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힘껏 밟으세요.” 옆자리 인스트럭터가 연신 급가속을 권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최고 600마력을 내뿜는 12기통짜리 괴수의 등에 올라타 있는 탓이다. 꼬리엔 5억50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야광 고깔 사이를 재빠르게 질주할 때 느껴지는 건 ‘이 차가 2.5톤짜리 5.5m 대형 세단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다. 사방이 캄캄한 밤, 어느 비행기 격납고 앞 활주로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스트 블랙 배지는 일반 고스트와 달리 운전대 오른쪽 레버에 ‘LOW’ 버튼이 있는 게 특징이다. 버튼을 누르면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을 때 기어 변속 속도가 50% 더 빨라진다. 가속력이 향상된다는 뜻이다. 40대까지 내려간 구매 고객의 평균연령과 뒷자리에 앉는 ‘쇼퍼 드리븐’뿐만 아니라 직접 운전을 즐기는 ‘오너 드리븐’까지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빠르게 차의 속도를 높였을 때 요트가 물살을 가를 때처럼 차의 앞코가 하늘 방향으로 붕 뜨는 것과 변속의 충격이 또렷이 느껴지는 건 전부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롤스로이스가 의도한 승차감이다. 던, 레이스에 이어 고스트도 블랙 배지 라인업에 합류하면서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라인업이 완성됐다.
세대 변경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 추세와 달리 포르쉐는 8년 전 출시된 1세대 마칸의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지난 3월 말 출시했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세대 변경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많이 달라졌다. 마칸 GTS를 기준으로 이야기할 때 엔진 출력은 69마력 높아졌고, 단단한 주행 성능을 담보하는 스포츠 에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덕분에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주행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노말 모드는 더 나긋나긋하게, 스포츠플러스 모드는 더 화끈하게 변했다는 이야기다.
아테온을 보면 준수한 외모에 성실하고 운동까지 잘하는 친구가 떠오른다. 트렁크와 뒷유리가 하나로 구성되어 해치백처럼 열리는 유려한 패스트백 디자인, 리터당 15.5km의 복합연비, 무려 15단계로 조절되는 드라이빙 모드가 그렇다. 어라, 이제 보니 속도 깊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파노라믹 선루프 그리고 통풍 및 열선 시트는 물론 마사지 시트까지 품었다. 모난 구석 하나 없는데 날개를 달지 못하는 건 디젤엔진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두 최신 유럽 배기가스 배출기준(유로6D)을 충족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디젤엔진을 흘겨보기 일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