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사회적으로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대에 문을 연 바 4곳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기에 맞물려 미루고 미뤄 문을 연 가게들이 있다. 개업은 했으나 성대하게 환영받을 기회를 놓친 바와 카페 그리고 레스토랑을 모았다.

BYESQUIRE2020.11.12
 
 
낯선 동네의 믹스매치 다이닝 바

DEEPIN

신당역에서 디핀까지는 도보 3분 정도 거리였다. 시장 분위기의 생선 가게와 양말 가게 등을 지나며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호주,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을 경험한 미슐랭 출신 셰프가 왜 다소 낯선 이 동네에 정착한 걸까? “나름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믹스매치죠. 바깥은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 실내는 모던하고 세련된 공간이잖아요. 제2의 을지로 같기도 하고요.” 최상현 셰프의 설명이다. 그는 원래 한남동이나 청담동을 고려했지만, 좀 더 새로운 공간을 찾다가 신당동에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파인다이닝에서 오랜 시간 일한 그답게 메뉴는 대부분 프렌치를 베이스로 하지만 식재료는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최 셰프의 테크닉과 제철 재료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주력 메뉴인 ‘참치 타르타르’는 잘게 썰린 참치회와 부각 향이 나는 다시마 에멀전, 훈연한 미나리와 정종, 다시마로 만든 젤리를 ‘라보쉬’라는 호밀 크래커와 함께 먹는 요리다. 입안에서 참치와 다시마의 바다 향, 동시에 훈연한 미나리의 불 향이 섞인다. “결국 저도 아시안이기 때문에 서양적인 향이나 식재료보다는 아시아의 맛을 활용하게 되더라고요. 메뉴는 앞으로도 새롭거나 더 좋은 재료가 나오면 유동성 있게 바꿀 예정이에요.” 오픈 시간이 되자 내부는 순식간에 손님으로 가득 찼다. “찾아와야 하는 곳이지만, 디핀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으니 충분히 많은 분이 방문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죠. 아무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그런 좋은 음식과 어우러질 와인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낯선 동네를 굳이 찾아갈 이유가 충분했다.
 
Where
서울 중구 퇴계로 411 1층
When
매일 18:00~02:00
Who
옛 을지로 정취가 그리운 이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은 이들.
 
 
 
다시마 에멀전과 젤리를 더해 바다 향 가득한 참치 타르타르와 라보쉬.

다시마 에멀전과 젤리를 더해 바다 향 가득한 참치 타르타르와 라보쉬.

 
중화풍 X.O 소스로 볶아낸 블랙타이거새우.

중화풍 X.O 소스로 볶아낸 블랙타이거새우.

 
 
맛있는(味) 섬(島)과 숲(林)의 한식 타파스 바

MIDORIM

지도상 미도림은 뚝섬역 사거리에서 서울숲 방면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있지만, 실제 이곳을 단번에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여기저기 붙은 ‘체형 관리’나 ‘무용연습실’ 등의 안내에 비해 소박한 간판 크기 때문이다. 세월의 더께가 묻은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찰 때쯤 미도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수동, 낡은 건물, 한식 타파스, 내추럴 와인까지. ‘힙’의 결정체지만, 계획하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원래 사무실로 쓰려고 했는데, 뷰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외식업 컨설턴트이자 인근에 카레집과 카페를 운영 중이기도 한 정동우 대표의 말이다. 갑자기 시작한 곳이라고 하기엔 메뉴가 훌륭하다. 한식이 주력이지만, ‘타파스’에서 알 수 있듯 양식의 손길도 닿아 있다. 막회에는 백김치와 딜이 얹혀 있고, 카펠리니 면에 완도김 퓌레를 얹은 파스타의 식감은 조금 더 오독한 ‘비빔면’ 같다. “정식당 출신인 박준희 메인 셰프 덕분에 좀 더 재미있는 요소가 메뉴에 들어갈 수 있었죠.” 정 대표의 설명이다. 마침 술이 들어오는 날이라 이야기를 나누는 중 새로운 술이 몇 병이나 도착했다. 내추럴 와인뿐만 아니라 컨벤셔널 와인, 사케도 있었다. “한국 대중음식은 단맛이 강하거나 고추장을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와인의 산미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슬쩍 가격을 물었더니 상당히 합리적인 숫자가 돌아왔다. 직원들은 메뉴와 술의 페어링에 대한 교육도 따로 받는다. “어느 직원에게 묻더라도, 더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정 대표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Where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108 3층
When
수~월 18:00~01:00, 화요일 휴무
Who
합리적인 가격에 내추럴 와인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입문자, 성수동 인근에서 2차로 가볍게 취하고 싶은 이들.
 
 
 
카펠리니와 김 퓌레를 조합한 완도김 파스타.

카펠리니와 김 퓌레를 조합한 완도김 파스타.

 
백김치와 딜을 곁들인 생선 막회.

백김치와 딜을 곁들인 생선 막회.

 
 
바가 없는 위스키 바에서
BAR BOURBON 
사회적으로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대에 문을 연 바 4곳

사회적으로 모두가 거리를 두는 시대에 문을 연 바 4곳

현대건설 뒤편 계동길 초입에 있는 바 ‘법원’의 이름은 영문으로 쓰면 재미가 떨어진다. “다른 술집을 운영할 때 단골손님에게 버번 위스키를 내어드린 적이 있어요. 그분이 버번 위스키를 몰랐나 봐요. ‘법원에서 위스키도 만드냐’고 대답하셨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었죠.” 헌법재판소 근처에 법원을 낸 하덕현 대표의 말이다. 공간이 중요했다. 지금 법원이 들어선 자리에는 계동에서 30년을 영업한 터줏대감 ‘우원’이 있었다. “상사들이랑 만나도 젊은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게 6개의 다다미방으로 나눈 한정식집 자리였어요. 그 분리된 공간을 그대로 살렸죠”. 분리 공간을 살리고 바텐더와 대면하는 바 좌석을 없앴다. 덕분에 프라이빗하게 한잔을 즐길 수 있는 큰 장점이 생겼다. 공간과 이름을 정하고 나니 위스키 리스트를 버번으로 채우는 게 숙명처럼 느껴졌다. 불렛, 메이커스 마크, 러셀 등 버번으로 유명한 브랜드 외에 미터스, 코발, 윌렛, 킹스카운티 등 마니악한 증류소의 위스키까지 들여놨다. 특히 킹스카운티는 정식 수입이 곧 종료된다는 말에 잔량을 전부 사입했다. 법원이 아니면 당분간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위스키엔 역시 고기. 캐러멜라이징 한 양파와 소고기를 레드 와인에 졸인 후 페이스트리 안에 듬뿍 넣어 구운 미트 파이는 출출한 속에 위스키와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와인과 맥주 리스트도 다양하다.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술을 좋아할 지는 손님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이죠”. 지혜로운 전략이다.
 
Where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1길 33
When
평일 16:00~01:00, 주말 14:00~01:00
Who
인근 깡통만두나 소금집에서 배를 채우고 2차를 부르짖는 이들, 미트 파이로 간단하게 속을 채우며 위스키 한잔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싶은 이들.
 
 
 
레드 와인의 풍미가 도드라지는 미트 파이.

레드 와인의 풍미가 도드라지는 미트 파이.

 
직접 만든 무화과 크림치즈와 말린 자두, 레몬 딜버터 등으로 구성된 와인 구절판.

직접 만든 무화과 크림치즈와 말린 자두, 레몬 딜버터 등으로 구성된 와인 구절판.

 
 
런던, 서울 그리고 아시아의 터치

JADE & WATER

셰프 현상욱이 정식당의 수셰프 출신이라거나, 한남동 다츠의 헤드셰프였다는 건 사실 옥수동 와인 바 제이드앤워터(한문으로 읽으면 ‘옥앤수’다)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니다. 고층 아파트 건너편 저층 상가가 빼곡하게 들어선 골목 초입에 준공 50년이 넘은 오래된 백색 타일의 외벽 건물, 그 공간이 가장 큰 매력이다. 1층에 있는 수선집 ‘명동사’의 오른편 계단으로 올라가면, 아직간판도 달지 않은 제이드앤워터가 나온다. 스무 평가량의 널찍한 직사각형 공간의 한쪽 긴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쇠로 맞춤한 격자무늬 통창이다. 눈이 부실 정도의 햇살이 쏟아진다.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공간을 보니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 현상욱의 말이다. “런던 쇼디치의 유명 레스토랑 라일스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서울의 터치를 더했죠.” ‘서울’이라는 단어를 듣자 테라초 무늬 바닥이 눈에 띈다. “이건 사실 그냥 ‘도끼다시’ 바닥이죠. 그대로 살렸어요.”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남은 도끼다시 바닥 위로 을지로가 배출한 서울 브랜드 ‘아고 라이팅’의 조명이 빛난다. 과연 ‘서울의 터치’다. 서울에 베이스를 둔 '스튜디오 라이터스'에 인테리어를 맡긴 이유기도 하다. 공간엔 서울이, 플레이트엔 아시아가 녹아 있다. 마라유와 생각즙을 ‘킥’(요리에 변화를 주는 결정적 요소)으로 쓴 생목이버섯의 식감에 놀랄 것이다. 손으로 으깨 튀긴 알감자의 마요네즈 소스에는 염장 다시마를 섞었고, 잘 구운 가리비 위에는 화이트 와인이 아닌 사케로 만든 베르블랑 소스를 곁들였다.
  
Where
서울 성동구 한림말3길 29
When
런치는 목~일 11:00~14:30, 디너는 수~금 5:30~00:00 토~일 16:30~00:00. 월, 화 휴무.
Who
주말 낮부터 밤까지 마실 수 있는 느긋한 공간을 찾는 이들, 멀리 나가지 않고도 세련된 음식과 양질의 와인을 즐기고 싶은 옥수동 주민들.
 
 
 
한치와 고수를 올린 목이버섯무침.

한치와 고수를 올린 목이버섯무침.

 
사케베르블랑 소스와 가리비구이.

사케베르블랑 소스와 가리비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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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오성윤/김현유/박호준
  • PHOTOGRAPHER 정우영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