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7월의 책

중쇄를 거듭해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에스콰이어> 에디터들이 골랐다.

프로필 by 김현유 2023.07.01

소리의 마음들 

니나 크라우스 /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소리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기타리스트들이 리허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기울이는 작업 중 하나는 ‘톤’을 잡는 일이다. 취미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나는 이 ‘톤’이 어떤 파형으로 이루어진 색이라고 이해해왔다. 그러나 톤이라는 것은 기본 주파수 위에 쌓인 하모니들의 합이다. 우리가 서로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건 우리 목소리의 하모닉스가 다른 형태로 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보다 놀라운 것은 언어에 필수적인 자음의 소리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타이밍’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빌’이라고 발음하는 소리를 녹음한 후 파형 앞부분의 0.05초를 잘라내면 ‘필’로 들린다. 근데 또 모음은 톤과 비슷하게 하모닉스의 형태에 따라 결정된단다. 예를 들어 ‘이’와 ‘우’는 기본 주파수는 같지만 하모닉 에너지가 집중된 대역이 다르다. 소리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책을 일찍 만나 소리의 요소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이해했다면, 기타 톤을 좀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박세회



 

다크투어, 내 여행의 이름  

양재화 / 어떤책
홀로코스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 사건으로 죽은 유대인의 숫자 ‘600만’까지 알고 있을 것이며, 개중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세부 사례까지 기억할 수도 있을 테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렇게 ‘아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죽음과 여기 나의 삶 사이 시공간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먼 걸음을 하는 사람들. 출판 편집자인 양재화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2년간 폴란드 아우슈비츠, 아르메니아, 캄보디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칠레, 아르헨티나, 대한민국 제주 등 세계 곳곳의 집단 학살 현장을 쏘다녔고, 그 기록을 다듬어 책으로 냈다. 우리는 그의 시선을 따라 또 한 번 간접체험을 하게 될 뿐이지만, 그게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하다. 그는 애도하며 스스로 주인공이 되거나, 대뜸 자신의 운명에 감사하거나, 섣불리 훈계하지 않는 명석한 다크투어리스트이고, 인류사 최대의 참상을 두루 훑으면서도 독자들이 끝없는 비관 속에 발을 헛디디게 두지 않는다. 그저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억하게 할 뿐. 오성윤



 

낯선 사람

김도훈/ 한겨레출판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언젠가 유명 인사가 되었는데 과거 행적이 논란이 되어 내 발목을 잡으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망상. 그러다 보면 ‘~느님’이라 불리며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많은 책이 ‘~느님’들의 흠 없는 인생사를 다룬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살짝 숨이 막히는 것도 사실이다. 보통의 인간은 하자투성이니까. 평범하지 않은 사람도 그렇다. 인류 역사에 남을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삶에도 흠집은 있다. 그로 인한 추락으로 잊힌 이들의 수는 ‘~느님’이 된 경우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저자 김도훈은 이 책을 두고 ‘anti-위인전’이라고 했다. 흠 없는 인생사로 귀감이 되는 위인들과 반대로, 비범하지만 치명적인 결점 탓에 결국 ‘낯선 사람’으로 남은 26인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맞아, 이 사람은 누군가 한 번 얘기해줬으면 했어’ 하는 이부터 ‘이런 사람은 어떻게 알아낸 거지?’ 싶은 인물들의 면면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JOURNAL 섹션의 인기 필자이기도 한 저자의 필력은 거기에 읽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김현유



 

읽는 사람

허윤선 / 민음사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배우 박정민과 코미디언 유병재와 아나운서 임현주와 래퍼 매드클라운의 공통점은? 정답은 ‘읽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패션 매거진의 피처 에디터로 일해온 책의 저자 허윤선은 문예지 <릿터>에 연재했던 인터뷰를 묶어 단행본으로 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44명을 독서라는 바늘로 꿰어냈는데 인터뷰이들이 하나같이 ‘제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요’라며 수줍어했다는 사실이 귀엽게 느껴진다. 매달 인터뷰를 진행하는 에디터로서 흥미로웠던 점은 책이라는 매개체로 인터뷰이의 경계심을 단숨에 허물고 술술 대화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화술이다. 예를 들어, 배우 강한나에게 인상 깊게 읽은 희곡을 물은 다음 그 답변에 꼬리를 물어 그녀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지나온 삶의 이야기까지 나아가는 식이다. 동시에 인터뷰 페이지 사이사이를 현재 패션 사진계에서 내로라하는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으로 채웠다.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이 나와 같은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는 대목에선 묘한 동질감을 경험할 수 있다. 박호준

Credit

  • EDITOR 김현유
  • PHOTO 위즈덤하우스/어떤책/한겨레출판/민음사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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