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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도 이젠 SUV시대

이젠 SUV도 EV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매력이 다르다.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BYESQUIRE2020.10.08
 

Anytime, Anywhere

 
 

Tesla Model X Long Range 

파워트레인 앞뒤 전기모터, 1단 자동  배터리100kWh  최고 출력274/258마력(앞/뒤)  최대 토크42.8/34.1kg·m(앞/뒤)  가속(0→100km/h)4.6초  주행 가능 거리438km  가격(VAT 포함) 1억1천5백99만원
 
EV 원조 맛집
크고 오래간다. 차체 길이 5050mm, 너비 2000mm다. 미니밴과 나란히 세워놓아도 밀리지 않는 덩치다. 몸집이 크다는 건 더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게 사람이건 물건이건 말이다. 모델 X는 시트 구성을 5인승, 6인승, 7인승 중 선택할 수 있다. 5인승과 7인승의 경우 3열은 물론 2열도 폴딩이 가능하므로 캠핑 장비나 자전거는 물론 서프보드까지 몽땅 들어간다. 게다가 모델 X 롱 레인지는 주행 가능 거리가 438km로 다른 EV SUV보다 약 100km 이상 더 멀리 달린다. 서울에서 양양까지 도중에 충전하지 않고 왕복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소가 많아지긴 했지만 경쟁 모델에 비해 주행거리가 100km 이상 길다는 건 여전히 큰 장점이다. 장거리 운전이 잦은 운전자에겐 더욱 그렇다. 테슬라 전용 충전소를 이용하면 충전 요금이 무료다.
눈에 띄는 장점은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이다. 기존의 오토파일럿 기능에서 한 발짝 더 발전한 형태로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모델에 적용했다. 운전대 왼쪽에 있는 레버를 한 번 당기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두 번 당기면 오토파일럿이 활성화된다. 오토파일럿은 고속도로에서 빛을 발하는데 잠시 한눈을 팔아도 좋을 만큼 영리하게 차선과 차간거리를 유지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도 갖췄다. 운전대를 잡으라는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임의로 운전대를 조작하면 기능이 해제된다. 지시를 따르지 않아 기능이 해제될 경우 차를 완전히 멈추기 전까진 다시 오토파일럿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바닷가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차박을 즐길 땐 캠핑 모드가 유용하다. 밤새 차 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소모되는 배터리는 10% 미만이다. 내연기관과 달리 오랫동안 공회전을 하더라도 배출 가스가 없어 친환경적이다.
 
 

Jaguar I-Pace HSE

파워트레인 앞뒤 전기모터, 1단 자동  배터리 90kWh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71kg·m  가속(0→100km/h) 4.8초  주행 가능 거리 333km  가격(VAT 포함) 1억2천8백10만원
 
SUV야, 스포츠카야?
즐겁다. 즐거움은 꽉 막힌 도시를 벗어나 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섰을 때 시작된다.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71kg·m를 쏟아내는 I-페이스의 전기모터의 가속력은 시원시원하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UFO가 이륙할 때 날 것만 같은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I-페이스는 앞 유리는 물론 1열 창문에도 이중 접합 유리를 사용해 풍절음을 잘 틀어막는다.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면서도 메리디안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청아한 음악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와인딩 코스에 들어서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나갈 때 I-페이스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SUV보단 스포츠카에 가깝다. 비결은 낮은 무게중심이다. 일단 다른 EV SUV보다 차체 높이가 100mm 정도 낮다. 게다가 상위 트림인 I-페이스 HSE는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 속도가 빨라지면 차체를 10mm 낮춘다. 공차 중량의 3분의 1에 가까운 603kg의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촘촘히 깔아 넣은 것도 차의 밸런스를 향상시킨다. I-페이스에 장착된 ‘퍼포먼스 시트’는 레이싱 카의 버킷 시트처럼 차의 움직임을 운전자에게 잘 전달함과 동시에 등허리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오프로드도 문제없다. 최대 230mm까지 늘어나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애물 극복을 돕는다. I-페이스에는 랜드로버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과 어댑티브 지면 반응 시스템(AdSR)이 들어가 있다. 만약 진창에 차가 빠지더라도 프런트 액슬과 리어 액슬에 각각 달린 전기모터가 영리하게 동력을 분배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그냥 저마찰 발진 기능을 활성화하고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된다. I-페이스는 SUV의 본질 중 하나인 험로 주파 능력도 놓치지 않았다.
 
 
 

Mercedes-Benz EQC 400 4matic

파워트레인 앞뒤 전기모터, 1단 자동  배터리 80kWh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77.4kg·m  가속(0→100km/h) 5.1초  주행 가능 거리 309km  가격(VAT 포함) 9천5백50만원 
 
EV인 듯 EV 아닌 EV 같은
“뭐야, 이게 전기차라고요?” 어시스턴트는 EQC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고 꽤 시간이 지나서야 이 차가 전기차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걸 이제 알았어?”라며 놀렸지만, 사실 이건 그의 둔감함 때문만은 아니다. 비 내리는 이른 아침 에디터의 재촉에 서둘러 촬영 장비를 옮겨 싣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EQC는 분명 다른 EV SUV와 결이 다르다.    
시작부터 달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테슬라나 재규어처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았다. 기존의 MRA 플랫폼을 개선해 사용했다. MRA 플랫폼은 C 클래스와 GLC에 쓴다. 이러한 선택이 개발 및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인지 ‘벤츠스러움’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날 모인 4대의 EV SUV 중 EQC의 주행 감각이 가장 익숙했다. 내연기관의 움직임과 비슷했다는 의미다. 최대 토크가 77.4kg·m나 되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과격하게 튀어 나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빠르되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인다. 앞바퀴가 들릴 것 같은 피칭이나 고속에서의 불안감은 EQC와 거리가 멀다.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받아내며 묵직하게 달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벤츠다.
전기차 특유의 윙윙거리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시속 140km까지는 옆 사람과 조근조근 대화가 가능하다. 회생제동 단계는 4단계로 촘촘히 구분해놓았다. 회생제동 단계를 ‘D +’로 설정하면 내연기관과 같은 자연스러운 관성 주행으로 달린다. 반대로 ‘D - -’는 회생제동 개입이 가장 심한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몸이 앞으로 훅 쏠릴 만큼 빠르게 속도를 줄인다. 참고로 에코 어시스트 기능과 연계해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려주는 ‘맥스’ 드라이브 모드는 아직 국내 모델에 적용되지 않았다.
 
 

Audi e-tron 55 quattro

파워트레인 앞뒤 전기모터, 1단 자동  배터리 95kWh  최고 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360(부스트 모드: 408)마력  가속(0→100km/h) 6.6(부스트 모두: 5.7)초  주행 가능 거리 307km  가격(VAT 포함) 1억1천4백92만원 
 
기술을 통한 진보
약 50년 전인 1971년 아우디가 내건 슬로건이다. 그 후 풀 타임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인 ‘콰트로’와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TDI)을 최초로 만들어내며 언행일치를 실천했다. 그런 아우디의 첫 번째 전기차가 e-트론이다. 평범할 리 만무하다. 여러 혁신적 기술이 탑재됐는데 전기차 최초로 적용한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과 ‘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아우디의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을 설명하는 건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의 줄거리를 10분 안에 설명하는 것만큼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억해야 할 부분은 간단하다. 회생제동으로 얻는 에너지가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많다는 것. 제동 상황에서 전자제어를 이용해 회생제동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모터 출력의 7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게 아우디의 설명이다. 국내외 시승기에서 공인 주행 가능 거리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다고 자주 언급되는 까닭이다.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가 보이지 않는 혁신이라면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보이는 혁신이다. 사실 사진과 영상으로 처음 버추얼 사이드미러를 봤을 땐 못미더웠다. 시승 차를 건네받고 시동을 걸 때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버추얼 사이드미러는 혁신이 맞다. 특히 비 내리는 밤에 아주 유용하다. OLED 디스플레이는 외부 환경이 어떻건 항상 또렷한 영상을 보여준다. 가로등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버추얼 사이드미러가 아니었으면 가슴 철렁했을 법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실물과 영상 간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안전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단, 버추얼 사이드미러의 디스플레이 위치가 원래 사이드미러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으므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