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영국 대표 작가 라이언 갠더가 보낸 '쥐 사도'님은 마곡동에 있다

라이언 갠더가 보낸 마지막 사도는 지금 서울 마곡동에 있다.

BYESQUIRE2021.08.01
 
 

The Last Prophet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는 라이언 갠더 〈변화율(The Rates of Change)〉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The End'.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는 라이언 갠더 〈변화율(The Rates of Change)〉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The End'.

지금 이 세계에는 라이언 갠더가 보낸, 철학을 늘어놓는 3마리의 ‘선지자 쥐’가 있다. 처음 세상에 등장한 쥐는 갈색이다. 갈색 쥐(작품명 : ‘2000 year collaboration(The Prophet)’)는 2018년 파리에 처음 등장해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의 마지막 연설을 바탕으로 각색한 9분짜리 모놀로그를 늘어놨다. 이 쥐는 관람객에게 “우리는 기술보다는 시간을, 독창성보다는 공감을, 속도보다는 고요함을, 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객관적인 시야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설파했다. 생각해보라. 벽 아래 작은 구멍에 설치된 로봇 쥐가 이런 이야기를 지껄이는 장면이 얼마나 귀여웠을지를. 또 다른 한 마리는 얼마 전 파리에서 개관한 피노 컬렉션의 슈퍼스타인 하얀 쥐다. 이 쥐는 갈색 쥐와는 달리 ‘지삐’(자기밖에) 모른다. ‘I… I… I…’라는 제목 그대로 이 쥐는 “나는….나는….나는”이라고 반복해 말한다. 선지자 쥐 시리즈의 마지막인 검정 쥐는 현재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변화율(The Rates of Change)〉에서 만날 수 있다. 검정 쥐의 작품명은 ‘The End’다. 파리에 사는 흰색 쥐의 친구이기도 한 검정 쥐는 한국 관객들에게 “오늘날 관심 경제의 시대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때때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라며 관종 시대에 흔하게 벌어지는 요지경의 모순을 꼬집는다. 쥐는 이어 “메시지는 종종 사람들을 사로잡는 힘에 비해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자 볼륨은 증가하게 되고, 여러분은 결국 서로의 머리 위에서 소리를 지르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라면서도 “그래서 여러분이 이 빈방 안에서 들리지도 않는 저의 작은 속삭임을 듣기 위해 몸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고 역설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정말 재밌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난다. 시원하게 뚫린 스페이스K 서울의 전시장 가장 안쪽 구석 바닥에서 20cm 높이에 설치된 이 로봇 쥐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은 일제히 카메라를 들고 땅바닥에 머리를 들이밀며 이 쥐가 “몸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하고 역설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어 관심을 받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 일련의 과정이 정말이지 독창적이고 천재적이다. 그러나 갈색 쥐의 연설에 따르면 우리는 어쩌면 “독창성보다는 공감이 더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한데, 라이언 갠더 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스페이스K 서울의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는 “현대사회의 관심 문화는 메시지의 중요성이 아닌 자극적이고 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폐해를 낳았다”라며 “라이언 갠더는 작은 로봇 쥐를 만들고 자신의 여섯 살짜리 딸의 목소리를 녹음해 사람들이 이에 귀를 기울이도록 함으로써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 미술품의 좌대에 누워 잠든 길고양이와 창턱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등 온갖 예술적 비틀기의 마법이 반짝이는 라이언 갠더의 전시 〈변화율〉은 9월 1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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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스페이스K 서울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