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은 죽지 않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와 노는 법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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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은 죽지 않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와 노는 법

박세회 BY 박세회 2023.03.02
 
‘비디비도비디부’, 1996, 박제 다람쥐, 세라믹, 포마이카, 나무, 페인트, 강철. 리움미술관의 무료 기획전 〈마우리치오 카텔란:WE〉는 7월 16일까지 열린다.‘비디비도비디부’는 3층 전시실 안쪽에 전시되어 있다.

‘비디비도비디부’, 1996, 박제 다람쥐, 세라믹, 포마이카, 나무, 페인트, 강철. 리움미술관의 무료 기획전 〈마우리치오 카텔란:WE〉는 7월 16일까지 열린다.‘비디비도비디부’는 3층 전시실 안쪽에 전시되어 있다.

이 다람쥐의 이름은 마빈이다. 우린 지난 2월 처음 만났다. 마빈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내 전시에는 반드시 이탈리아 다람쥐가 필요하다”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요청에 따라 먼 바다를 건너(물론 그는 다른 동물들처럼 화물칸에 실리지 않고 이코노미를 타고 왔다.) 하루 종일 이 책상 위에 전시품처럼 앉아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의뢰인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기획전 〈WE〉가 예약에 성공해도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터라 근무 시간에는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다. “사람들이 다 내가 죽은 줄 알더군. 생각해봐. 바보 같은 얘기지. 총으로 나를 쐈다면 내 관자놀이에 구멍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마빈은 절대 죽지 않았다. 자살한 것도 물론 아니다.
물론 이 다람쥐의 이름은 마빈이 아니다. 내가 지어준 상상 속의 이름일 뿐이고, 실제로는 죽은 지 꽤 됐다. 전시된 것은 박제니까. 그럼에도 내 상상 속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마빈이 총으로 죽었다면 관자놀이에 구멍이 나 있고 피가 흘러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싱크대 안에 있는 더러운 접시들을 보면 방금 먹은 티가 난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어째서 그렇게도 열심히 뭔가를 먹었을까? 그의 앞에 놓인 글라스는 비어 있다. 어쩌면 이 장면은 갱단에 속해 있는 행동대장 다람쥐가 권총을 손에 쥔 채 술을 마시다 곯아떨어진 것은 아닐까? 1996년에 발표된 ‘비디비도비디부’에는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해석이 달렸다. 당신도 이 작품에 당신만의 스토리를 써보길 바란다. 그게 카텔란과 함께 노는 가장 즐거운 방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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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김성률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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