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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 정신건강의 현 주소

프로필 by 김현유 2024.03.10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걸까?

남성의 69%는 최근 일주일 동안 최소 며칠은 불안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불안민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우리 모두는 여러 가지에 대해 상당히 자주 불안을 느낀다. 현대사회에는 불안을 느낄 요인이 넘쳐나기도 한다. 사실 불안 중에는 건강한 불안도 있다. “하지만 걱정, 분노,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고, 감정의 중심을 잡거나 차분해지지 못한다면 그건 좋지 못한 불안이라는 신호입니다.” <나는 왜 불안한가>의 저자인 트레이시 마크스 의학박사의 말이다. 
 
불안을 길들이는 법
불안을 이해하면 다스릴 수도 있다. “불안한 생각은 옷장 속에 걸린 셔츠와 비슷해요.입지 않고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요.” 테라피스트 키어 게인스의 말이다. 게인스는 불안을 낮추는 방법을 몇 가지 제안했다.
01. 당신은 불안이 찾아오면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당신 두뇌의 작동 방식에 분노하는가? 스스로가 불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02. 호기심을 갖고 불안을 맞이하라. 불안감을 느끼는 스스로를 기분 나쁘게 여기지 말고, “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라고 질문을 던져보라.
03. 당신의 감정은 정당하지만, 팩트가 아님을 인지하라. 스스로의 정체성과 감정을 구분 지어 생각해야 한다. 당신은 ‘불안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불안함을 경험’ 중인 것이다. 의미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단어와 생각은 우리의 인식 체계에 큰 영향을 준다.
 
한국 남성들이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일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
•좌절감, 현타 온다, 의욕 없음, 어지럽다, 한숨 나온다
•짜증 난다, 힘들다
•무기력하다, 우울하다, 화가 난다
•피곤하다, 답답하다, 쉬고 싶다, 때려치울까
 
이미 퍼져 있는 우울
남성 61%는 최근 일주일 동안 최소 며칠은 우울을 느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며칠 정도 우울했던 것이 큰 우울장애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요한 신호임은 틀림없다. 정신 건강 전문가, 그게 어렵다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자. <맨즈 헬스 US>의 심리 고문인 그레고리 스콧 브라운 의학박사는 명상, 섭식 및 수면 개선, 운동량 늘리기 등 정신 건강에 좋은 행동을 해볼 것을 권했다.
 
꼭 슬픈 마음이 들어야만 우울증이 아니다. 아래 증상들 역시 우울증이 있을 때 발현될 수 있다.
•갑작스러운 분노
• 과도한 식욕 감소 및 증가
• 취미에 대한 흥미 감소
• 타인들로부터 스스로를 고립
• 섹스에 대한 관심 저하
 

이 와중에 좋은 소식!

85%의 남성이 정신 건강이 신체적 건강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의견이었다.


우리는 정신 건강을 중요시하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무려 79%의 남성이 매일 행복을 느낀다고 답했다.어떤 것들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까?
우리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77%의 남성이 정신 건강을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39%는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27%는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다
•25%는 열심히 운동을 한다
•4%는 명상이나 심호흡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 보내는 시간?
외로움과 고독이 전염병처럼 여겨지는 시대지만, 많은 남성이 ‘혼자 보내는 시간’을 정신 건강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브라운 박사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스스로와의 연결을 회복하고, 자기 돌봄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시켜줍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과죠.”
 
손쉽게 정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34%는 불안과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SNS 등 스마트폰 사용에 의존하게 된다고 답했다.
SNS와 숏폼 등을 통해 얻는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는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해 즉각적인 쾌락을 준다. 물론, 도파민은 행복에 관여하기 때문에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하지만 내성이 강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극으로 인한 도파민 분비가 늘어날수록 우리 뇌는 점점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수록 불안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4%는 정신 건강을 위해 비타민 등의 영양제를 먹고 있다.
램지 박사는 우려를 표했다.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장기입니다. 영양제 정도로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건 걱정되는 일이에요.” 영양제에 포함된 성분들은 불안과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당연히 음식에서 얻는 영양분이 가장 효과가 좋다.
 

정신 건강 레벨 업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것으로 시작하라.
왜 정신 건강을 돌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마크스 박사는 정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삶에 꼭 무언가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빼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마음에 얹은짐을 내려놓자. 지금 이 순간 반드시 해야 할 일만 하면 된다. 다음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신적으로 행복해지려면 시간이나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은 정신 건강에 얽힌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브라운 박사는 자기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한 ‘스마트’한 방법이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호흡에 집중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땀 흘려 운동하고, 올바른 수면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큰돈 들이지 않고도 정신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에요.”
 
잠이 제일 부족한 사람들
권장 수면 시간은 7~9시간이지만, 특정 인종이나 민족은 그보다 좀 더 자는 편이다.
 
수면 시간이 7시간 이하인 사람들
무엇이든 간에 말하라!
•84%의 남성이 주변의 동성 친구들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40대 남성은 무려 90%가 그렇다고 전했다.
•86%의 남성이 의지할 수 있는, 또 자신에게 의지하는 동성 친구가 한 명 이상 있다고 답했다.
 
좋은 일이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우리는 친구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성들은 살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또 힘든 경험을 접하죠. 그때마다 쌓이는 감정을 밖으로 내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있고, 또 당신이 신뢰하는 다른 남성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게인스의 말이다. 40대의 비율이높은 것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인생 전반의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답정너’ 같은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에는 ‘답’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귀만 있으면 되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나면,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이 곧바로 떠오르곤 합니다. 신기한 일이죠.”
 
깊은 잠을 다시 생각하자.
행복의 요인을 묻는 질문에 고작 6%만이 ‘높은 질의 수면’이라고 답했으나, 수면은 정신 건강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응답자 중 권장 수면 시간인 7~9시간을 채우는 사람은 28%에 불과했다. “잠을 덜 자면서 좋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맨즈 헬스 US> 수면 자문인 W. 크리스토퍼 윈터 박사의 말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수면 시간에 대한 계획을 짜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수면은 다른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야 할 수 있는, 미뤄도 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 중 반드시 할애해야만 하는 시간이니까요.” 윈터 박사는 우선 수면 시간을 확실히 정해두라고 조언했다. “수면 문제를 가진 환자들에게는 조명에 자동 꺼짐 타이머를 설정하거나 예약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수면 시간을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맞는 것을 먹자
•13% 적절한 약 고르기
응답 남성의 13%가 정신 건강을 위해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항불안제와 항우울제, 혹은 두 가지 다다. 단시간 작용하는 항불안제(자낙스, 아티반 등 벤조디아제핀)는 하루에도 공황 발작을 여러 번 겪는 극도의 불안증 환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불안감을 심화시키거나, 끊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항불안제보다는 항우울제부터 선택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다른 물질은 신중하게 선택하자
•32% 알코올을 통해 불안과 우울에 대처한다.
•27% 담배에 의존한다.
알코올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몇 잔을 마시고 나면 몸에서 세로토닌(항우울제!)이 분비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우울한 감정이 늘어날 수 있다.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도파민의 파괴를 막아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으나,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해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불안과 우울을 유발할 수 있다. 

Credit

  • WRITER MILAN POLK
  • MARTY MUNSON
  • PHOTOGRAPHER ANDREW B. MYERS
  • TRANSLATOR 이원열
  •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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