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 5곳
출장으로만 스쳐 지나갔던 도시, 10년 만에 여행자로 다시 걸은 상하이 미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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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상하이(Ye Shanghai): 눈앞에서 썰어주는 오리구이와 캐비어 한 점까지, 디너 1인 188위안 세트 메뉴의 가성비
- 런허관(人和館): 미쉐린 1스타를 받고도 합리적인 가격, 정시에 시작되는 공연까지 눈?입?귀가 모두 즐거운 게살덮밥 전문점
- 미상 프라다(迷上 PRADA ?宅): 라떼 위에 프라다 로고와 롱자이 건물을 그려주는, 인플루언서들의 성지
- 주광옥 훠궈관(朱光玉火鍋館): 토마토를 통째로 끓여낸 듯한 진한 탕과 도삭면으로 기억되는 훠궈집
- 리젠트 상하이 온 더 번드 콩데(Conde): 5층 테라스에서 동방명주와 와이탄 야경을 한 번에 담는 곳
출장자의 도시가 여행자의 도시가 될 때
상하이는 오랫동안 나에게 ‘일하러 가는 도시’였다. 공항에서 호텔로, 호텔에서 미팅 장소로.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은 늘 택시 안에서만 바라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마음에 남는 것이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잠깐 걸었던 골목,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맛본 음식. 그래서 출장을 갈 때마다 생각했다. 언젠가는 꼭 ‘여행’으로 다시 오겠다고.
그 언젠가가 10년 만에 왔다. 그것도 10년 전 상하이를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함께였다. 같은 도시인데 속도가 달랐다. 출장자로서의 상하이가 이동하는 도시였다면, 여행자로서의 상하이는 머무는 도시였다. 미식의 도시 상하이에서 만난, 다시 갈 이유가 되어준 레스토랑과 바를 꼽아봤다.
1. 예 상하이(Ye Shanghai)
상하이 여행을 하면서 꼭 한 번쯤 방문하게 되는 신천지 근처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깔끔하게 정돈된 쇼핑몰 안에 자리한 레스토랑인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1930년대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짙은 우드톤과 낮게 깔린 조명. 모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압도되어 각오하고 메뉴판을 펼쳤는데, 가격을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Favorite Set Menu’. 저녁에 즐겨도 1인 188위안(한화 약 4만 원)이다. 구성은 이렇다. 오상미밥을 곁들인 홍소육(돼지 삼겹살 조림), 사오싱식 카오야(오리구이), 궁바오 새우(매콤한 새우 볶음), 라즈지(마른 고추를 넣어 튀긴 닭요리), 칭차오 시소(채소볶음), 그리고 라오상하이성젠바오(상하이식 군만두). 근사한 파인다이닝의 코스를 한 번에 압축해놓은 듯한 구성이었다.
눈 앞에서 썰어주는 오리구이,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그중 압권은 오리구이였다. 테이블 앞으로 카트가 들어오고, 눈앞에서 한 점씩 썰어준다. 껍질이 갈라지는 소리가 맛보다 먼저 도착한다. 게다가 그 위에 캐비어를 조그맣게 얹어준다. 4만 원짜리 세트 메뉴에서 캐비어를 만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오리구이 위의 귀여운 캐비어,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2. 런허관(人和館)
‘미쉐린1스타’와 ‘합리적인 가격’이 한 문장에 들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런허관이 그렇다.
이곳의 주인공은 게살 덮밥이다. 뜨겁게 달군 돌솥에 게살과 게 내장을 아낌없이 올려주는데, 밥과 함께 비벼내는 순간 향이 먼저 올라온다. 한 숟갈 떠먹고 나면 왜 다들 줄을 서는지 이해하게 된다.
런허관의 게살덮밥,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여기에 하나 더. 정시가 되면 공연이 시작된다. 식사하다 말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된다. 눈이 즐겁고, 입이 즐겁고, 귀까지 즐거운 곳. 흔치 않은 조합이다.
런허관의 공연,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문제는 웨이팅이다. 평일 오후 5시에 갔는데도 줄이 꽤 길었다. 저녁 피크 타임도 아닌 시간이었다. 다행히 따종디엔핑(大众点评) 앱을 이용하면 한국에서도 간단하게 미리 예약할 수 있다. 출국 전에 앱을 깔고 예약해두는 것만으로 한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 꼭 미리 예약해두길 추천한다.
3. 미상 프라다(迷上 PRADA 荣宅)
프라다가 6년에 걸쳐 복원한 20세기 초 대저택롱자이(荣宅). 그 안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미상 프라다의 외관,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인테리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전문 사진사를 대동한 중국 인플루언서들. 다이닝 공간뿐만 아니라 정원에도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가득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공간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이 정도로 예쁘면 사진사를 데려올 만하다.
나는 어느 카페에 가든 보통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라테 아트로 프라다 로고와 롱자이 건물을 그려준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바로 라테를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 위에 건물 한 채가 올라왔다.
미상 프라다의 라떼아트,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기념품을 산다면 틴케이스를 추천한다. 초콜릿이 든 틴케이스는 작은 편인데 6만 원대, 쿠키가 든 틴케이스는 더 큰데 5만 원대다. 케이스 크기만 놓고 보면 쿠키 쪽이 훨씬 이득이다. 선물용으로도 좋다.
미상 프라다의 디저트 코너,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4. 주광옥 훠궈관(朱光玉火鍋館)
중국에서 훠궈를 먹는다고 하면 대부분 하이디라오를 떠올린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상하이의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는 집은 따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훠궈집이라기보다 오래된 홍콩 영화 세트장에 가깝다. 붉은 조명과 낡은 간판, 정신없이 붙어 있는 글자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게 된다.
전체적으로 탕이 진했다. 그중에서도 토마토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토마토 ‘향’이 나는 탕은 흔하다. 그런데 이곳의 토마토탕은 향이 아니라 토마토 그 자체다. 통으로 들어간 토마토를 오래 끓여 걸쭉하게 만든 국물이라, 한 국자 떠서 그냥 마셔도 될 정도였다.
주광옥 훠궈관의 토마토탕,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의외의 복병은 도삭면이었다. 진한 탕에 밀어 넣은 넓적한 면이 훠궈의 마무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졌다.
5. 리젠트 상하이 온 더 번드 5층 콩데 테라스 바(Conde Bar)
마지막은 야경이다. 상하이의 밤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보통 둘 중 하나를 고른다. 동방명주가 솟아 있는 푸동의 마천루, 아니면 옛 건물들이 늘어선 와이탄. 콩데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콩데 입구,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리젠트 상하이 온 더 번드 5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테라스로 나가면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외 공간도 꽤 넓어서 어느 자리에 앉아도 시야가 막히지 않는다. 압도적이라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콩데 테라스에서 바라본 동방명주의 야경,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다만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내가 방문했던 8월 기준으로 밤 11시가 되면 건물들의 조명이 일제히 꺼졌다. 조금 전까지 화려하던 풍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1시 이후에 도착하면 야경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시간을 고려해 도착하길 추천한다.
미식의 도시를 여행하는 팁
예 상하이의 세트 메뉴는 2인부터 주문할 수 있다. 혼자라면 단품, 둘 이상이라면 세트를 추천한다.
런허관은 지점이 여러 곳이다. 관광지 중심 지점일수록 웨이팅이 길어지니, 따종디엔핑에서 숙소와 가까운 지점을 비교해보고 예약할 것.
미상 프라다는 인기가 많아 예약이 필수다. 예약을 하지 못했다면 오픈 직후 시간대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주광옥훠궈관은 상하이 시내에 지점이 여러 곳이고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다. 웨이팅이 길기로 유명하니 피크 타임을 피하거나 미리 대기를 걸어두는 편이 좋다.
콩데는 소등 시간이 관건이다. 야경이 목적이라면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자리를 잡는 것을 권한다.
10년 뒤에도, 같은 식탁에서
10년 전 그 친구와 상하이를 걸었을 때, 우리는 지금과 전혀 다른 것들을 먹고 마셨다. 그때는 몰랐던 맛이 있고, 이제야 알게 된 맛이 있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한 다섯 곳을 돌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그때 이런 걸 먹었어야 했는데”였다.
앞으로도 상하이에 출장 갈 일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이번에 앉았던 자리들을 택시 창밖으로 흘려보내며 생각하겠지. 다음엔 또 여행으로 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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