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MULTI-CHAMBER AIR SUSPENSION
용어가 복잡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어렵지 않다. 프리뷰는 말 그대로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의 노면 상태를 감지하는 기술을 말한다. 과속방지턱이 있으면 카메라가 이를 감지한 후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하도록 서스펜션의 높이와 감쇠력을 알맞게 조절하는 식이다. 기술 자료에 따르면 프리뷰 기능은 시속 130km 이내로 달릴 때 제대로 작동한다. 시속 130km 이상으로 과속방지턱을 넘을 일은 없으므로 사실상 모든 주행환경에서 제 역할을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과속방지턱뿐만 아니라 내리막과 오프로드도 인식한다. 가파른 내리막에서 앞 범퍼 하단이 지면에 긁히지 않도록 앞 차체를 최고 25mm까지 자동으로 들어 올린다. 오프로드에선 앞뒤 전부를 들어올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최대한 부드럽게 운전자에게 전달되도록 돕는다. 여기까진 다른 유명 고급 세단에 적용된 프리뷰 기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제네시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내비게이션과 프리뷰 기술을 연동한 것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앞차와의 간격이 가까워 카메라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내비게이션에 미리 저장된 과속방지턱의 위치를 계산해 서스펜션을 조절한다. 카메라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범위는 전방 7m가 고작이지만, 내비게이션은 전방 2km까지 내다볼 수 있어 두 기능을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에어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차에 들어가는 나선형 구조의 금속 용수철 대신 전자제어를 통해 공기압을 넣고 빼는 방식으로 차의 출렁임을 컨트롤하는 장치다. 조절할 수 있는 감쇠력의 폭이 넓지만 기술 난도가 높고 구조가 복잡해 부품 가격이 비싸다.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르쉐에서도 상위 모델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런 에어 서스펜션 장치가 국산차인 G90 롱휠베이스(이하 G90 LWB)에 적용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국산이다. 현대모비스와 평화산업이 4년 이상 긴밀하게 협력한 결과다. 에어 서스펜션의 국산화가 의미를 갖는 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수록 사용 범위와 중요도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무거운 차를 부드럽게 떠받드는 데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기압을 넣고 뺄 때도 요령이 있다. 커다란 물통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물을 빨리 넣고 빼려면 수도꼭지가 한 개인 것보다 여러 개인 게 더 효율적이다. 에어 서스펜션도 같은 원리다. 공기주머니를 3칸으로 나누고 필요에 따라 각 밸브를 잠갔다 풀면 반응속도가 더 빠르고 안정적이다. 3개의 체임버(주머니)를 가진 에어 서스펜션 형태를 멀티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이라고 한다.
그래서 뭐가 얼마나 좋다는 거냐고 묻는다면, “웃음이 난다”고 대답하겠다. 비웃음이나 헛웃음이 아니라 감탄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G90 LWB의 뒷자리에 앉아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국산차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엉덩이로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차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두 번 출렁인다. 앞바퀴에서 한 번, 뒷바퀴에서 또 한 번. 그런데 G90 LWB는 다르다. 앞바퀴가 출렁인 건 알겠는데 뒷바퀴가 잠잠하다. 아예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출렁임의 강도가 앞바퀴가 10이라면 뒷바퀴는 2~3 수준이다. 그 느낌이 신기해 일부러 과속방지턱을 찾아다녔다. 흔히 코너링에 뛰어난 차를 ‘코너링 머신’이라고 한다. 그럼 G90 LWB는 ‘방지턱 머신’이다.

WHEELBASE
3370mm다. 국내 판매 중인 세단 중 G90 LWB보다 휠베이스가 긴 모델은 롤스로이스 팬텀이 유일하다. ‘회장님 차’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S클래스 롱보디 모델이 3위다. 팬텀이나 S클래스로 설명해 감이 오질 않는다면, 경차의 차체 길이가 얼추 G90 LWB의 휠베이스 길이랑 비슷한 셈이다. 참고로 국내 생산 모든 경차의 차체 길이는 3595mm로 동일하다.
사실 휠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자동차 시승기에 등장한다. 차의 앞바퀴 축부터 뒷바퀴 축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휠베이스가 도대체 왜 중요한지 의아했다면 이번 기회에 알아두고 넘어가는 것을 권한다. 휠베이스는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간단한 지표 중 하나다. 특수 목적을 가진 차가 아닌 이상 휠베이스가 길면 직진 주행성이 우수하고 승차감이 편안하다. 반대로 휠베이스가 짧으면 코너링에 유리하다. 그러니까 어떤 새로운 차가 나왔을 때 기존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어졌는지 짧아졌는지만 살펴도 브랜드가 해당 모델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지향점이 어느 쪽인지 파악하기 수월하다.
그렇다고 휠베이스를 마구 늘릴 수는 없다. 국내에는 드물지만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기다란 리무진을 떠올려보면 그 이유가 짐작 가능하다. U턴이 어렵다. 코너를 돌아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G90 LWB가 선택한 해결책은 후륜 조향이다. 휠베이스를 늘린 대신 U턴 시 뒷바퀴를 최대 4도까지 앞바퀴의 반대 방향으로 꺾어 회전반경을 줄였다. 실제로 약 400mm나 휠베이스 길이가 짧은 그랜저와 비교했을 때 회전반경이 비슷했다.
갖은 노력으로 휠베이스를 늘린 덕에 G90 LWB의 뒷자리는 그야말로 광활하다.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에 앉아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등받이가 뒤로 한껏 젖히며 1열 보조석 아래에 숨은 풋레스트가 솟아오른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앉아 다리를 쭉 뻗어도 발 공간이 남는다. 휠베이스가 길어지며 늘어난 공간엔 기본 모델엔 없던 안경 보관함이나 컵홀더 같은 추가 수납공간이 들어가 있다. 차체가 길어져서 차체 강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판보다 무게는 가볍지만 더 질긴 알루미늄을 보닛을 비롯한 차체 구석구석에 대폭 사용해 이젠 모델 대비 내구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BRAKE MODE
아무리 고급스럽고 비싼 차라도 운전을 험하게 하면 소용이 없다. 브레이크를 자주 밟을수록 승차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잦은 울컥거림은 멀미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정차를 위한 요령은 운전자라면 다들 알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부드럽게 지그시 밟다가 속도가 많이 줄었다 싶을 때 오른쪽 발목의 힘을 조금 뺀다. 앞으로 쏠렸던 무게중심이 자연스레 뒤로 돌아가며 안정을 찾았을 때, 다시 페달을 살짝 밟아 차가 앞뒤로 흔들리지 않고 완전히 멈추도록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꽤나 복잡한 조작이다. 차가 많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매번 실천하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귀한 손님을 뒷자리에 모시고 달릴 때면 부담감은 배가 된다. G90 LWB에 탑재된 ‘브레이크 모드’를 활용할 시간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들어봤어도 브레이크 모드는 낯설다. 브레이크 모드는 보통 미세한 컨트롤을 요하는 경주용차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카레이서는 타이어가 마모되어 접지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브레이크 피스톤이 더 강하게 바퀴를 움켜쥐도록 조절하곤 한다. G90 LWB의 브레이크 모드도 원리는 비슷하다. 전자제어를 통해 같은 세기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더라도 실제 브레이크 피스톤의 압력을 다르게 가져간다. 다시 말해, 컴포트 모드일 때보다 스포츠 모드일 때 살짝만 밟아도 브레이크가 더 잘 든다는 소리다. 재밌는 건 쇼퍼 모드다. 브레이크 세팅이 전적으로 뒷좌석 승차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같은 속도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쇼퍼 모드의 제동이 가장 부드럽다. 앞서 말한 요령을 차가 대신 해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브레이크 모드를 잘 활용하면 “운전 부드럽게 잘하네”라는 칭찬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처음 G90 LWB의 브레이크 모드를 접한다면 빈 공터나 차가 드문 도로에서 미묘하게 다른 제동 감각을 몸에 먼저 익히기를 권한다. 갑자기 ‘차가 밀린다’는 느낌이 들면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바싹 긴장할 수 있다. 물론 정말로 차가 밀리는 건 아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90% 이상 밟는 급제동 상황에서는 모드에 관계없이 같은 제동 성능을 발휘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48V ELECTRIC SUPERCHARGER
무릇 대형 고급 세단이라면 8기통 또는 12기통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V12 엔진을 품은 롤스로이스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엄격한 환경 기준은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고배기량 엔진을 포기해야 할 때 손쉽게 집어 들 수 있는 카드가 바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브랜드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사이에 위치한다. 내연기관 차의 엔진룸에서 12V 배터리 대신 48V 배터리를 장착하고 작은 전기모터와 몇 가지 부품만 추가로 엔진과 연결하면 금세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BMW, 아우디, 재규어랜드로버 등 여러 브랜드가 엔진룸 설계를 새롭게 하지 않고도 출력과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신차에 적극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제네시스 역시 트렌드에 발맞춰 G90 LWB 모델에 V6 3.5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48V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단, 전기모터 크기가 작아 하이브리드 모델처럼 전기만으로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앞서 프리뷰 기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네시스가 전방 카메라에 내비게이션까지 연동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에도 제네시스만의 기술력을 더했다. 전동식 슈퍼차저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전기모터가 내는 힘을 저속 토크에 더하는 정도로만 사용하지만, 제네시스는 슈퍼차저를 돌리는 데에도 활용한다. 본래 엔진의 힘을 끌어와 과급기를 돌리는 시스템인 슈퍼차저는 터보차저에 비해 출력 지체 현상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연료 효율 면에선 마이너스다. 그런데 G90 LWB처럼 전기모터가 내는 힘을 이용해 슈퍼차저를 구동하면 단점이 상쇄되고 장점만 남는다.
끝이 아니다. G90 LWB의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지닌 숨은 매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Extend ISG’다. 하이브리드 차의 브레이크를 밟으면 회생제동이 개입해 에너지를 회수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여기에 Extend ISG 기능이 더해지면 감속하는 과정에서 아예 엔진의 연료 분사를 중지한다. 8기통 차가 고속으로 일정하게 달릴 때 모든 피스톤을 전부 사용하지 않고 2개 또는 절반을 비활성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운전자가 체감하기 어려울 찰나의 순간이지만,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GENESIS G90 LWB
파워트레인 3470cc V6 가솔린 트윈터보&슈퍼차저+전기모터, 8단 자동
최고 출력 415마력
최대 토크 56kg·m
가속력(0→100km/h) N/A
가격(VAT 포함) 1억655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