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 기노시타 다카히로.
벌써 〈라이프웨어 매거진〉의 7번째 발간을 맞았다.
시간이 참 빠르다. 2018년 유니클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총괄로 합류한 후, 2019년부터 매년 2권씩 만들고 있는 게 벌써 7권이 됐다. 매거진 이름인 ‘라이프웨어(LifeWear)’는 모두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실용적인 옷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간한 제7호 또한 독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매개가 되길 바라며 만들었다.
매번 독특한 커버 선정에 눈길이 갔다. 새로운 컬렉션이 아닌 일러스트나 작품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매거진이 테이블 위에 놓였을 때 고유의 존재감을 갖기 바라는 마음으로 커버를 고른다. 해당 시즌이 지나면 버려지는 것이 아닌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매거진 말이다. 이번 커버는 염색 작가 미야이리 게이타의 아카이브 중 하나이다. 전통 기법을 활용해 염색한 현대적인 분위기의 패턴이 제7호의 주제인 ‘오늘날의 클래식(Today’s Classics)’과 적합해 선정했다.
‘오늘날의 클래식(Today’s Classics)’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오래됐지만 새로운 것들의 매력을 탐구했다. 빈티지 워치나 올드 카를 정성껏 관리하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선함, 유럽의 100년 넘은 카페에서 마신 갓 내린 커피 한 모금의 산뜻함 같은 것들 말이다. 옷으로 따지면 전통적인 형태의 베이식한 디자인이지만 신소재나 모던한 패턴을 담은 것들, 혹은 기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클래식한 아이템을 조명하고자 했다.
관리만 잘하면 오래도록 사용하면서 애정을 담을 수 있는 것들. 오늘 입은 유니클로 슈트와 알든 슈즈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구매한 지는 약 10년도 넘은 듯한데 입었을 때 ‘내 옷이다’ 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면 유니클로 2022 F/W 컬렉션 중 오늘날의 클래식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은 무엇일까?
후리스 재킷을 꼽고 싶다. 사실 유니클로에서 처음 출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디자인의 변화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 후리스 재킷은 남다르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을뿐더러 품질도 한층 좋아졌다. 옛날부터 거의 매년 사고 있는데 이번 시즌도 역시 구매했다.
〈라이프웨어 매거진〉 제7호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기사를 하나만 꼽는다면?
물론 모든 기사에 애정이 있지만 굳이 꼽자면 보스턴에서 촬영한 ‘Varsity Sporty Graffiti’. 프레피와 클래식 룩 최고의 스타일 북 〈Take Ivy〉의 배경 중 하나인 하버드대학교와 함께 촬영을 진행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운동선수들이 유니클로 2022 F/W 컬렉션으로 자신을 직접 스타일링한 뒤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스턴 곳곳에서 담았다. 정통 아이비리그 스타일에 신소재의 애슬레저 룩이 가미돼 흥미로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날의 클래식’이라는 주제에 꼭 들어맞기도 하고.
이번 매거진을 만들면서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하다.
프랑스의 〈레티켓(L’Etiquette)〉 매거진과 함께 기사를 진행하며 벌어진 일이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매거진 중 하나인 그들에게 협업을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마르크 보게(Marc Beauge) 편집장으로부터 회신을 받고 그 내용에 매우 놀랐다. 그가 〈뽀빠이(Popeye)〉 매거진과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을 좋아해서 〈레티켓〉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기분 좋게 협업이 성사됐고 파리의 무드로 재해석한 아메리칸 캐주얼 룩은 신선했다. 그 결과물은 ‘Salut, Paris!’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남성 패션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다. 일본과 많이 다른가?
정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는데 젊은 층이 패션에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개성을 과감히 외부로 표출하는 분위기. 일본에 비해 확실히 외향적인 성향으로 활기까지 느껴졌달까. 자기 자신에게 과감히 투자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보인다. 클래식을 비롯해 스타일도 다양하고.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하면서 클래식 시장은 다소 위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트렌드의 변화도 있겠지만 기존에 너무 많은 클래식 스타일 숍이 존재한 탓도 있다. 꼭 필요한 숍은 계속해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많은 종이 잡지가 사라지고 꼭 필요한 최소가 남은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