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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티 하이커] 건축가 다니엘 텐들러가 인왕산을 걷는 이유

하이킹을 즐기는 크리에이터 3명과 만나 그들이 추천하는 서울의 산길을 함께 걸었다.

BYESQUIRE2020.11.16
 

SEOUL

CITY

HIKERS

 
 뉴랜드 다운 재킷 52만원, 스웨트셔츠 13만8000원, 코듀로이 팬츠 17만8000원, 백팩 11만8000원, 반다나 7000원 모두 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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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텐들러

'어반디테일 서울’의 공동 대표인 건축가 다니엘 텐들러는 인왕산 범바위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했다. 우리는 경복궁과 창덕궁이 한눈에 보이는 범바위에서 내려오며 서울의 풍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와, 이렇게 성곽 위를 걸으며 서울을 바라보니 새롭네요.
맞아요. 같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새롭고 좋아요. 사실 서울 한복판에서 아주 가까운 곳인데, 여긴 완전 산이란 말이죠. 서울 중심 부에서 숲이 우거진 산에 올라 궁궐과 한옥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같이 있기 힘든 것들이 같이 있다’라는 말이 인상 깊네요.
다른 나라의 수도에서 이런 산을 찾기는 쉽지 않아요. 베를린만 해도 산이 없어요. 후지산도 도쿄시에 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거든요. 적어도 제가 아는 메트로폴리스로 국한하면 서울은 지형적으로 매우 특수한 수도예요. 서울은 뭐, 어디 있으나 산이 멀지 않은 것 같아요. 강북에는 인왕산, 북악산, 도봉산, 수락산이 있잖아요. 강남에는 관악산이 있고요. 특히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갈 때 보이는 북악산은 언제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당시에 왕이 한양 천도를 명하고도 2년이나 다른 곳을 돌아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2년이나 찾았으니 풍수지리적으로 완벽한 도시인 거죠.
 
배산임수요?
예, 맞아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높은 산(북악산)을 뒤에 두고 앞에는 낮은 산이 있고 그 사이에 청계천이 있죠. 또 청계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것 역시 이론에 부합한다고 하더라고요. (과거에는 북악산 서쪽 청운동 계곡에서 시작된 물길이 경복궁을 지나 청계천 광통교로 흘러들었으며 이 물길은 서에서 동으로 흘러 중랑천과 만나 한강까지 연결되었다.)
 
아니, 서울을 저보다 잘 아시네요?
북한산이나 도봉산 쪽에서 보는 산세도 정말 멋있어요. 지금 우리가 보는 건 서울 산의 앞쪽이잖아요? 뒤쪽에서 보면 또 다르게 무척 멋있어요. 근데 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그런지, 단풍이 예년만큼 예쁘지 않았어요.
 
 
 고어텍스 푸퍼 다운 재킷 47만원, 코듀로이 팬츠 17만8000원, 무브 스니커즈 23만원, 삭스 1만5000원 모두 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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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아니 한국 단풍 색까지 알아요?
그게 참 이상해요. 올해는 한창 단풍이 들었을 때도 다른 해만큼 예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서울의 어떤 하이킹 코스를 좋아해요?
낙산공원과 장수마을 쪽도 재밌어요. 내려가면 대학로가 있으니 배고플 때면 바로 식사도 할 수 있고요. 도봉구 쪽, 우이산이며, 도봉산도 참 좋더라고요. 은평구에 있는 한옥마을 쪽도 서울 같지 않게 아름다워요.
 
저는 지난주에 한라산에 다녀왔는데, 정말 멋지더라고요. 영실코스라고 가장 짧은 코스로 올라갔는데, 해발 1700m가 넘는 곳에 그렇게 아름다운 고원이 펼쳐질 줄 몰랐어요.
저도 한라산 가봤는데, 일반 신발을 신고 갔더니 발이 아프더라고요. 제가 갔던 등산 코스도 그리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돌멩이로 만든 길이 많아서 딱딱한 신발이 아니면 발이 아프더라고요. 이 정도 신발이면 딱 좋아요. 사실 일반인이 다니는 한국 산은 이
정도 신발로 다 커버할 수 있다고 봐요.
 
독일에서 공부한 것 중 하나가 ‘건축생물학’이잖아요.
맞아요. 번역하면 ‘건축생물학’이긴 한데, 독일 말에 포함된 뉘앙스가 다 표현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건축생물학은 친환경적인 주제, 사람의 건강에 좋은 집을 핵심으로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건축이 미치는 영향,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좋은 집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집을 지을 때 활용하는 재료들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도 생각하지만, 그 재료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생각하는거죠. 사람에겐 무해한 재료라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면 낮게 평가해요. 독일어로는 바우비올로기(Bau•biologie)라고 해요. 바우는 건축을 뜻하고 비올로기는 생물학을 말하죠.
 
 
 아웃랜더 다운 파카 62만원, 스웨트셔츠 13만8000원, 백팩 11만8000원, 반다나 7000원 모두 코오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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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이 짓는 한옥은 건축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겠네요?
그렇죠. 예를 들자면 나무와 콘크리트를 건축생물학적으로 평가하자면, 나무는 습기를 조절하는 기능도 있고, 또 나무를 패서 건축에 쓰더라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죠. 나무는 탄소를 줄이지만, 콘크리트는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돼요. 또 콘크리트는 무한하지 않고 언젠가는 떨어질 재료예요.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도 크고요. 두 재료를 평가하면 나무가 훨씬 뛰어난 건축 자재죠.
 
새집증후군도 있잖아요. 특히 아이들의 알레르기가 늘었죠.
맞아요. 콘크리트 집에 살면서 자연에서 너무 멀어지고 지나치게 위생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는 걸지도 몰라요. 독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어요. 통일 전에 동독 지역에서는 알레르기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통일 후에 주거 환경이 서독과 비슷해지면서 옛 동독 지역에서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요.
 
텐들러 씨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한옥은 어떤 집인가요?
이모가 살던 집인데, 전라남도 광주 남동 충장로 근처였어요. 당시 이모네 집은 일단 남쪽이니까 대청 공간이 조금 더 크긴 했는데, 사실 아주 전통적인 한옥의 모양은 아니었어요.
 
그 집에 살던 경험 때문에 한옥 건축을 시작한 건가요?
꼭 그 한옥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옥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한옥 건축을 시작한 건 사실이죠. 재개발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남은 집들만이라도 그대로 뒀으면 좋겠어요
 
다니엘 텐들러의 추천 코스
사직공원 인근 한양도성길 4코스부터 성곽길을 따라 도심을 내려다보며 범바위까지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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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S EDITOR 박세회
  • FASHION EDITOR 임일웅
  • PHOTOGRAPHER 송시영
  • HAIR & MAKE UP 이소연
  • ASSISTANT 윤승현
  • DIGITAL DESIGNER 이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