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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미친 감성 '문구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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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 너머로 동방명주와 고층 빌딩이 이어지는 푸동의 스카이라인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빠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오히려 오래된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프라다의 오래된 저택에서 루이 비통의 거대한 배까지. 3박 4일 동안 상하이를 걸으며 발견한 것은 새로운 장소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한 장면 안에 담아내는 이 도시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번 상하이 여행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어가는 동시에, 개인 작업을 위한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전시를 보고, 공간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으며 평소와는 다른 장면들을 천천히 눈에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미리 정해둔 일정이나 목적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시 자체였습니다.
황푸강을 따라 유서 깊은 석조 건축물이 늘어선 와이탄의 클래식한 풍경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푸동 미술관에서 바라본 와이탄의 클래식한 건축물과 황푸강 풍경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오래된 건축물의 벽을 따라 걷다가 유리로 뒤덮인 빌딩을 마주치고, 몇 블록을 지나면 다시 20세기 초의 상하이가 나타났습니다. 강 건너 푸동에는 미래 도시를 연상시키는 마천루가 서 있지만, 뒤를 돌아보면 와이탄의 묵직한 석조 건물들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상하이는 과거를 지우고 미래로 달려가는 도시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번 여행에서 제가 본 상하이는 서로 다른 시간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놓는 도시에 가까웠습니다.
오래된 저택에 들어간 프라다
1918년 저택을 프라다가 복원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완성한 프라다 롱자이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그 감각을 가장 먼저 느낀 곳은 Prada Rong Zhai였습니다. 처음에는 ‘프라다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일정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문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브랜드의 로고보다 건축물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짙은 목재 장식, 오래된 계단, 서로 다른 시대를 품은 가구들. 1918년의 저택을 프라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복원한 공간입니다. 모든 것을 새것처럼 만드는 대신, 시간이 남긴 흔적을 존중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짙은 목재 장식 등 옛 저택의 흔적을 간직한 프라다 롱자이의 건축 디테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저는 여행지에서 유명한 건물을 보는 것만큼이나 브랜드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살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롱자이는 꽤 인상적인 답을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럭셔리는 반드시 새것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것을 얼마나 섬세하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유지한 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가가 하나의 럭셔리한 태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저택의 시간과 프라다의 감각이 공존하는 프라다 롱자이 내부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저택 안의 Mi Shang Prada Rong Zhai에서는 그 장면이 조금 더 영화적으로 변했습니다. 상하이 출신 왕가위 감독의 감각이 더해진 공간답게 밀라노와 상하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계단과 가구, 장식 곳곳에 과거의 흔적을 남겨둔 프라다 롱자이의 내부 공간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계단과 가구, 장식 곳곳에 과거의 흔적을 남겨둔 프라다 롱자이의 내부 공간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복도를 걷고 있으면 어느 순간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을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보다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감정이 먼저 기억에 남았습니다.
좋은 공간에는 늘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에 정박한 거대한 배
난징시루 한복판에 거대한 배 형태로 자리한 루이 비통의 ‘더 루이(The Louis)’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다음 날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상하이를 만났습니다. 난징시루 한복판에 거대한 배 한 척이 놓여 있었습니다. 루이 비통의루이호(The Louis)입니다.
배의 선체 위로 트렁크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듯한 건축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항구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 이런 거대한 배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그 이유가 조금씩 명확해집니다.
Visionary Journeys 전시는 여행용 트렁크에서 시작한 루이 비통의 역사를 여행, 패션, 향수, 스포츠, 책, 장인정신 등 여러 챕터를 통해 보여줍니다.
루이 비통의 여행과 패션, 장인정신의 역사를 공간으로 풀어낸 ‘비저너리 저니(Visionary Journeys)’ 전시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전시를 관람하고, 위층에서는 상하이만의 메뉴와 공간을 경험하고, 이후 자연스럽게 리테일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루이 비통의 세계를 여러 챕터와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비저너리 저니’ 전시 내부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루이 비통의 세계를 여러 챕터와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비저너리 저니’ 전시 내부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maestrohsw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매장에 들어가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하나의 세계를 여행하는 경험에 가까웠습니다.
상하이에서 여러 럭셔리 브랜드의 공간을 돌아보며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가방이나 옷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브랜드가 만들어낸 세계와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플라워 오브제와 루이 비통 트렁크가 어우러진 공간의 디테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그리고 상하이는 지금 그런 실험을 가장 대담하게 보여주는 도시 중 하나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침 6시의 와이탄
동방명주와 푸동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달리는 이른 아침의 와이탄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관광객이 몰려들기 전 고요한 아침 햇살 아래 펼쳐진 와이탄과 푸동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의외로 화려한 전시도 레스토랑도 아닙니다.
아침 6시의 와이탄입니다.
호텔에서 러닝화를 신고 나와 아직 관광객이 거의 없는 강변을 달렸습니다.
습도가 높아 얼마 지나지 않아 티셔츠는 땀에 젖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상쾌했습니다. 한쪽에는 오래된 와이탄의 건물들이 이어지고, 강 건너에는 동방명주와 푸동의 스카이라인이 서 있었습니다.
전날 밤 수많은 불빛으로 가득했던 풍경과 같은 장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했습니다.
아침 러닝 중 잠시 마주한 동방명주와 푸동의 풍경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두 발로 직접 달리며 기록한 와이탄 러닝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저는 여행을 가면 가능하면 한 번쯤 아침에 직접 달려보려고 합니다.
택시 안에서는 도시의 거리를 온전히 느끼기 어렵고, 유명한 관광지 안에서는 도시의 속도를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직접 달려보면 조금 달라집니다. 공기의 냄새와 습도,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 아침을 준비하는 가게와 골목의 폭까지 몸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이번 상하이도 그랬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걸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게 된 상하이는 여전히 사람이 많아지기 전의 와이탄이었습니다.
머무는 곳도 여행의 일부가 됩니다
우드와 조명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분위기의 더 상하이 에디션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이번 상하이에서 머문 상하이 에디션 호텔(The Shanghai EDITION)은 단순히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는 숙소 이상의 공간이었습니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상하이라는 도시가 가진 서로 다른 얼굴을 한 공간 안에서도 계속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낮에는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이 되면 ROOF에 올라 와이탄 너머로 펼쳐지는 푸동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우드 톤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더 상하이 에디션 객실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특히 기억에 남았던 곳은 일식 레스토랑 요네(YONE Restaurant & Bar)였습니다.
점심에는 런치 코스를 경험했습니다. 한 접시씩 이어지는 흐름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완성도가 높았고, 그중에서도 와규 스테이크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재료 자체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전체 코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균형이 좋았습니다.
재료 본연의 풍미와 정갈한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요네의 와규 스테이크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한 후지산을 모티프로 한 디저트는 맛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해주었습니다. 작은 산의 풍경처럼 완성된 디저트를 보고 있으면 한 끼의 식사 역시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하나의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지산의 모습을 섬세하게 구현해 시각적인 재미를 더한 요네의 디저트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상하이처럼 볼거리와 일정이 많은 도시에서는 숙소가 그저 잠을 자는 장소가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좋은 호텔은 오히려 여행의 속도를 잠시 늦춰줍니다.
밖에서 하루 종일 도시를 걷고 돌아온 뒤 식사를 하고, 잠시 쉬고, 루프탑 에서 다시 상하이의 야경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여행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he Shanghai EDITION은 이번 여행에서 머무르는 시간 역시 좋은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공간이었습니다.
가장 상하이다운 풍경
더 상하이 에디션 루프에서 마주한 동방명주와 푸동의 화려한 야경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상하이의 야경은 이미 사진과 영상으로 수없이 보아 왔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특히 와이탄에서 바라보는 푸동은 묘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100년 전의 건축물을 등지고 서서 미래처럼 보이는 스카이라인을 바라보게 됩니다.
프라다 롱자이에서 느꼈던 과거와 The Louis에서 본 미래가 이곳에서는 하나의 장면 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여행의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상하이 에디션 객실에서 바라본 해 질 무렵의 동방명주와 상하이 도심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maestrohsw
상하이의 매력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저택을 보존하면서 그 안에 새로운 문화를 넣고,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도심 한가운데 미래적인 배를 세웁니다. 한쪽에서는 샤오롱바오를 먹고, 몇 시간 뒤에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만든 공간에서 식사를 합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이 도시에서는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함께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에 본 상하이였습니다.
여행이 남기는 것
이번 여행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작업을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찾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롤에는 수많은 사진이 남았고, 돌아와 다시 그리고 싶은 장면도 여러 개 생겼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되돌아보니 좋은 여행이 남기는 것은 반드시 사진이나 기념품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지는 것.
좋은 브랜드가 오래된 건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고, 도시가 과거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평소와 전혀 다른 거리에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어쩌면 제가 여행을 계속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익숙한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낯선 도시에서는 갑자기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번 상하이에서는 특히 그랬습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쉬어가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결국 가장 많이 가져온 것은 쇼핑백이나 기념품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그리고 싶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습니다.
SEUNGWON'S SHANGHAI NOTE
프라다 롱 자이 (PRADA RONG ZHAI)
」상하이의 오래된 건축과 현대적인 럭셔리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왕가위의 시선과 감각이 더해져, 음식뿐 아니라 가구와 조명, 복도와 작품까지 하나의 영화적 장면처럼 천천히 바라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루이비통 루이호 / 비저너리 저니 (THE LOUIS / VISIONARY JOURNEYS)
」상하이에서 오늘날의 럭셔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방문해볼 만한 장소입니다. 전시와 루이 비통의 카페인 르 카페(LeCafé)를 함께 경험하면 공간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욱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더 상하이 에디션 (THE SHANGHAI EDITION)
」와이탄과 가까운 위치뿐 아니라 호텔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이닝과 루프톱까지 여행의 일부로 이어지는 곳입니다. 바쁜 일정 사이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상하이의 낮과 밤을 함께 경험하기 좋았습니다.
요네 레스토랑 & 바 (YONE RESTAURANT & BAR)
」더 상하이 에디션(The Shanghai EDITION)에서 경험한 일식 레스토랑입니다. 런치 코스의 구성과 완성도가 좋았고, 특히 와규 스테이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코스 마지막에 등장하는 후지산을 모티브로 한 디저트 역시 맛과 비주얼 모두 여행의 한 장면처럼 남았습니다.
더 상하이 에디션 루프 (THE SHANGHAI EDITION ROOF)
」와이탄에서 푸동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가능하다면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가 낮에서 밤으로 풍경이 바뀌는 시간을 함께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와이탄 · 오전 6시 러닝 (THE BUND RUN)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입니다. 화려한 야경으로 잘 알려진 와이탄이지만,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아침의 모습도 꼭 한번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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