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2021년 도로에서 마주칠 예술 작품같은 자동차 4

2021년 도로에서 마주치게 될 4대의 걸작.

BYESQUIRE2021.01.30
 
 

MASTERPIECE 

 

ROLLS-ROYCE-GHOST

낯설다. 구름 위를 나는 것 같다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매직 카펫 라이드’를 경험했을 때의 솔직한 심정이다. 고스트가 구현하는 부드러움은 격이 다르다. 처음 낯섦을 느꼈던 건 노면이 거친 곳을 지날 때였다. 보통 평탄하지 않은 도로를 지날 때 느껴지는 충격은 총 두 번이다. 앞바퀴에서 한 번, 뒷바퀴에서 한 번. 그런데 고스트는 앞바퀴에서만 가볍게 덜컹거릴 뿐 뒷바퀴가 잠잠하다. 불쾌한 승차감을 만들기로 악명 높은 플라스틱 방지턱을 넘을 때조차 2열의 출렁거림이 미미했다. 비밀은 서스펜션에 있다. 신형 고스트를 위해 새롭게 설계된 ‘플레이너 서스펜션 시스템’은 전방 도로 상황을 살펴 미리 서스펜션값을 조정하는 ‘플래그베어러’와 어댑티브 쇼크업소버에 고용량 에어 스트럿을 더한 ‘어퍼 위시본 댐퍼 유닛’을 더했다. 궁극의 승차감을 추구하는 롤스로이스의 전매특허 기술이다.
 
낯섦은 하나 더 있다. 엔진을 쥐어짤 때다. 최대토크가 86.7kg·m나 되는 차에 올라 급가속을 하면 으레 뒤통수가 헤드레스트에 강제로 밀착되기 마련이다. 고스트는 다르다. 과격한 모습을 내비치는 법이 없다. 대배기량 V12 트윈터보 엔진은 승차감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혹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고스트에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높이고 기어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을 불완전한 요소로 보기 때문이다. 승차감만 놓고 보면 롤스로이스의 위는 같은 롤스로이스뿐이다. 구름 위엔 구름뿐인 것처럼.
 
파워트레인 6749cc V12 가솔린 트윈터보, 8단 자동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86.7kg·m 
가속력(0→100km/h) 4.8초
가격(VAT 포함) 4억7100만원부터

 

FERRARI ROMA

디자인만을 고려한 콘셉트 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우아함이 도로를 런웨이로 만든다. 넓고 길게 뻗은 보닛이 안쪽으로 꺾여 들어가며, 새로운 셰이프의 그릴과 맞물려 진한 존재감을 풍긴다. 볼륨감 있는 앞 펜더에서 시작된 측면 실루엣은 비스듬히 누운 A필러를 지나 트렁크 리드까지 날렵하게 이어진다. 페라리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인 ‘250 GT’를 성공적으로 계승했다고 할 만하다. 우아함은 인테리어에서도 이어진다. 8.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계기반도 모두 디지털이다. 심지어 사이드미러도 터치식 스위치로 조절한다. 물론 아날로그 감성도 남아 있다. 기어 레버다. 과거 수동 변속기의 기어 레버 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클래식한 형태다.
 
그러나 달릴 땐 파도처럼 거침없다. 엔진 성능만 놓고 보았을 땐 ‘막내 라인’에 속하는 로마지만 매서운 주행 성능은 GTC4 루쏘나 F8 트리뷰토 못지않다. 신형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V8 트윈터보 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 터보랙은 없다. 변속기는 패들시프트를 튕기며 엔진을 재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영리하고 신속하게 기어를 바꿔 문다. 폭풍같이 속도를 쌓아가던 것과 달리 항속으로 달릴 땐 엔진 회전수를 2000rpm 아래로 유지하며 매끄럽게 달린다. GT카답다. 페라리는 로마를 출시하며 “데일리 카로도 손색없을 것”이라 말했지만 솔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이렇게 말했으면 어떨까? “운전이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타지 않고는 못 배길 것.”
 
파워트레인 3855cc V8 가솔린 트윈터보, 듀얼 클러치 8단 자동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77.5kg·m
가속력(0→100km/h) 3.4초
가격(VAT 포함) 3억2000만원부터
 

PORSCHE TAYCAN 4S

태양에서 뿜어져 나온 전기 플라즈마가 공기 분자와 충돌해 에너지가 빛으로 바뀌는 현상이 오로라라고는 하지만, 사실 생성 원리 같은 건 몰라도 좋다.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을 두 눈 가득 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테니까. 포르쉐의 첫 전기차 타이칸을 바라보는 내 심정도 비슷하다. 타이칸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 원리 따윈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포르쉐가 내연기관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몽땅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많은 기술이 녹아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4D 섀시 컨트롤 시스템이나 800볼트 급속 충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보는 순간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건 그저 타이칸의 운전대에 앉아 액셀을 밟고 핸들을 돌리는 일이다.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이 차를 타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761마력의 타이칸 터보 S와는 달리 지난해 11월 말 국내 출시된 타이칸 4S는 비교적 낮은(?) 571마력을 발휘한다. 노면 온도가 낮고 눈까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타이칸 4S는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민첩하게 달렸다. 예를 들어, 정지 상태에서 강하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접지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빠르게 동력을 차단해 휠 스핀을 방지한다. 하체도 단단한 편이어서 911이 부럽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들었던 건 에너지 회생 방식이다. ‘에너지 회생오버런’을 자동으로 설정하면 타이칸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분석한 후 능동적으로 회생 제동 강도를 조절한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마자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 탄력 주행을 방해하는 다른 전기차와 다르다.
 
파워트레인 앞뒤 전기모터, 2단 자동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66.3kg·m
가속력(0→100km/h) 4초
가격(VAT 포함) 1억4560만원부터

 

ASTON MARTIN DBX

작년 이맘때로 기억한다. 애스턴 마틴은 DBX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자동차 전문 기자들을 오만으로 불러 모았다. 그러곤 프로토타입 DBX 시승회를 열었다. 충격적이었던 건 시승 코스가 사막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DBX가 등장하기 전 애스턴 마틴의 이미지는 턱시도를 차려입은 제임스 본드가 타는 럭셔리 스포츠카에 가까웠다. 말끔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모습 말이다. 그랬던 애스턴 마틴이 SUV를 선보이는 것도 모자라 주행 환경이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를 질주하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DBX의 첫인상은 ‘크다’였다. DBX는 국내 기준으로 대형 SUV에 속한다. 기존 애스턴 마틴 모델에서 볼 수 있었던 유려한 루프 라인, 커다란 그릴과 측면 에어덕트 같은 여러 디자인 요소가 조화롭다. 주행 모드는 6가지(터레인+, 터레인, GT, 스포츠, 스포츠+, 인디비주얼)인데 GT모드일 때도 서스펜션이 탄탄하다. 고속에서도 좌우 출렁거림이 적어 큰 차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다. 스포츠 모드에선 배기음과 엔진 반응이 날카로워지는 재미가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진 못했지만, 사막을 거침없이 내달렸던 걸 보면 터레인 모드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는 야무진 주행 성능과 대비된다. 알칸타라와 풀 그레인 가죽, 우드 트림을 눈 닿는 모든 곳에 아낌없이 넣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온·오프로드를 넘나들며 럭셔리한 실내와 스포티한 주행감을 자랑하는 차는 DBX밖에 없다.
 
파워트레인 3982cc V8 가솔린 트윈터보, 9단 자동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1.3kg·m
가속력(0→100km/h) 4.5초
가격(VAT 포함) 2억480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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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호준
  • PHOTOGRAPHER 최민석
  • ASSISTANT 김균섭 / 황성인
  • COOPERATION LG전자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