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숫자로 본 2021 포뮬러 1

2021 포뮬러1 레이싱의 중요 포인트를 세 개의 숫자로 정리했다.

BYESQUIRE2021.05.03
 
 

THE NUMBERS OF FORMULA 1

 

0.013 SECONDS

DRS는 오버부스트와 전혀 다르다. 단순히 리어 스포일러를 잠시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DRS는 오버부스트와 전혀 다르다. 단순히 리어 스포일러를 잠시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F1: 본능의 질주〉 시즌3는 지난 3월 전 세계 69개국에서 공개된 후 글로벌 넷플릭스 인기 순위 7위까지 올랐다. 모터스포츠 마니아들만 챙겨 보던 F1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일조한 셈이다. 시즌1에선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메르세데스-AMG’ 팀 역시 시즌2와 3에선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넷플릭스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여전히 F1을 두고 ‘돈놀이’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투자만 많이 하면 손쉽게 우승을 가져간다고 비꼬기도 한다. 그런데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로 스포츠가 있나? 프리미어리그의 어느 팀이 몸값 높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우승을 했다고 해서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F1 2020 시즌 역시 결과만 놓고 보면 ‘AMG가 AMG했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꼴찌로 달리던 선수가 1위로 들어오거나 시즌 초 강등당한 선수가 생애 첫 1위를 달성하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있었다. 공만 둥근 게 아니다. 타이어도 둥글다.
 
0.74초. 지난 3월 28일 F1 2021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과 2위 막스 베르스테판의 최종 랩타임 차이다. 5.412km의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을 56바퀴나 돌았지만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 희비를 갈랐다. ‘종이 한 장 차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루이스가 막스보다 0.74초 빠르게 체커기를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 궁금하지 않나?
 
F1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레이싱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복잡한 규칙을 외우라는 말이 아니다. 세계에서 운전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왜 자꾸 코스를 이탈하고 다른 차와 사고를 내는지 알기 위해선 일상 주행과 서킷 주행의 차이를 인지해야만 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수많은 요소 중 기본이 되는 몇 가지만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시작은 타이어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쉴 새 없이 반복하는 타이어가 지우개처럼 갈려나간다. 참고로 F1 머신은 350km/h로 달리다가 80km/h로 속도를 줄이는 데 고작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타이어 관리와 교체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브레이크도 같은 맥락이다. 강한 제동은 브레이크 패드 마모뿐만 아니라 높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는 제동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DRS(Drag Reduction System)와 드래프팅은 공기저항과 관련 있다.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를 봤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용어다. DRS를 마치 카트라이더의 ‘부스터’ 같은 기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DRS는 리어 스포일러의 각도를 일시적으로 조절해 다운포스 대신 가속력을 얻는 장치다. 대신 조건이 있다. DRS존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1초 이내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드래프팅은 고속으로 달릴 때 생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앞차에 바짝 붙이는 레이싱 기술이다. 약 20마력의 추가 출력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하중 이동, 제동 타이밍 등 수많은 변수가 모여 기록 차이를 만든다. 개막전에서의 루이스와 막스의 최종 랩타임 차이를 서킷 한 바퀴로 나누어봤다. 고작 0.013초였다.

 

 

800°C

저승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그는 “나는 불에서 걸어 나온 사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화상 입은 손을 가리키며 “(엉덩이 피부를 손에 이식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와 악수하는 사람은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과 같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저승 문턱까지 갔다 돌아온 그는 “나는 불에서 걸어 나온 사람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화상 입은 손을 가리키며 “(엉덩이 피부를 손에 이식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와 악수하는 사람은 내 엉덩이를 만지는 것과 같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F1 머신의 순간 최고 시속은 350km/h가 넘는다. 평균 주행속도도 200km/h 안팎이다. 위험한 스포츠에 속한다. 2019년엔 F2에서 경기 중 사고로 드라이버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20 시즌 역시 하스 소속 드라이버 로만 그로장이 방호벽과 부딪히면서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과 동시에 차는 두 동강 났으며 커다란 불이 드라이버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드라이버는 불길 속에서 자력으로 걸어 나왔다. 2분 43초 동안 불길 속에 갇혀 있었지만, 생명엔 전혀 이상이 없었다.
 
사진 속 빨간 부분이 ‘헤일로’다. 헬멧만으론 드라이버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을 수렴해 개발됐다.

사진 속 빨간 부분이 ‘헤일로’다. 헬멧만으론 드라이버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을 수렴해 개발됐다.

겹겹이 두른 방염 소재 덕분이다. 국제 자동차 연맹(FIA)의 드라이버 복장 규정에 따르면 모든 드라이버는 약 800도까지 견디는 레이싱 슈트와 언더웨어를 착용해야 한다. 헬멧도 마찬가지다. 최소 5겹 이상으로 구성된 헬멧은 충격과 화염, 소음까지 막아준다. F1 선수들이 착용하는 헬멧의 무게는 2kg도 되지 않는다.
 
‘헤일로’도 로만을 지킨 일등 공신이다. 실제로 그는 “헤일로가 없었다면 이렇게 인사를 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팬들에게 말한 바 있다. 운전석을 빙 둘러 설치되는 헤일로는 티타늄 소재의 프레임으로 최대 12톤의 충격을 견딜 수 있다. 도입 초기에는 운전 시야를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여러 사고에서 드라이버를 지키며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20 DRIVERS

지난 시즌과 비교해 선수 구성이 바뀌지 않은 팀은 AMG, 알파로메오, 윌리엄스뿐이다. 가장 화제가 된 드라이버는 하스 팀의 믹스 슈마허다. 그는 F1의 전설적인 인물 미하엘 슈마허의 아들이다. F2에서 챔피언을 따내며 실력을 입증했던 그가 아버지의 영광을 이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8 시즌 F1을 떠났던 페르난도 알론소가 알핀(구 르노)으로 돌아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하엘 슈마허를 꺾고 2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한 알론소지만, 예전만큼 테크니컬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네 번이나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지만, 지난 6년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페텔은 페라리를 떠나 애스턴마틴의 유니폼을 입었다. 문제는 함께 달리는 랜스 스트롤이 회사 오너의 아들이라는 것. 오너 입장에선 페텔이 랜스 스트롤의 ‘좋은 과외 선생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페라리를 등지고 나온 그가 호락호락할 리 만무하다. 팀 내 경쟁이 발생했을 때 페텔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 유일한 동양인 드라이버 츠노다 유키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알파타우리 소속인 그는 데뷔전임에도 9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159cm의 작은 키와 앳된 외모(2000년생)와 달리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F3-F2-F1으로 이어지는 ‘로열 로드’를 착실히 밟은 그가 일본인의 바람대로 우승까지 넘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