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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시장들’ 맛집 옆에 더 맛집들이? 신원시장 편

요즘 시장은 세대 구분 없이 놀러갈 수 있는 놀이터가 됐다. 힙스터와 5060 세대가 공존하는 시장 이야기 여덟 번째는 도림천을 끼고 길게 점포가 늘어서서 매력적인 시장, 한 집 건너 한 집이 맛집인 신림동 신원시장이다.

BY이충섭2021.03.01
정성 가득 소문난 순대집
소문난 순대집소문난 순대집소문난 순대집소문난 순대집소문난 순대집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순대국을 시켰다. 오래된 가스 난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난로를 보고 있자니 어릴 때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할머니 손 잡고 시장을 누빌 때면 그렇게 든든할 때가 없었다. 시장 상인들이 할머니를 알아 보시고 “이제 나오셨어요?” 할 때면 모두가 할머니를 알아보는 것이 신기했고 마치 영웅 같았다. ‘이렇게 가게에 와서 혼자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모습을 보시면 대견해 하시겠지’란 생각이 들 때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그 시절 우리 할머니만큼 연세가 지긋하신 가게 아주머니께서 정성스럽게 끓인 순대국과 쌀밥 한 공기를 쟁반에 담다 내어주셨다.
따끈한 순대국 한 그릇에는 한 눈에 봐도 머리고기, 내장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특이하게도 순대는 따로 썰어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국을 먹는 동안 순대가 풀어질 것을 대비한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가 느껴졌다. 국물 맛은 쿰쿰하기 보다는 개운한 쪽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덜 자극적이다 보니 처음엔 슴슴하게 느껴졌으나 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졌고 들깨 가루와 부추 향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새우젓을 조금 첨가하면 젓갈 특유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송송 썬 청양 고추를 넣으면 얼얼한 매운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만능 국물이었다. 순대를 먹을 땐 잠시 국에 담갔다가 적당히 불을 때쯤 꺼내서 막장, 쌈장, 소금, 새우젓 등 기호에 따라 찍어 먹으면 된다. 지역마다 순대를 찍어 먹는 양념이 다르지만 최소한 소문난순대집에서는 양념을 주제로 옥신각신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따끈하고 맛있는 순대국만큼 양념이 과하지 않아 맛있는 김치, 깍두기와 갓 지은 깨끗한 쌀밥도 인상적이었다. 가끔 고춧가루 범벅을 해놓은 김치와 재활용한 듯 뭉개지거나 마른 밥을 버젓이 내놓는 음식점을 가면 아무리 대표 음식이 맛있어도 다시 가진 않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 있게 정직히 장사하는 소문난 순대집은 순대국이 맛있는 이유 이외에도 다시 갈 이유가 충분한 맛집이었다.
주소 서울 관악구 신원로5길 27
문의 02-857-0947
 
고품질 육회를 합리적으로 고모네 정육식당
고모네 정육식당고모네 정육식당고모네 정육식당고모네 정육식당
고모네 정육식당은 한우 육회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음식을 판매한다. 한우 육회, 육회 비빔밥처럼 익숙한 육회 음식뿐만 아니라 육회 비빔 라면, 육회 꼬막 라면처럼 이색 육회 음식 또한 먹어볼 수 있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8천원에서 1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면서도 한우 육회 품질만큼은 다른 육회 전문 식당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떡갈비 치대 듯 단단히 뭉쳐놓은 한우 육회와 달걀 노른자를 음식 위에 올려놓으면 살살 풀고 비벼서 밥, 라면과 함께 먹는다. 뭔가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고 싶다면 육회 비빔 라면을 추천한다. 씹을 수록 고소한 육회와 부드러운 달걀 노른자, 신선한 오이를 먹을 때까진 흔히 아는 육회라면, 찰기 가득 머금은 탱탱한 냉라면에 비벼 먹을 땐 없던 입맛도 돌아올 만큼 별미에 가깝다. 라면을 거의 다 먹을 때까지 고기가 남아 있을 만큼 육회 양 역시 푸짐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동치미는 짜지 않고 간이 적당해서 곁들어 먹기 좋다. 고모네 정육식당은 반찬 가게도 같이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게 입구에는 LA 갈비, 고추장 삼겹살 등을 팩으로 파는 쇼 케이스가 있으니 한 번 구경해봐도 좋을 것이다.
주소 서울 관악구 신원로 23 신원시장 B47
문의 02-838-8478
 

명물? 명품 탕수육 시장탕수육
시장탕수육시장탕수육시장탕수육시장탕수육
약 20년째 손님들에게 맛있는 탕수육을 대접하는 시장탕수육은 신원시장의 터줏대감이자 명물로 통한다. 시장 안에서 한번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여전히 손님들의 발길은 줄을 잇는다. 이 집 탕수육이 특별한 이유, 가격이 3천원이다. 길거리 음식 하나도 2~3천원 하는 시대에 탕수육이 3천원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은 기성 냉동 식품을 갖다가 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탕수육은 돼지고기 손질부터 탕수육 소스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국내산 돼지고기에 튀김 옷을 입히고 가게에서 바로 튀긴 다음, 귤, 당근, 양파 등 과일과 채소로 만든 소스를 부어서 그대로 손님에게 내어준다. 탕수육 고기는 딱딱하지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퍽퍽하지도 않다. 오히려 닭다리살을 먹는 것만큼이나 쫄깃 거리기 때문에 전혀 질리지 않는다. 짭조름한 간장의 감칠 맛과 과일, 채소의 새콤달콤한 맛이 조화로운 탕수육 소스를 입혀 먹으면 어느 중국 요리 전문점의 탕수육이 부럽지 않다. 안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서 저녁 때면 이곳에 앉아 탕수육을 안주 삼아 소주 잔을 주고받는 손님들도 적잖이 늘어난다. 간식 수준의 탕수육이 아니라 진짜 탕수육을 담는 곳, 바로 시장탕수육이다.
주소 서울 관악구 관천로 19 신원시장 A-68
문의 02-866-3995
 
담음새까지 완벽 가마족발
가마족발가마족발가마족발
보통 어느 시장을 기사로 쓸지 정할 때 각 시장마다 포인트로 잡아 놓는 가게가 있다. 가마족발의 경우도 신원시장의 취재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가게였다. 신원시장 자체가 신림동 주민을 위한 생활 밀착형 시장이기 때문에 식재료 가게나 반찬 가게 등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 바이다. 어느 곳을 가볼지 정하는 사전 취재 때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가게가 가마족발이었는데, 테이크아웃 족발집임에도 가마족발을 리뷰한 글이나 SNS 게시물이 상당히 많았다. 시장을 좀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테이크아웃 족발집이란 시장에서 꽤 흔한 점포의 유형으로, 1인 혹은 2인 가족이 맛을 위해서라기 보다 족발 작은 사이즈 또는 미니 족발 정도를 적당히 저렴하게 사는 집 정도로 여길 것이다. 그래서 시장 내 테이크아웃 족발집을 이용한 손님들조차 점포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혹시 코로나 19 사태 이후 온라인 상의 리뷰가 늘었다면 광고를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2019년에도 충분히 가마족발의 맛과 서비스를 칭찬하는 글이 많았다. 직접 점포를 방문하고서 여러 가지를 둘러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가격은 1~2인분에 1만5천원부터 시작했고 가장 큰 사이즈 또한 2만9천으로 저렴했다. 여기에 6천원만 추가하면 막국수, 떡볶이, 부대찌개 등 기호에 맞게 추가 음식을 선택할 수 있으니 상당히 합리적이다. 족발을 썰 때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조심히 칼질해서 그릇에 담고 반찬을 포장하고 담는 것 역시 정성이 느껴질 만큼 신중했다. 음식 담음새를 보고 있자니 아마도 홀이 있는 식당을 갖고 시작했다고 해도 잘 했을 거란 믿음이 생길 만큼 정갈했다. 집에 가져 가서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지를 충분히 설명 듣고 숙지한 다음, 집에 돌아왔다. 부드럽고 달콤한 비계와 고소한 살코기가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는데 특히, 깔끔하게 손질돼, 군내 하나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채와 부추 무침, 사과 소스로 버무린 비빔 막국수, 그리고 역시나 끓이기만 하면 되는 완성형 부대찌개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3만원 이하로 누릴 수 있는 완벽한 행복이었다.
주소 서울 관악구 신원로5길 19
문의 02-855-8259
 
홈파티용 닭강정 맛집 아저씨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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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시장은 앞서 말했듯, 생활밀착형 시장으로서 식탁 위에 올라가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가게와 반찬 가게가 많은 편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길거리 음식 테이크아웃 가게로서 제대로 자리 잡은 곳이 아저씨 강정이다. 닭강정이 주 메뉴인데 메뉴판만 봐도 알 수 있듯 순한맛, 핫매콤맛, 깐풍맛, 간장맛, 카레맛, 크림치즈맛 등 다양한 소스 맛의 닭강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규격화된 포장과 손님들이 보이는 곳에서 튀기는 것,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주문을 받고 조리하는 등 위생에도 상당히 신경 쓰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길거리 음식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저씨 강정의 스테디 셀러는 순한맛, 간장맛이라면 요즘 가장 핫한 메뉴는 크림치즈맛이다. 순한맛, 간장맛은 각각 우리가 흔히 먹는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이라면 크림치즈맛은 닭고기 튀김 위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의 까르보나라 소스를 끼얹은 맛으로서 바삭한 치킨 스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크림과 치즈 맛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맛이고 그렇지 않다면 순한맛, 간장맛을 추천한다.
주소 서울 관악구 관천로 45-1 신원시장 A-10
문의 02-865-3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