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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미술품'처럼 대해야 하는 이유

비트코인을 미술품처럼 대하시라

BYESQUIRE2021.02.03
 
 

비트코인을 미술품처럼 대하시라

 
지난 연말 무렵부터 주변에 ‘비트코인을 지금 사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었다. 그중에는 비트코인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적지 않다. 처음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2017년,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가즈아’의 광풍을 경험하지 않은 ‘순진한’ 사람들이다. 나만 이 기회를 놓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 급등하는 가격을 보면서 느끼는 불안감, 이해할 수 있다.
 
아파트도 그랬고, 주식도 그랬다. 최근 잇따른 각종 자산 가격의 급등은 많은 사람을 벼락부자로 만들었고, 동시에 나머지를 상대적 ‘벼락거지’로 만들었다. 함께한 자들은 꿀맛을 보았고, 함께하지 않은 이들은 군침만 흘렸다. 얼마 전 TV 뉴스에 불황을 겪고 있는 시장 상인들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한 상인은 “주식 안 하는 사람들이 불쌍해요”라며 연민을 보였다. 그 여유는 누구나 부러울 것이다.
 
이 부러움을 만회할 기회가 비트코인에 있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비트코인 가격의 오름세는 실로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초 개당 1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1월 초 4만 달러까지 올랐다. 그때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3개월 만에 400만원이 됐다는 것이다. 스케일을 키워 1억을 넣었으면 4억이 되었을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렇게 폭등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4년 전인 2017년 1월 1000달러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내내 꾸준히 올라서 2017년 12월이 되자 스무 배인 2만 달러 언저리를 찍었다. 특히 11월 말 1만 달러를 기록한 뒤 더 가파르게 올라 3주 만에 2배가 올랐다. 하지만 하락세도 급격했다. 두 달도 되지 않아 2018년 2월 초 3분의1 수준인 6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일찌감치 들어갔던 사람들은 큰 타격이 없었지만 상승장에 휩쓸려 진입한 투자자들에게선 곡소리가 이어졌다.
 
그 뒤 가격은 잠깐 반등했지만, 이내 꾸준히 하락해 2018년 초 3000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 불경기였다. 가격은 더디게 올라 1년 반 만인 2019년 9월 1만 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8000~9000달러에서 횡보했다. 2019년 말 1만 달러 선을 회복하나 했지만, 2020년 3월 코로나19 타격으로 380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때까지가 아마도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크립토 겨울’, 곧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암울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런 뒤 다른 자산과 함께 꾸준히 가격이 올라 열 달 만에 10배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요약하자면,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만에 스무 배 올랐던 적이 있고, 열 달 만에 10배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3분의1로 떨어진 적도 있고, 6일 만에 3분의1이 된 적도 있으며, 1년 동안 꾸준히 떨어져 20만원이 3만원까지 쪼그라든 적도 있다. 이렇게 보면 급등과 급락이 언제든지 가능하고 그 폭도 어마어마한 편이니, 돈을 벌기 위한 ‘평안한’ 투자 대상으로서 비트코인이 얼마나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이렇게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시중에 풀린 돈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시중에 돈이 언제 풀렸냐고? 코로나19 이후 금리 인하와 재난지원금이 모두 풀린 돈이다. 돈의 공급이 늘었으니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치는 떨어진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석 달 전에는 1000만원으로 비트코인 1개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4분의1밖에 사지 못한다.
 
다만, 비트코인 시장에 흘러 들어온 자금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부동산은 땅이나 아파트를 사고판다는 개념이 있고, 주식은 회사의 지분이라는 실체가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 명확한 대상이 없다. 물론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과 그것을 실현한 코드, 곧 블록체인이라는 운용 방식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쓸 곳이 없다. 비트코인을 실제 결제에 접목해보려는 시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너무 느리고 번거롭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앞서 보았듯 들쭉날쭉하는 가치를 봤을 때, 현물의 가치를 책정하고 거래하는 데 쓰기엔 부적절해 보이기도 한다.
 
비트코인이 ‘디지털골드’라며 현금이나 증시, 부동산과 무관하게 가치를 유지하는 금 같은 안전자산(또는 대안자산)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해 금의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해왔고, 금은 공급량이 급히 늘지 않기 때문에 고유한 가치를 가졌다는 믿음이 있다. 때문에 증시가 급락하면 금값은 어김없이 오른다. 반면 증시가 오른다고 금값이 반드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2020년 3월 나스닥 폭락 때가 대표적이었다. 나스닥이 떨어질 때 비트코인도 같이 폭락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안전자산론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비트코인이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대표하는 ‘대장주’라는 견해도 널리 퍼졌다. 페이스북 주도로 추진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나중에 명칭이 ‘디엠'으로 바뀜)가 발표됐을 때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기술 진흥책을 손수 발표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이런 맥락에서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여러 시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비트코인 가격은 들쭉날쭉했던 게 사실이어서, 온전히 그 미래와 상징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많다.
 
어쩌면 델리오의 정상호 대표의 말처럼 “비트코인은 쓰는 것이 아니라 모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어디에 쓸지 물어볼 필요가 없고, 그 목적과 방향을 물을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비유한다면 미술품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그림을 살 때 그걸 어디에 쓸 건지 묻지 않는다. 그림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고, 팔려는 사람이 더 많으면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의 장기 목표 가격을 1억원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지금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이란 뜻이다. 다만, JP모건은 현재의 시장은 ‘투기적 광기’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1억원까지 오르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가격의 변동성이 지금보다 낮아져야 한다는 전제다.
 
아무쪼록 비트코인의 세계에, 또는 최근에 손을 대기 시작한 많은 분이 롤러코스터에 타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도 명확히 알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성투’하시기를!
 
Who`s the writer?
김외현은 〈한겨레〉 정치부, 국제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플랫폼 9와4분의3’에서 컨설팅과 콘텐츠 생산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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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현유
  • WRITER 김외현
  • Illustrator 노준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