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뉴트로 시장들’ 동묘시장 편

요즘 시장은 세대 구분 없이 놀러갈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힙스터가 모이는 동묘마케트부터 누구나 좋아할 손맛의 광주식당까지.

BY이충섭2020.11.13
동묘 시장

동묘 시장

와인바+스낵바 동묘마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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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마케트는 동묘시장을 이번 연재의 주인공으로 선택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이다. 시장과 인쇄소, 목공소가 즐비한 창신동에 힙스터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동묘마케트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래 피맥(피자+맥주)을 파는 동묘가라지를 운영하던 사장이 두 번째 프로젝트로 낸 곳이 동묘마케트인데 찾아오는 손님에 따라 가게를 달리 기억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와인과 치즈를 팔기 때문에 와인바라고 할 수 있지만 힙스러운 음악을 듣고 직접 과자와 맥주를 꺼내 먹는 스낵바이기도 하다. 또한 파스타, 찹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으니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붉은 계열의 페인트를 칠한 건물 외벽에 파란 문, 가게 내부에 켜놓은 독특한 조명들, 한켠에 빨간색과 초록색 벽돌로 쌓은 벽, 숨겨진 방, 마트 카트에 잔뜩 담긴 스낵 등 가게 곳곳에 흥미로운 요소가 많으니 하나하나 찾아보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해물떡볶이가 유명하지만 비프크림파스타 등 식사 메뉴도 충분히 수준급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54길 17-10 문의 070-7773-2050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주꾸미의 모든 것 동묘집

동묘집동묘집동묘집동묘집
주꾸미를 주제로 음식을 하는 동묘집은 최근, 동묘시장과 창신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식당 중 하나다. 한눈에 봐도 깨끗한 가게 안팎과 레트로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아직, 노포 감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가장 반가운 곳이자 고마운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저녁 시간, 술을 곁들이고 싶어서 이집의 대표 메뉴인 철판 주꾸미를 주문했다. 정갈한 반찬과 참깨 드레싱 샐러드, 묵사발에 소주 한잔을 하고 있을 때쯤, 초벌한 주꾸미 철판 음식이 나왔다. 너무 오래 볶으면 질긴 주꾸미를 먹게 되니 채소의 숨이 죽고 채수가 나올 때쯤 먹기 시작했는데 ‘인생 주꾸미’였다. 한 마디로 불맛이 나고 매콤하고 또 달달하다. 다시 차분히 설명하자면 과하지 않은 불맛과 과하지 않은 매운 맛이 달달한 소스와 단 맛을 내는 양파, 그리고 콩나물, 부추, 파 등 각종 채소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매움의 정도를 표현한다면 이제 김치찌개를 먹기 시작한 초등학생이라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맛이라 할 수 있다. 오색 나물과 주꾸미를 즐길 수 있는 주꾸미 한상과 푸짐한 주꾸미를 즐길 수 있는 주꾸미 파전, 오독오독 식감이 좋은 주꾸미 만두 등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으니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52길 43-9 문의 070-8882-8889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동태찌개 외길 광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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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에는 동태찌개와 생선구이 골목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1990년부터 문을 연 광주식당이다. 열 두시보다 약 10분 먼저 도착했더니 자리가 있었다. 자리를 안내 받고 주문을 한 다음, 음식이 나오면 선불로 계산한다. 물론 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노포라고 해서 휘뚜루마뚜루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꽉 짜인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아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가게였다. 광주식당의 동태찌개는 자극적이지 않고 딱 먹기 좋게 새빨간 국물에 두툼한 동태와 튼실한 무, 두부가 들어가 있었다. 홀린 듯 숟가락을 집어 국물을 떠먹고 이내 두어 번 더 숟가락을 떴다. 평소 생선탕은 맑은 탕이 아니면 잘 먹지 않는 입장에서는 남다른 수준의 동태찌개였다. 맵지 않을 만큼 딱 얼큰해서 떠먹을 때 부담이 없었다. 이후 동태살을 발라 먹는데 메마르지 않고 촉촉했으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다. 사실 이집 동태찌개의 최고는 무였다. 무 조림에 동태를 넣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양이 많았는데 한 조각 한 조각에 간이 베었고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았다. 그렇다고 숟가락으로 떴을 때 힘이 없어 뭉그러지는 형태가 아니라 그만큼 조리가 잘 돼있다는 뜻이다. 광주식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어서 갈 가게가 많으니 주인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기고 나오려고 했다. ‘약속을 지키자’는 말을 최소 세 번은 되뇌었음에도 그릇 안에는 약간의 국물과 동태 뼈만 남아있었다. 원래 음식을 남기면 벌은 받는 법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지봉로2길 15
 

'달콤짭짤' 고기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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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 동태찌개 골목을 지나면 고기튀김과 빈대떡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 임원희 편을 찍을 때 나온 곳인데 가게 이름을 찾기 보다 해당 프로그램 현수막이 걸려 있는 집을 찾으면 편하다. 대표 메뉴 고기튀김과 고추튀김은 물론, 멸치국수, 비빔국수 모두 깔끔하게 3천원으로 통일이다. 전반적으로 튀김옷이 달달한 편인데 고기 특유의 감칠맛과 잘 어울리고 이는 파 간장에 찍어먹을 때 배가 된다. 한마디로 튀김들이 짠 편이 아니어서 한 두개 먹고 물리는 일은 없다. 두툼한 고기의 맛을 즐기려면 고기튀김을, 매콤함과 아사아삭한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고추튀김을 추천한다. 두 노사장 내외의 정감 있는 대화를 들으면서 막걸리 한 사발씩 하다 보니 어느새 텅 빈 그릇만이 남아 있었다. 사전 취재 때 ‘무뚝뚝하다’ ‘친절하지 않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글쓴이에게 반찬 그릇을 직접 가져왔는지, 음식이 나왔을 때 직접 받아갔는지 묻고 싶다. 그릇이랑 음식을 챙겨서 자리에 앉자, 그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테이블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것 저것 챙겨주고 포장용으로 튀김 1인분을 더 주문하자 “집에 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한참 설명하신다. 어떤 모습이 진짜 이 가게의 모습인지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은 왕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주소 서울 종로구 지봉로2길 7-2
 

가장 서민적인 정삼품순대

정삼품순대정삼품순대정삼품순대
정삼품순대는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엔 맛집이 없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깬 가게였다. 동묘앞역 6번 출구 지척에 있는 이곳은 순대국을 비롯한 순대 메뉴와 수육, 곱창전골, 더덕보쌈을 판매한다. 동묘시장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점심 시간대 이 가게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오후 7시, 8시, 9시, 그리고 11시쯤 가게를 봤을 때 들고 나가는 손님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애초에 취재 리스트에 없었지만 그 연유가 궁금해서 자정 다 되서 가게를 들어갔는데 순대국이 고작 6천원이었다. 대로변에, 역세권에 있는 가게의 대표 메뉴가 6천원이라니. 국물 한 숟가락 떠먹고 따로 나온 간을 국물에 잠시 담갔다고 먹고는 더 놀라웠다. 구수한 돼지 뼈 육수의 묵직함이 좋았고 텁텁하지 않고 부드러운 간 또한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4천원을 추가하면 먹을 수 있는 순대국 정식에 나오는 돼지 부속물과 수육 역시 전반적으로 촉촉했다.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쓰는 주인의 배려가 느껴졌다. 국에 정신이 팔려서 뒤늦게 밥뚜껑을 열었는데 흑미밥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이 역시도 손님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주인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주소 서울 종로구 지봉로 11 문의 02-762-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