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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세계 12명의 아티스트가 자중하는 봄을 기원하며 보내온 꽃사진 part.2

세계 곳곳의 작가들에게서 12장의 꽃 이미지와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모았다. 올해 봄은 부디 안전한 곳에서 꽃구경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BYESQUIRE2021.03.30
 
 
  

Fritillaria Imperialis 

Tim van der Most
“딱히 염두에 둔 작업이 있어 꽃집에 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부를 휘 둘러보다 이 꽃, 왕패모를 발견하자 마음속에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그들 대다수는 손으로 곧게 펴내야만 촬영할 수 있을 작은 꽃자루를 갖고 있었으나, 이 꽃, 이 한 송이만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곡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내게 단순하고 차분한 이미지만으로 아름다움에 닿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줬고, 풍성한 모양과 예쁜 잎은 거의 바로크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오래된 꽃 삽화의 화풍을 떠올리며 꽃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Tim van der Most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사진가. 위트레흐트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암스테르담에 스튜디오를 꾸려 상업 사진가로 활동해왔다. 작년 초에 밸류어의 숲속으로 근거지를 옮긴 후 꽃을 피사체로 순수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whataboutfish.com

 
 

Florilegium

Florilegium(Chiesa di San Tiburzio, Parma, Italy), 2020, Rebecca Louise Law

Florilegium(Chiesa di San Tiburzio, Parma, Italy), 2020, Rebecca Louise Law

 
Rebecca Louise Law
“나는 늘 자연의 작고 아름다운 요소들을 포착해 시간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소중히 여기고, 축복하고, 세상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나의 원동력이다.”
 
Rebecca Louise Law 꽃을 재료로 한 대형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설치미술가다.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가능한 한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해당 지역의 소재로 작업하고자 한다. 꽃에는 한순간의 생생함을 넘어선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rebeccalouiselaw.com
 
 

Wasurenagusa

Muriel Napoli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자연의 능력이다. 지구의 기원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와는 독립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능력. 바다의 형성, 땅 위에 생겨난 물, 퇴적, 화재, 마그마, 석탄의 형성, 행성의 형성, 결착, 지질학적 현상… 나는 유기물과 광물, 원시적 재료들을 섞어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낸다. 인류가 세상에 추가한 것, 도입한 모든 변화, 인공적인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결국 내 작업은 세상을 존재들과 연결하고 ‘전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Muriel Napoli 프랑스 마르세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독학으로 예술을 배우고 자신만의 방법론을 구축했으며 원초적 재료들을 통해 감정과 자연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murielnapoli.fr
 
 

Wasn’t Born to Follow

Michael Brennand-Wood
“작품을 촬영할 사진가는 아침 10시까지 오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전날 저녁에야 거의 작업을 끝냈고, 이제 배치까지 마친 꽃 모양 자수들을 표면에 붙이기만 하면 완성이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만약 이렇게 해보면 어땠을까?’ 그리고 나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도무지 원안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 원안대로 만들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나는 자수의 위치를 옮기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결국 밤을 새우고 사진가가 오기 바로 직전까지 작업을 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Stars Underfoot’ 작업 이후 대칭을 깨트리는 첫 번째 꽃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수피교의 오랜 경구 중에 이런 게 있다. ‘계획된 생각은 관습. 계획되지 않은 생각은 상상. 양쪽 모두인 생각이 바로 정신(spirit).’ 이 작품의 제목은 여러 측면에서 트렌드를 따르지 않겠다는 나의 선언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보는 당신에게도 그런 마음이 전해진다면 좋을 것 같다. 부디 내면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스스로에게 온전한 사람이 되시길.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에도 바깥으로 꽃구경을 다니는 저 군중을 따르는 대신에 말이다.”
 
Michael Brennand-Wood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비주얼 아티스트, 큐레이터, 강사, 예술 컨설턴트이며 특히 텍스타일 아트의 창작과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중심적인 입지를 차지해왔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교토 국립현대미술관, 캔버라 호주 국립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등 세계 곳곳의 주요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했다.
brennand-wood.com
 
 

Peony #5

Yang Bin
“베이징에는 유명한 왕실 정원이 많다. 자금성, 중산 공원, 북해 공원, 이화원… 베이징 동물원 같은 곳도 무척 아름답다. 덕분에 아마도 대부분이 은퇴한 노인들일, 세계 최대 규모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있다. 그들은 언제나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고 나는 그들 틈에 섞여 꽃과 새를 촬영한다. 그건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다. 많은 대화를 하고 같은 것을 바라보지만 우리는 각자 다른 창조적 의도를 갖고 있고, 각자가 필요한 것만을 취한다. 나는 꽃과 새의 사진을 수백 장 남긴 다음 후반 작업에서 재조합한다. 구성과 조명을 짜고, 태블릿으로 몇 가지를 그려 넣기도 한다. 중국 고전 회화의 표현 방식을 따라서. 그렇기에 이 작업을 일종의 ‘디지털 페인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 거의 한 달 정도가 걸리지만 이 후반 작업이야말로 내게 멋진 경험을 선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1픽셀 크기의 정밀도를 사용해 세부 사항을 그린다. 창조자의 성취감을 느끼고, 꽃잎과 깃털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Yang Bin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다. 사진을 촬영한 후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재조합하고 때때로 그려 넣는 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고전 회화를 중심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이력을 살려 사진 작업에 송나라 시대 중국 회화나 서양 고전 정물화의 표현 방식을 차용한다.
saatchiart.com/yangbin
 
 

Nocturnal Visions: Oxytocin

Nocturnal Visions: Oxytocin, 2018, Javiera Estrada

Nocturnal Visions: Oxytocin, 2018, Javiera Estrada

Javiera Estrada
“'Nocturnal Visions'는 사랑의 주기와 그에 감응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여정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물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은유다. 마음은 감정의 굴곡을 따라 어두운 바닷속을 항해한다. 로맨스가 시작될 때의 밝은 색조에서부터 혼돈과 절망의 폭풍에 이르기까지. 시리즈 속 각 사진은 희망, 자각, 설렘, 중독, 혼돈, 파괴, 굴복, 극복의 단계를 묘사한다.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꽃은 현재 상황인 물과 상호 작용하며 변형과 파괴의 형태로 포착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게 돌아간다.
파동이 되어서.
그게 바로 물이
사랑하는 방식이다.”
 
Javiera Estrada 멕시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 중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사진, 조각, 설치, 혼합 매체, 영화, 웨어러블 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며, 작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미 의회로부터 예술 특별상(A Certificate of Special Congressional Commendation for the Arts)을 받았다. 창조된 모든 예술 작품이 우리 내면, 이름 없는 세계의 물리적 표현이라 믿는다.
javieraestra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