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주도의 푸른 골프

뜨거웠던 제주도. 그곳에서 즐긴 푸르른 라운드. 제주도 라운드, 그리 어렵지 않아요.

BYESQUIRE2021.09.20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제주, 제주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기장 아저씨의 한마디에 우리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고대하던 제주도. 대한민국 골퍼 모두가 꿈꾼다는 제주 골프. 그 서막을 알리는 개회사 같은 기내 방송이었다.  
습한 공기와 함께 우리를 맞이한 덩치 큰 녀석. 스스로 버스만 하다고 자부하는 건지 이름도 버스 같은 트래버스였다. 지난 3월, 긴장감 넘치는 밤 내게 건네던, JTBC 드라마 〈괴물〉에서 한주원 경위(여진구 역)가 탔던. 시크한데, 거대해서 줄곧 내 눈을 사로잡았던. 그 거함의 트렁크가 골프 백 4개를 거뜬히 집어삼켰다. 여기서 첫 번째 팁! 4인 라운드라면 중대형 SUV를 렌트하길 바란다. 스탠드 백 4개와 보스턴백 4개 그리고 바리바리 싸 온 캐리어까지. 제주도 골프 투어라면 대개 2번 이상 라운드할 테고, 짐이 아주, 매우, 엄청 많을 테니까. 트렁크 용량 빵빵한 큰 차가 공항에서 여러분을 맞이하길.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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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은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겼다. 마지막 날의 골프 라운드를 위해 웜업(warm-up)을 하며 컨디션 조절을 했다. 특히 흑돼지 맛집도 들르고, 둘째 날까진 제주 여행을 알차게 즐겼다.  
 
그리고 맞이한 마지막 날 아침. 상큼했다. 2박 이상의 여정이라면 골프장과 가까운 숙소에서 머무르길 추천한다. 우리는 제주 스위스 빌리지 독채에서 둘째 날을 보냈는데, 세인트포 CC와 20분 거리라 7시 티오프인데도 여유롭게 일어나 기분 좋은 첫 티샷을 경험했다. 귀차니즘이 적고, 다양한 호텔 만나는 것을 즐긴다면 숙소 옮기는 것 또한 흥미로울 것.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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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 의미로) 미쳤더라. 8월의 마지막 날 아침을 풍차 배경으로 풍차 돌리듯 골프공 빵빵 때리며 즐겼다. 세 번째 팁! 이라고 하기엔 팁은 아닌 것 같지만 중요 요소. 지나치게 인상된 캐디피 때문인지 요즘엔 ‘no caddy round’가 가능한 골프장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캐디의 도움 없이 스스로 코스를 체크하고, 클럽을 선택하고, 공을 닦고, 그린 라이를 보고, 카트 타고 산들바람까지 만끽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14년 차 골퍼인 나는 캐디 없는 라운드를 한 번도 한 적 없다. 캐디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나 일반적이지 않고, 당일 캐디와 나의 케미가 꽤 중요한 변수가 된다. 어찌 보면 ‘운’에 가까운 운명적 인연이겠지.
 
@leehd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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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분위기를 위해 18번 홀까지 꾹 참다가 귀가 후 골프장 사이트 게시판에 장문의 캐디 성토 글을 남겼던 기억. 더위 먹고 해롱대던 나를 위해 전반 종료 후 포도당 캡슐과 물을 건네던 남자 캐디에 ‘금사빠’될 뻔했던 추억. 돌아보면 참 많은 캐디 누나, 동생, 형, 이모님을 만났다. 그중에 가히 상위 Top 3 안에 들 캐디. 그런 캐디 누나를 이날 만났다, 제주도에서. 겨우 두 번째 라운드에 나선 우리 막내를 한없이 보살펴줬고, 나와는 남은 거리며, 클럽이며, 라이 분석이며 완벽한 티키타카를 나눈 이. 골프 선배와 캐디의 적정선을 노련하게 잘 유지하던 그. 단체 사진을 부탁하니, 조금 기다리라며 17번 홀 포토 스팟에서 걸작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헤어지기 전엔 유독 친해진 멤버에게 본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조심히 건네던.(아, 물론 사적인 감정 배제한 개인정보 교환이었다) 그녀 덕분에 설렘 반 걱정 반이었던 제주도 라운드 여행은 푸르르게 그 막을 내렸다.
 
해보니 별 거 아니더라고요. 무거운 백을 들고 어떻게 비행기를 타며, 바람이 엄청나게 분다던데, 제주도 특유의 그린 경사가 심하다던데 하는 걱정은 접어두시길. 가을이 오네요. 내륙의 가을이 제주도엔 여름이라죠. 골퍼 여러분, 망설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