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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의 SUV, DBX의 이모저모

애스턴마틴 DBX는 잘생긴 SUV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BYESQUIRE2020.03.30
 

Holy grille

 
ASTON MARTIN DBX

ASTON MARTIN DBX

 
70년 넘는 세월에 걸쳐 디자이너들이 대를 이어 발전시킨 그릴과 풍만하고 넓은 뒷부분, 비스듬한 루프라인 등 애스턴마틴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DBX에도 녹아들었다.
 
ASTON MARTIN DBX
출력 550마력 최고 속도 291km/h 0→100km/h 4.5초 기본 가격 2억4800만원
 
SUV를 아름답게 만드는 게 가능할까? 이제까지 나온 SUV를 살펴보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아니다. 이미 멋지고 매력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피 튀기는 SUV 시장에 뛰어들어 나름의 결과물을 내놨기 때문이다. 몇몇 결과물은 ‘근육질’이라거나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부족했다. 심하게는 런던 택시에 비교된 예도 있다.
이쯤 되니 시장에는 어쩌면 아름다운 SUV를 만든다는 건 한낱 꿈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번졌다. SUV는 실용적인 성격이 강한 장르다. 스타일보다는 쓰임새가 중요하다. 개와 아이들을 태우고 피크닉 바구니를 싣는 목적으로 만든 자동차가 굳이 멋질 필요까지 있을까? 게다가 사실 외관이야 어떻든 이미 잘 팔리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SUV 판매량은 2900만 대를 넘었다. 그러니 SUV의 아름다움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
그러나 섣부른 낙담은 금물이다. 가장 우아한 자동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애스턴마틴이 계속 SUV 시장에 도전하는 이상 아직 희망은 살아 있다. 애스턴마틴은 2018년 상장 이후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다. SUV 시장은 애스턴마틴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다. 그리고 애스턴마틴은 이 기회를 멋지게 잡았다.
애스턴마틴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CCO(Chief Creative Officer) 마렉 라이크만은 SUV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그는 어떻게 DBX를 창조했을까? 보통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라인’이니 ‘실루엣’이니 하는 단어가 입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다. 양 손가락으로 횟수를 꼽아도 부족할 정도다. 하지만 라이크만은 엔지니어들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우리만의 플랫폼을 만들자고 주장했어요.” 그가 말했다. “물론 다른 차에 사용한 플랫폼을 쓸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애스턴마틴만의 언어와 플랫폼을 창조했죠. DBX만의 아름다움을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ASTON MARTIN DBX

ASTON MARTIN DBX

프리미엄 SUV는 대부분 그룹 내 다른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BMW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롤스로이스 또는 폭스바겐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아우디, 포르쉐 등이 그 예다. DBX 역시 관계사인 메르세데스와 플랫폼을 공유할지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DBX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선택했고, 완벽한 SUV를 디자인하기 위해 맞춤형 엔지니어링 기반을 만든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가 되었다.
“저는 ‘미’란 비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보닛의 길이와 승객석의 크기, 유리의 길이와 도어의 크기, 휠베이스와 차의 길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우리만의 플랫폼을 갖는 건 대단히 중요했어요.” 비율을 목숨처럼 여기는 마렉 라이크만다운 이야기다.
애스턴마틴이 플랫폼을 개발한 이유와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여긴 마렉 라이크만은 이야기를 바꿔 DBX가 디자인하기에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차라고 했다. 완성된 외관 디자인은 그의 첫 스케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70년 넘는 세월에 걸쳐 디자이너들이 대를 이어 발전시킨 그릴과 풍만하고 넓은 뒷부분, 비스듬한 루프라인 등 애스턴마틴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DBX에도 녹아들었다.
애스턴마틴이 완벽한 럭셔리 SUV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마 인테리어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인테리어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기준은 물론 소비자들의 취향 역시 더욱더 까다로워졌다. 그래도 SUV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모든 시장에서 그렇듯 후발 주자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기대하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스턴마틴은 DBX 개발 당시 여성 자문단을 구성해 여성의 니즈를 파악하고, 중국과 로스앤젤레스에 동시에 출시하는 등 철저한 준비 단계를 거쳤다.
DBX 개발은 꼭 갖고 싶은 차를 만들어낸 성숙한 프로젝트였다. 동급에서 애스턴마틴의 DBX만큼 널찍한 헤드룸과 적재 공간을 뽑아내기란 힘든 일이다. 게다가 직접 마주하면 기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우아하고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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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WRITER WILL HERSEY
  • PHOTOGRAPHER CHRIS LEAH
  • TRANSLATOR 이원열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