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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프로틴을 앞에 두고 고민 중인 당신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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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농업으로 문명을 일으킨 이후 가장 구하기 어려운 영양소는 늘 단백질이었다. 단백질은 가장 비싼 식품 원료이기도 하다. 프로틴 음료가 편의점 인기 품목이 되는 건 그만큼 가격이 비싸 점주와 본사의 수입을 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안에 과연 양질의 단백질이 담겨 있긴 한 것일까. 불과 얼마 전에도 단백질 28g으로 표기된 닭 가슴살 소시지에 실제 단백질이 19.3g이었다는 유튜버의 고발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는 일이 있지 않았는가. 의구심을 품을 만하다. 아니, 그전에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돈을 들여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되기는 할까? 자, 이제 슬슬 그 얘기를 해보자.
일단, 단백질 식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8년 813억원 수준이던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22년 4000억원대로 커졌다. 단백질 식품은 어쩌다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됐는가. 근육량을 늘리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코로나19 이후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면역’ 하면 떠오르는 게 항체인데, 항체도 결국 단백질이란 거다. 단백질 바 제품 겉면 설명에 적힌 그대로 요약하자면 ‘근육의 구성 및 항체 구성’에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 맞는 얘기다. 근육, 항체에 더해 머리카락과 피부, 심지어 혈액까지 전부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한다.
단백질이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섭취량이다. 10년 전만 해도 단백질 섭취량이 이미 충분하다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섭취량을 굳이 늘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요즘은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게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018년 캐나다의 한 연구팀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49건의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량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 섭취를 늘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육량이 늘고 근력도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최소 6주 이상의 기간 동안 대조군을 두고 단백질 섭취량을 꼼꼼히 체크한 연구들만 추려내 단백질 섭취와 근육의 상관관계를 본 것이니 믿을 만하다. 이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수록 효과가 적었고, 중량 운동을 많이 할수록 단백질 보충 효과가 컸다.
그러나 많이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효과가 더 커진 것은 아니다. 체중 1kg당 1.6g까지는 단백질 섭취량을 늘릴수록 근육량과 근력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상을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늘지는 않았던 것이다. 체중 70kg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112g 정도일 때 최적이란 이야기다. 기존에 영양학자들이 권고하는 섭취량보다는 많다.
대개 체중 1kg당 단백질 0.8g을 하루 섭취 기준으로 잡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체중 70kg에는 56g이 적정량이다. 체중 56kg 여성이라면 같은 기준으로 하루 45g 정도가 하루 섭취 권고량이 된다. 2020년 한국영양학회는 종전보다 섭취 기준을 높게 잡아서 이제는 대부분의 성인 남성은 하루 60~65g, 여성은 50~55g이 권장 섭취량이 되었다. 체중 1kg당 0.91g 정도다.
한국 성인의 단백질 섭취량은 평균 72g으로 권장 섭취량을 웃돈다. 하지만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는 체중이 70kg인 사람이라면 근성장을 위한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112g이다. 간극을 채우려면 평소보다 단백질 섭취를 40g 늘려야 한다. 편의점 프로틴 음료 한 병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일반적으로 20~27g이니까 하루 한두 병은 더 마셔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운동 없이 단백질 음료를 들이켜는 것만으로는 근성장 효과를 내긴 어렵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에서도 저항운동을 하면 단백질을 보충하는 사람이든 원래대로 먹는 사람이든 근성장이 나타났다. 운동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단백질 보충은 나이 들면서 생기는 근손실을 막는 데에는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은 30대부터 점차 근육량이 줄기 시작한다. 65세 이상부터는 체중 1kg당 1~1.2g으로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게 좋다.
섭취량 다음은 종류다. 어떤 단백질이 좋은가. 유청단백질, 식물성 단백질, 혼합 단백질 등 종류가 다양하다. 편의점 기준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프로틴 음료는 유청 단백질이 주류이고 프로틴 바는 대두단백질이 주를 이룬다. 유청 단백질은 우유를 응고하여 치즈로 만들고 남은 액체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다. 물에 잘 녹는다. 유청 단백질 20g이 들어 있다는 제품을 마셔보면 그다지 걸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단백질이 조금 뭉쳐서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것까지 막진 못하기에, 잘 흔들어 먹어야 한다.
프로틴 바에는 분리대두단백이 주로 들어가고 제품에 따라 유청 분말을 더한 것도 있다. 프로틴 음료 겉면에 BCAA(Branched-Chain Amino Acid) 함유를 강조하는 문구도 자주 눈에 띈다. 류신, 발린, 이소류신 3종의 아미노산을 말한다. 이들은 인체가 스스로 합성할 수 없어서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근육 속에 제일 풍부한 아미노산이기도 하며 육류, 유제품에 많다. 운동할 때 BCAA가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피로를 줄여준다는 얘기도 들린다. 근사하게 들리지만, 근거는 빈약한 주장이다. 닭 가슴살, 견과류, 두부 같은 음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 보다 BCAA 보충제나 BCAA 강화식품을 먹는 게 근성장에 특별히 더 좋다는 확정적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단백질 종류를 따져가며 먹진 않아도 된다. 프로틴 바로 먹든 프로틴 음료로 마시든 무방하다. 분리대두단백이나 유청단백질을 따질 필요도 없다. 단, 비건이라면 다양한 식물성 식품으로 필수아미노산의 균형을 맞춰 먹는 게 좋을 것이다. 또 단백질 음료에는 우유가 들어간 경우가 많다. 유당에 민감한 사람은 유당이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봐야 한다.
프로틴 제품 뒷면의 문구를 읽으면서 마시다 보면 왠지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가 가까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차이를 낼 정도는 아니다. 며칠 연이어 프로틴 음료를 마시다 맛에 질릴 때는 라면에 달걀 한 개를 넣어 드시라. 탄수화물이 들어가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살이 찐다며 겁에 질릴 필요는 없다. 근육에서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인슐린이니 말이다.
고단백질 식단에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보이는 건 단백질이 제일 비싼 만큼 많이 먹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인류 역사상 편의점에서까지 단백질 함량을 따져가며 음료를 고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일부 전문가가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늘리는 게 장기적으로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푸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혈중 단백질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신장에 부담을 주며, 그로 인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다. 너무 쉬운 일에만 집착하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법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고단백의 시대지만, 먹기는 쉽고 운동하긴 어렵다는 삶의 진리를 잊지는 말자.
정재훈은 약사이자 푸드 라이터다. 자칭 ‘카트 끄는 잡식동물’로 미식과 새로운 음식 맛보기를 즐긴다. 저서로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Credit
- EDITOR 김현유
- WRITER 정재훈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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