 귀찮게 하는 체이싱 토크(Chasing Talk)에 상대 에이스를 도발해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데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케빈 듀란트와 날을 세운 게 대표적입니다. 상대팀에는 그렇게 성가실 수 없지만 같은 팀에서 보면 베벌리만 한 자원이 또 없습니다. 팀을 위해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날리며 굳은 일까지 도맡아서 처리하니까요. 물론, 지금의 클리퍼스는 베벌리 없이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팀입니다. 그만큼 팀의 짜임새가 좋습니다. 하지만 베벌리 없는 클리퍼스는 또 쉽게 상상이 안 됩니다. 슈퍼스타의 클리퍼스가 아닌 ‘팀 클리퍼스’의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니까요.     Marcus Smart 마커스 스마트 in 보스턴 시즌을 앞두고 명문 보스턴 셀틱스의 전력은 지난해보다 떨어져 보였습니다. 카이리 어빙 대신 켐바 워커가 왔지만 주전 빅맨 알 호포드의 빈자리가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니 실제 경기력은 반대로 더 좋아졌습니다. 지략가 브래드 스티븐스의 감독의 지휘 아래 팀이 똘똘 뭉쳤습니다. 팀 분위기를 해치던 어빙도 없으니 조직력은 더 좋아질 수밖에요. 코트 위에서는 새롭게 합류한 워커가 리더십을 발휘해 차세대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 제일런 브라운과 같은 어린 선수들을 하나로 만듭니다. 공격에서 워커가 있다면 수비 코트에서는 마커스 스마트가 돋보입니다. 프로에서 줄곧 ‘보스턴맨’으로 활약한 스마트는 어릴 때부터 수비형 가드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드디어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도 이름을 올리며 주가를 높였습니다. 왕성한 활동량에 단단한 하드웨어(193cm, 100kg)는 스마트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빅맨과의 힘 싸움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아 모든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손까지 빨라 스틸(가로채기)에도 능합니다. 틈만 보이면 공을 터치해 오프 볼을 만들고 자신의 몸을 날립니다. 보스턴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도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 덕분입니다. 최근에는 막강한 수비뿐만 아니라 향상된 3점슛 성공률에 클러치 상황에서도 쏠쏠한 득점을 올리며 팬들을 더욱 열광케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스마트는 언성히어로를 넘어 보스턴의 진정한 히어로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Draymond Jamal Green 드레이먼드 그린 in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팀 성적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언성히어로를 논하는데 드레이먼드 그린이 빠져선 안 되겠습니다. 가끔 기괴한 플레이를 일삼는 ‘악동’ 그린은 골든스테이트 왕조가 몰락하기 전까지 팀의 굳은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경기 내내 목소리를 내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때론 상대편은 물론 심판진과도 언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테크니컬 파울의 단골손님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렇다고 나쁘게만 볼 건 아닙니다. 그만큼 경기에 있어 누구보다 열정을 내비친다는 뜻이니까요. 경기에 대한 열정은 곧 수비 집중력으로 연결됩니다. 빅맨치고는 작지만(198cm) 힘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가드부터 센터까지 모든 포지션에 대응이 가능합니다. 스테판 커리, 클레이 톰슨, 케빈 듀란트가 좀 더 공격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린이 수비에서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활약한 덕분입니다. 그린 역시 막강한 수비력을 인정받아 팀이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올해의 수비상(2017)을 받음과 동시에 세 차례나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달인으로 통하는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다소 떨어질 순 있지만 대신 경기를 읽는 눈과 패싱 센스가 뛰어납니다. 그래서 한때 골든스테이트가 자랑하던 스몰 라인업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구단에서도 그런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 올해 그린에게 4년 맥시멈 1억 2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안겨줬습니다. 문제는 이번 시즌 팀의 저조한 성적과 함께 그린의 활약이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케빈 듀란트의 이탈에 스플래시 브라더스(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그린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본인 또한 잔부상으로 경기에 매번 출전하지 못했고 지금도 코트를 비우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린이 부상에서 돌아와 경기에 나선다고 해도 스플래시 브라더스 없는 골든스테이트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린의 수비만으로는 팀이 승리할 수 없으니까요. ‘수비 요정’ 그린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공격력을 더 끌어올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골든스테이트가 침몰한 이번 시즌이 그린에게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프리랜스 피처 에디터 신동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