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루이 비통 트래블 북에 추가된 3개의 행선지

루이 비통의 <트래블 북> 시리즈에 3곳의 행선지가 추가됐다. 가브리엘라 지안델리가 그린 호주, 에버 뮬렌이 본 브뤼셀, 오토봉 응캉가가 포착한 상하이는 작가와 어떻게 관계하며 그려지는가?

BYESQUIRE2021.06.06
 
 

THE WORLD OF THREE

 

GABRIELLA GIANDELLI

Australia
가브리엘라 지안델리는 아이들을 위한 시리즈 〈밀로(Milo)〉로 유럽에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다. 아기 토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소개된 바 있다. 그녀의 최신작 중 하나인 그래픽 노블 〈인테리오라에(Interiorae)〉는 유럽 전역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미국 그래픽 노블 명가 ‘판타그래픽스’를 통해 신대륙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잡지 〈라 레푸블리카〉, 〈일 마니페스토〉를 비롯해 미국의 〈뉴요커〉, 프랑스의 ‘르몽드’가 그의 그림을 실었다. 밀라노에서 태어나 밀라노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밀라노에 있는 루키노비스콘티 영화학교를 졸업한 그녀의 화풍을 단 한 명의 영화감독 이름으로 표현한다면? 많은 사람이 테런스 맬릭을 꼽을 것이다. 그녀가 선연한 색체, 눈 안에서 마치 ‘쩡’하고 울리는 것만 같은 색의 감각을 자연의 품 안에 녹여 넣을 때면 테런스 맬릭의 광활한 시적 화면이 떠오른다. 
 
Uluru, Ayers Rock.The Daintree Rainforest.Wallabies, Mary River National Park.Bullockornis planei a.k.a “the demon duck of doom”, Daintree Discovery Centre.Kings Canyon, Watarrka National Park.
그러나 그녀에게 시적 상징을 일깨운 인연은 따로 있었다. 가브리엘라 지안델리에겐 어린 시절 무척이나 귀여운 취미가 있었다. ‘가브리의 세계(Il mondo di gabri)’라는 개인 일기장을 그리는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혼자 남몰래 패션을 향한 열정을 표현해놓았던 그 일기장에는 ‘기묘한 옷과 무지갯빛을 띠는 아주 특별한 모자들’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녀가 〈코스모폴리탄〉, 〈보그〉, 〈배니티 페어〉 등의 패션 매거진에 작화를 실은 바 있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출신의 로렌초 마토티를 만나 새로운 그림의 세계에 눈을 뜬 건 어쩌면 준비된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 패션과 여행의 명가 루이 비통이 오스트레일리아 편의 작가로 지안델리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그런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노던 준주 남부에 있는 거대한 모래 바위 ‘울루루’, 퀸즐랜드 북동쪽에 있는 데인트리 우림, 메리 국립공원을 뛰노는 왈리비들과 왈라비를 지켜보는 사람들, 데인트리 디스커버리 센터에 전시된 ‘파멸의 악마 오리(the demon duck of doom)’란 별칭이 붙은 멸종된 새의 모형과 이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호주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껴보자.

 

 

EVER MEULEN

Brussel
머릿속에서 프랑스의 만화 ‘탱탱’의 그림을 특징짓는 ‘리뉴 클레르(Ligne Claire)’와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로 가득 찬 ‘아토믹 스타일’을 섞어보자. 그리고 거기에 르코르뷔지에를 두 방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한 방울 떨어뜨리자. 자, 마지막으로 피카소적인 중첩과 삭제의 이미지를 향만 첨가하고 잘 휘저으면 바로 에버 뮬렌이 그린 브뤼셀의 모습이 나온다. 1946년 출생으로 요스트스 바르트와 함께 1970~1980년대의 베네룩스 코믹 일러스트레이션의 한 축을 담당한 에버 뮬렌은 기계적 발전에 대한 벅찬 꿈으로 가득 찬 브뤼셀을 그렸다. 그의 세계를 특징짓는 ‘아토믹 스타일’은 성장의 배경과 외부의 자극으로 만들어졌다. 뮬렌이 자란 곳은 벨기에 베스트플란데런주의 코르트레이크 인근에 있는 작은 마을 쿠르네였다. 
 
Namur Gate, Louise Gate (detail).Oscar Jespers Studio, Woluwe-Saint-Lambert.Brussels Expo, Laeken.City Centre.Home Studio, Woluwe-Saint-Lambert.
1946년에 이곳에서 태어난 어린 에디 베르뮬렌(그렇다. 본명의 스펠링을 섞어 작가명을만들었다.)에게는 브뤼셀에서 출발해 도버 해협으로 떠나는 ‘아메리칸 드림카’들을 바라보는 것이 크나큰 낙이었다. 그 자동차들은 미래와 문명을 상징하는 전부였다. 이 시골 소년이 브뤼셀을 처음 본 것은 열두 살 때였다. ‘왁자지껄하고, 도시적이며, 다채롭고, 현대적이고,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문화가 있는 브뤼셀’과 이 브뤼셀의 상징인 ‘아토미움’, 9개 구가 연결된 알루미늄으로 뒤덮인 거대한 조형물이 소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아토미움의 변형물, 미래적인 모양의 자동차, 시대를 앞선 현대적인 건축물이 뮬렌의 브뤼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유다.

 

 

OTOBONG NKANGA

Shanghai
나이지리아 태생의 오토봉 응캉가는 회화, 설치, 사진, 조형 예술 분야를 거침없이 탐닉하며 ‘일상 환경에서 이뤄지는 관계의 지형학’을 탐구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쉽게 얘기하면 그녀의 주 활동 무대가 순수예술의 세계라는 말이다. 국제 파인 아트의 세계에서 그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글에 검색 한 번만 돌려보면 알 수 있다. 테이트 모던, 시카고 현대미술관, 아트 바젤의 채널이 그의 예술 세계를 다룬 영상을 게시했다. 그런 그녀가 그린 상하이에 빛나는 마천루가 전부일 수는 없다. 황푸강을 배경으로 흘러가는 배들은 잎맥 혹은 세포의 조직처럼 그림자로 연결되어 있다.

 
Shopping Area, Nanjing Road (detail).China Pavilion at Expo 2010.View over Shanghai and Huangpu River, Hyatt Hotel.Man on Bike, Old City God Temple.Sunset over Pudong.
2010 상하이 엑스포의 상징인 거대한 차이나 파빌리언이 평면적인 모습으로, 점처럼 작아진 사람을 감싸며 서 있다. 상하이에서 가장 상징적인 푸둥 신구의 마천루는 지는 해와 이른 달빛 속에 똑바로 서지 않고 슬며시 기댄다. 응캉가는 “그림은 구상, 감정, 사고를 명확하게 하는 도구”라며 “공간 안에 사물을 배치하고, 다른 세계들을 접목하고, 구아슈화나 조각, 설치미술 등을 통해 리얼리티를 창조해내는 데 사용합니다”라고 밝혔다.

 

 

Travel Book

루이 비통 출판은 세계 주요 도시를 소개하는 여행서 〈시티 가이드〉, 패션 사진가의 눈으로 포착한 사진집 〈패션 아이〉와 함께 특정 아티스트의 드로잉으로 행선지의 경관을 표현하는 〈트래블 북〉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트래블 북〉은 한 권당 해당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100에서 120점에 달하는 그림이 독점 공개된다. 현재까지 25개의 행선지를 주제로 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화성〉과 〈지중해〉 편이 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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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IMAGES Courtesy of LOUIS VUITTON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