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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으로 비벼야 제맛, 비빔국수 맛집 4

오른손으로 비벼도, 왼손으로 비벼도 맛있다.

BY남윤진2021.07.09

진밭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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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진밭로에 위치한 진밭국수는 딱 요즘 같은 때 생각나는 곳이다. 연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장마철, 흐린 하늘 풍경을 닮은 막걸리 한 잔이 떠오르는 그런 날 말이다. 바삭하고 고소한 녹두전과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새빨간 빛깔의 비빔국수는 주종에 상관없이 몇 병이라도 금세 들이켜 해치워버리게 하는 완벽한 안줏거리다. 게다가 낡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한 가게 안 자리를 잡고 나면,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여기저기 두리번대며 옛 추억을 떠올리느라 시간이 무척 빠르게 간다. 취기가 조금 올라 뜨끈한 국물이 필요할 땐 구수한 멸치육수 향의 잔치국수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힐 시원한 국물이 필요할 땐 살얼음을 동동 띄운 열무 국수가 답이다. 점심 메뉴로 부담 없이 먹기 좋은 삼삼한 콩국수까지 있으니, 진밭국수 앞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온종일 줄어들 일이 없다.
  

망향비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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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라 불리는 식당에는 몇몇 공통된 법칙들이 존재한다. 경기도 연천의 망향비빔국수는 바로 이러한 맛집의 요건을 빠짐없이 고루 갖춘 곳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본점의 위엄을 풍기는 외관. 건물 곳곳에 깃든 세월의 흔적과 허허벌판 한가운데서도 홀로 북적이는 가게 입구는 멀리서부터 찾아온 미식가들의 맛 보증을 대신한다. 다음으로는 체계화된 서비스. 주문할 때 테이블 번호를 말하면 자리까지 음식을 가져다주는 망향비빔국수만의 시스템은 맛집으로서의 관록을 드러내고, 널찍한 규모의 주차장은 한층 붐비는 주말 손님들을 향한 이곳의 배려이자 여유를 느끼게 한다. 더불어 패스트푸드 못지않게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며 등장하는 메뉴들은 맛깔스러운 모양새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아삭한 오이와 양파를 넣은 비빔국수는 그릇을 가득 채울 만큼 푸짐한 양으로 제공하는데, 커다란 만두를 한 입 베어 함께 먹거나 새하얀 백김치로 입가심을 하면 더욱 완전하게 ‘맛집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옛집

@pig._.yerinieeee@pig._.yerinieeee@pig._.yerinieeee옛집
삼각지 대구탕 골목 안 옛집에는 색다른 멋이 있다. 바로 옆 용리단길의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세련된 인테리어의 브런치카페와는 사뭇 다른, 그야말로 ‘옛집’스러운 아늑한 정취의 멋이다. 허름한 천막 아래 메뉴가 큼지막하게 쓰인 미닫이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몇 번을 쓸고 닦은 손길이 느껴지는 정돈된 테이블과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한 켠에서는 35년 전통의 장본인임이 틀림없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정성스럽게 김밥을 말고 계시는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김밥을 주문할지 고민하는 이에겐 단언컨대 반드시 한 줄 이상은 맛볼 것을 추천한다. 콩나물과 오이를 듬뿍 올린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면발만큼 한가득 유부와 대파를 썰어 얹은 온국수 등 이곳에서 파는 국수 요리들은 김밥과 같이 먹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맛이 난다. 깊은 손맛에 빠져 허겁지겁 그릇을 비우고 난 뒤 발견한 벽면의 빛바랜 신문 기사에는 갈 곳 없이 떠돌다 옛집을 찾아 국수를 먹은 한 사람의 사연이 쓰여있다. 돈을 내지 않은 채 도망가려는 그를 보며 “뛰지 말어! 다쳐요.”라고 걱정했다던 주인 할머니 말처럼, 옛집의 음식은 따스한 정이 넘친다.
 

능동국시

@orange._.yun@orange._.yun@orange._.yun능동국시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도는 능동국시는 군자역 인기 맛집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찾는 꽤 많은 단골손님들은 달인으로 인정받을 만큼 진하게 우려낸 국물과 오래도록 퍼지지 않는 면발의 ‘사골국수’를 대표메뉴로 손꼽는다. 하지만 진짜 단골손님들이 이야기하는 능동국시의 여름철 대표메뉴는 다름 아닌 ‘비빔국수’다. 넓게 썬 쫄깃한 칼국수면을 사용해 한입 가득 욱여넣는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매콤한 양념장, 식감과 색감을 살려주는 고명이 모두 한데 조화를 이뤄 씹을수록 맛있다. 샛노랗게 부친 감자전이나 어른 주먹만 한 왕만두까지 곁들여 먹으면 후회 없는 금상첨화의 맛을 누릴 수 있다. 가끔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육개장까지 한 숟갈 얻어먹고 난 다음에는, 배가 터질 것 같아도 기분만은 즐겁고 기쁠 것이다.
 
 
_프리랜서 에디터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